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하는 사업보다 세금혜택 등 제도 개선해 기업 사회 기여 지원해야

지난 1월 18일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후원한 '2013년 기업 사회공헌 네트워크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모임은 새 정부 정책 전망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화예술 사회공헌 활성화 방안, 각 기업의 사회공헌 추진 현황 및 계획 등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서현재 상무, 교보생명 고병옥 차장, 로레알코리아 홍종희 이사, 삼성사회봉사단 장인성 전무, 외환은행나눔재단 권택명 상임이사, 포스코 이명호 상무, 한국다케다제약 이건욱 전무, 한화 강기수 상무, GS칼텍스 이수정 팀장, kt 이덕순 상무, NHN해피빈재단 권혁일 대표이사, SK행복나눔재단 유항제 총괄본부장 등이 참여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는 기업의 주요 의사 결정자인 임원들을 많이 초청해 기업 사회공헌과 관련한 적극적인 논의를 펼쳤다.


◇경기 침체 속 사회공헌, 선택과 집중

각 기업은 대부분 2013년 사회공헌의 방향을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기업 상황은 좋지 않음에도 양극화와 청장년 실업 등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는 늘어나고 있어 "임팩트 있는 사회공헌을 해야 한다"는 고민이 많았다.

SK행복나눔재단 유항제 총괄본부장은 "5년 이상 사회적기업에 집중 투자했는데, 개별 기업이 혼자서 하기보다는 네트워크를 조성해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기업 사회공헌이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만들어냈는지에 대해 평가 체계가 합의되면 그 사회적 가치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방법으로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사회봉사단 장인성 전무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양적인 면에서 사회공헌 비용이 줄지는 않을 것 같다"며 "어떻게 하면 사회적인 임팩트를 낼 수 있고, 사각지대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이명호 상무는 "기업이 사회 공헌 활동을 한번 시작하면 방향 전환이 쉽지 않고, 특히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은 그 지역을 우선해야 하는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며 "기업의 한정된 자원을 어떤 사회문제 해결에 쓰는 게 맞을지 '방향 전환'과 '선택과 집중'의 문제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로레알 홍종희 이사는 "고학력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NHN해피빈재단 권혁일 대표는 "7년째 해피빈을 운영 중인데, 기부와 공익이 재미있는 콘텐츠가 아니어서 사람들이 한 번 보고 끝내는 취약성이 있어 최근 일상적으로 재미있는 콘텐츠에 나눔·공익을 알게 모르게 스며들도록 방향을 전환했다"고 말했다. 한국다케다제약 이건욱 전무는 "소외 계층일수록 건강에 대한 인식이 낮아 건강 격차를 줄이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사회공헌, 정부 주도보다는 기업 자율에 맡겨야

이날 모인 참석자들은 효과적인 기업 사회공헌을 위해 사회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 기부(교육과학기술부), 미소금융(금융감독원), 사회적기업(고용노동부) 등 현 정부에서는 유난히 정부 주도형 사회공헌 사업이 많았다. 정부 주도형 사업에 각 기업이 비용을 내는 일률적인 사회공헌보다는 이제 기업 자율에 맡기는 사회공헌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 주도형 사회공헌 사업은 정권이 바뀌면 프로그램 자체가 흐지부지되거나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 피해는 고스란히 수혜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프라를 제공하고, 비용을 내고, 직원들까지 참여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임에도 '정부의 정책사업'의 하나로 인식될 수밖에 없어 아쉽고 허탈하다고 했다. 특히 "부처별로 서로 다른 프로젝트를 기업에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 사회공헌과 관련한 채널을 일원화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정서적인 지지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서현재 상무는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공연 티켓을 사서 지원할 경우 이에 대한 세금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등 사회공헌에 대한 사회적 압박만큼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부분은 아쉽다"며 "정부와 언론에서도 사회공헌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을 위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NHN해피빈 권혁일 대표이사는 "미국·영국과 달리 아직도 우리나라는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해 국민이 긍정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며 "기업 사회공헌을 계기로 반기업 정서를 바꾸고, 사회공헌을 해도 허탈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공헌 프로그램, 기업 간 협력과 네트워크 필요

기업이 개별적으로 하고 있는 사회공헌에 대한 협력, 정보 공유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국다케다제약 이건욱 전무는 "사회공헌의 수혜자가 누군지 찾는 것도 힘들고 사회공헌 프로그램 개발도 힘들었다"며 "제약업계의 협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했다. NHN해피빈재단 권혁일 대표는 "함께 모여 스터디도 하고, 정보도 공유하는 지속적인 사회공헌 임원 모임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환은행나눔재단 권택명 상임이사는 "정부 정책방향도 공유하고, 기업의 사회공헌 고민도 나누면서 사회에 더 기여할 수 있도록 이런 자리를 자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허인정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이사장은 "새 정부 들어서도 고용 연계형 CSR, 인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한 문사철예(文史哲藝·문학,역사,철학,예술) 프로그램, 신사회적 약자를 발굴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각광받을 것"이라며 "이제 기업의 CSR이 한 부분이 아닌 경영 전략이 되는 '사회공헌 기업(Responsible Business)'이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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