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청소년회복센터에서 생활하는 45명의 보호소년들과 부산법원 직원 등 90여명이 지리산 반야봉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6.10.22/김항주 기자© News1© News1

천종호 판사 “아이들의 보폭을 맞춰줄 수 있는 사회필요”

지난 22일 새벽 6시께 부산법원종합청사에 승합차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있었고, 이미 정문 안에는 45인승 관광버스 2대가 시동을 켠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새벽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부장판사가 보호소년들의 이름을 부르며 “빨리 줄 서라. 늦으면 차 막힌다”라는 호통 친 것을 시작으로 보호소년 45명과 법원직원 등 90여명의 긴 여정이 시작됐다.

부산가정법원의 천종호 부장판사, 김옥곤 부장판사, 김수경 부장판사 및 법원산악회, 국제금융고 곽영호 교감 등(멘토)은 청소년회복센터에 위탁생활 중인 보호소년(멘티)과 1인 한 팀이 돼 지리산 반야봉으로 ‘2인3각 자신감 회복 산행’에 나섰다.

오전 10시30분께 지리산 성삼재 휴게소에서 90여명의 멘티와 멘토가 관광버스에서 내렸고, 반야봉 정상에 오르기 위해 여러 가지 간식이 담긴 가방을 나눠받고 등산화 끈을 꽉 조였다.

노고단 대피소로 향한지 얼마되지 않아 여학생 2명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선생님 못가겠어요”라며 포기했고, 노고단 고개를 넘어 반야봉 정상을 2km 정도 남겨놓고 남학생 2명이 지쳐서 중도포기 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41명의 아이들이 성인들도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지리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 정상에 올라섰다.

아이들과 멘토들은 정상에서 간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기념사진도 찍으며 꿀맛 같은 휴식시간을 가졌다.

오후 2시20분께 90여명의 멘토·멘티들이 다시 왔던 길을 내려가기 시작했고, 정상을 정복했다는 사실에 자신조차 놀란 아이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멘토들은 아이들을 보면 뿌듯한 표정을 지었고, 둘 간의 대화도 점점 많아졌다.

오후 6시 30분 모든 인원이 지리산을 빠져나왔고 간단한 저녁식사를 먹은 뒤 타고온 버스에 올라 출발지로 향했고, 오후 10시20분 부산법원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모든 일정이 마무리됐다.

이날 천종호 부장판사는 “선두가 아닌 맨 뒤에서 꼴찌들과 함께 하는 산행이었고. 다리가 아프고 발에 물집이 잡혀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해낸 두 여학생에게 고맙다”며 “우리사회도 꼴찌라고 꼬리를 자르거나 낙인을 찍지 말고 함께 보폭을 맞춰줄 준비된 어른들과 사회만 있다면 아이들이 인생을 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옥곤 부장판사도 “이번 자신감 회복 산행을 통해 소년들은 멘토로부터 등산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고비에 부딪쳤을 때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를 배우는 기회가 됐다”며 “이러한 경험은 나중에 아이들이 비행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기르는데 보탬이 될 것이다”고 언급했다.

곽영호 국제금융고등학교 교감은 “오늘 이자리에 있는 학생들은 저희들이 보살펴야할 학생들이 아니라 우리사회 모두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일 뿐입니다”라며 “화 잘내고, 근성 없이 보일지 모르는 보호소년들일지라도 작은 관심만으로도 아이들이 올바르게 커 나갈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청소년의 비행과 범죄는 날마다 늘어가는 추세이고 그 중 결손가정 및 저소득 가정의 소년들의 비행율과 재비행율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아이들에 대해서 엄벌만이 해답이 아니며 오히려 회복과 치유가 일어나는 건강한 가정을 제공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내고 있다.

한편 청소년회복센터는 가정이 해체되거나 부모의 보호력이 미약한 소년들을 법원의 위탁을 받아 부모 대신에 보호·양육하는 ‘대안가정(사법형 그룹홈)’으로 지난 5월 19일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집행이 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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