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자 서울 광진초 교사

서울 광진구 구의동 광진초교 4학년 5반의 하루는 칭찬으로 시작해서 칭찬으로 끝난다.

이 학급의 ‘칭찬 프로그램’은 매일 1교시 시작 전인 오전 8시 50분부터 10분 동안 진행된다. 24명의 학생 가운데 한 명이 돌아가면서 ‘오늘의 주인공’으로 선정돼 친구들의 칭찬을 받는다. 1학기 때는 주인공 학생이 자신의 장점을 말하면 친구들이 주인공을 칭찬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2학기부터는 자신이 고쳐야 할 점을 얘기하면 친구들이 이에 대한 의견과 칭찬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한 아이의 단점이 다른 아이들에게는 장점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방식이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친구들의 단점에 대해서도 자발적으로 손을 들어 칭찬을 쏟아냈다. 매번 10∼15명의 아이들이 참여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칭찬을 다 듣고난 뒤에는 주인공이 가장 마음에 와닿는 칭찬을 하나 고른다. 그러면 담임을 맡고 있는 김선자(여·49) 교사가 칭찬해준 학생을 또 칭찬하고, 모두가 격려 박수를 치면서 끝을 맺는다. 수업을 마친 뒤 종례시간에도 매일 한 명씩 돌아가면서 오늘 가장 고마웠던 친구를 발표한다.

김 교사는 지난해 1학기부터 ‘칭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칭찬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장점을 알게 하고, 이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꿈을 키워주자는 취지다. 김 교사는 13일 “초등학교 때부터 성적 경쟁에 치여 남과 계속 비교당하며 자존감이 낮아진 아이들이 안타까웠다”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통해 꿈을 찾는 데에는 칭찬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1학기 때에는 친구들의 칭찬을 통해 자신의 장점을 확인하고, 이를 자존감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어 2학기부터는 새롭게 싹튼 자존감을 바탕으로 자신이 개선해야 할 부분을 생각해 스스로 올바른 길을 찾아나가도록 유도한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친구들의 장점을 많이 알게 되면서 교우관계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또 칭찬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마니또’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마니또’라는 이름으로 학생 2명씩 짝을 짓는다. 아이들은 한 달 동안 각자의 ‘마니또’ 친구를 도와주고, 친구의 일상생활을 자세히 살피면서 칭찬하고 싶은 점을 적어 각자의 우편함에 넣어준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에게 애정과 관심을 가진 친구로부터 칭찬을 받을 수 있다.

김민지(10) 양은 “내가 모르던 내 장점들을 친구들을 통해 들어 기쁘고, 친구들의 좋은 점을 알 수 있어 좋다”면서 “반에서 다툼이 일어나도 칭찬하면서 다시 사이가 좋아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또 다툼이 벌어지면 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훈련도 한다. 내 생각과 기분에 대해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아이(I)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어 짝이 말없이 지우개를 가져가 싸움이 벌어졌다면, “너는 대체 왜 그러냐”는 ‘유(You) 메시지’가 아니라 “네가 내 허락 없이 지우개를 가져가는 것은 나를 무시한 것 같아 나는 속이 상하는 것 같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칭찬을 받을 때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상대방을 칭찬하면서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다”며 “아이들이 그런 경험을 통해 자신의 장점을 살리고, 상대방에 관심을 갖고 좋은 점을 찾아내는 습관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