| "아이들이 위험하다"…소아청소년 우울증, 5년새 76％↑ | news | 2025-04-03 |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모의고사)가 진행된 지난달 26일 부산 동구 부산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문답지를 받은 뒤 대기하고 있다. (사진](https://imgnews.pstatic.net/image/003/2025/04/03/NISI20250326_0020747589_web_20250326112611_20250403011146611.jpg?type=w860)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모의고사)가 진행된 지난달 26일 부산 동구 부산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문답지를 받은 뒤 대기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2025.03.26. yulnetphoto@newsis.com
#. 고등학교 1학년인 혜주(가명)는 등교할 때 마다 부모와 한바탕 전쟁을 벌인다. 새학기가 됐지만 지난해 친구들이 자신을 따돌리고 욕했던 것을 생각하니 학교에 가고 싶지 않고 두렵기만 하다. 하지만 부모는 ‘고등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다를텐데 도대체 왜 그러느냐, 공부만 하고 오면 되는 것 아니냐'고 꾸중한다. 혜주는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외롭고, 답답하기만 하다.
국내에서 소아청소년 우울증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소아청소년들이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은 사소한 신호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3년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아동청소년(7~18세)은 5만3070명으로 2018년(3만190명) 대비 75.8%가량 증가했다. 2022년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서도 소아청소년 우울장애 평생 유병률이 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을 우려해 자신의 상태를 축소 보고하는 경향이 있는 것을 감안해도 상당한 수의 아동 청소년들이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소아청소년기 우울증이 발생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한 연구에서는 어린 시기 우울증이 발생하는 데 미치는 유전의 영향을 약 40% 정도로 추정하기도 했다. 우울증이 발생하기 쉬운 기질적 취약성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의미다.
환경에서 오는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대표적인 스트레스 요인은 어린시절의 학대, 방임, 트라우마와 같이 정신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경험을 들 수 있다. 과도한 학업, 교우 관계, 신체 질환, 경제적 문제 등이 지속되는 경험들도 상당한 고통을 유발한다.
코로나 19 대유행과 같은 사회적 단절과 고립이 초래되는 상태, SNS 사용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등도 최근 들어 우울감에 기여하는 것으로 밝혀진 주요인이다. 스트레스 요인들은 유전적 요인과 함께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와 작용을 항진 시키고, 외부자극을 인식, 평가, 조절하는 뇌의 기능과 구조에도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는 정서 조절의 문제를 초래한다.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학교 거부, 자해 자살관련 행동, 신체화(신체적 통증으로 정서를 표현) 등이 나타난다. 술, 담배, 마약 등 중독 물질에 빠지는 기전 역시 정서 조절의 문제가 선행하는 경우가 많다. 행동 문제까지 진행된 아이들은 결국 병원을 찾게 되지만 이미 우울증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경우가 많다.
심각한 우울증의 경우, 약물치료와 적극적인 인지행동 치료를 동반해도 50~60% 정도만이 증상의 관해 (증상이 우울장애 진단기준 이하로 감소)를 보인다.
![[서울=뉴시스]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재현 교수.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2025.04.02. photo@newsis.com.](https://imgnews.pstatic.net/image/003/2025/04/03/NISI20250402_0001807946_web_20250402161249_20250403011146665.jpg?type=w860)
[서울=뉴시스]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재현 교수.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2025.04.02. photo@newsis.com.
유재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장)는 "아동청소년기 우울증을 경험한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우울장애를 경험할 위험도가 2.78배 증가되고, 성인기 불안 장애가 발생하는 위험도 높다고 한다"면서 "우울증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말과 행동에서 우울증의 신호가 잘 표현되는 경우도 있지만, 명확하지 않은 신호도 많이 있다. 평소보다 짜증이 늘어나거나, 수면 시간이 현저히 늦어지거나,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 하거나, 머리·배·다리 등 신체부위가 아프거나 어지럽다고 자주 호소하는 등의 증상들이 나타난다.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고, 성적이 떨어지거나, 쉽게 피로해하고 사소한 결정도 내리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유 교수는 "이런 신호가 시작될 때 아이를 관심있게 살펴보고 스트레스 상황을 물어봐 주는 것은 도움이 된다"면서 "부모가 '요즘 네가 잠을 잘 못 드는 것 같고 학교 가는 것도 힘들어하니 걱정이 된다', '친구관계에 어려움이 있다면 다른 친구를 사귀어 보거나, 너무 관계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등 걱정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앞서 부모 등 주변 사람들이 우울증이 있는 소아청소년을 수용하고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아이가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이후 부모의 해결책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이 스스로 여러 가지 해결책의 장단점을 충분히 고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유 교수는 "이 과정에서 자기 주도적인 문제해결 능력이 키워지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시도와 실패를 통해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면서 "우울증으로 많이 힘겨워 한다면 회복과 성장을 돕는 정신건강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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