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임료 안 받는 변호 활동 10년…꿈의 가능성 봤다" | news | 2014-01-06 |
설립 10년 맞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2004년 1월 ‘아름다운재단’의 사무실 한쪽에서 국내 최초의 ‘전업 공익변호사’ 단체가 출범했다. 수임료를 전혀 받지 않고, 기부금만으로 운영하며, 공익 변호를 전업으로 하겠다는 변호사들이 모인 ‘공감’은 업계 안팎의 기대와 우려를 모으며 출발했다.
올해로 10년. ‘공감’은 꾸준히 성장하며 인권과 공익의 경계를 확장하는 성과를 이뤘다. 2012년 12월엔 ‘아름다운재단’에서 독립해 공익인권법재단으로 새 출발했다. 최근 지난 활동을 매듭짓고 앞으로를 계획하는 책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부키)도 펴냈다.
현재 ‘공감’에는 7명의 변호사가 사회적 약자의 상황에 따라 9개 영역(여성, 장애, 이주와 난민, 빈곤과 복지, 취약노동, 성소수자, 국제인권, 공익법 일반, 공익법 교육중개)으로 나눠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3일 서울 원서동에 있는 ‘공감’ 사무실에서 염형국(39·2004년 사법연수원 33기 수료), 황필규(45·34기), 장서연(35·35기) 변호사를 만났다. 염 변호사는 장애인, 황 변호사는 이주민·난민, 장 변호사는 성소수자 문제를 주로 맡는다.
검사 생활 접고 ‘더 맞는 옷’ 찾아 합류
-10년이면 짧지 않은 시간이다. 소회가 남다르겠다.
▶염형국=공익 변론을 하는 변호사 단체가 비영리로 활동하면서 10년을 존속했다는 게 의미 있다. 시민들의 의식이 성숙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황필규=지금까지는 꿈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그 덕에 비슷한 일을 하겠다는 사람도 늘었다. 질적인 도약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
-각자 나름의 전공을 갖고 있는데.
▶장서연=성소수자 문제를 다루면서 종종 장벽에 부딪힌다. 편견이 있고 종교가 엮이면서 논리적으로 설득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성소수자 영역은 과거에 비해 두드러지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성전환자가 성기 성형 수술을 받지 않아도 성별을 정정할 수 있다는 판결을 얻었다.
▶황=사법연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주민 문제에 관심이 있었고 난민으로 관심이 확대됐다. 이 문제는 관심을 갖는 사람이 거의 없고 자료도 없었는데 10년 사이 제도적으로 발전했다고 본다. 하지만 인식은 후퇴했다. 예전엔 이주노동자가 힘들게 일하면 ‘참 안됐다’고 여겼지만 지금은 ‘우리 것을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인종적 편견도 더해졌다. 법률가가 법제도 개선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들에 맞닥뜨리고 있다.
▶염=특별한 계기가 있어 장애인 인권을 맡은 건 아니다. 일을 시작했을 때 장애인 단체에 파견 형식으로 지원을 나가면서 담당이 됐다. 제도적으로는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 개선할 부분이 있지만 어느 정도 완비됐다고 본다. 중요한 건 적용이다. 제도를 인식이 못 쫓아간다. 특히 정신질환자들은 이중의 편견에 노출돼 있다. 장애인이면서 잠재적 범죄자로 여겨져 마구잡이로 정신병원에 감금하는 게 용인된다. 정신 장애인의 문제는 이제 막 시작이다.
염형국 변호사는 ‘공감’의 1호 변호사다. 2002년 당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이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법연수원 강의를 듣고 무작정 e메일을 보내 공익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황필규 변호사는 처음부터 공익변호사의 꿈을 갖고 사법시험을 치렀다. 연수원 2년차 시험이 끝나자마자 무급 자원봉사자로 출근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장서연 변호사는 2007년 검사 생활을 접고 ‘공감’에 합류했다. “몇 년 더 경력을 쌓는 게 좋다”는 권유가 있었지만 더 맞는 옷을 찾아 1년 만에 조직을 나왔다.
이들은 “어찌어찌 하다 보니 오래 이런 일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대의(大義)를 좇아 시작한 일이고,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변론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거창한 명분이나 사명감으로 설명하려 들진 않는다.
법관 따라 판결 달라질 때마다 씁쓸
-성과도 있지만 한계를 느낀 적도 많았을 것 같다.
▶염=장애인 차별금지법에 따르면 직접적인 차별뿐 아니라 장애인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지원하지 않는 것도 차별이다. 이에 근거해 차별구제 청구를 했는데, 재판장이 ‘국회의원이 예산은 고려하지도 않고 이런 법을 만들어서 문제’라고 대놓고 얘기했다. 법으로 판단해야 할 사람이 법을 문제 삼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이런 사람에게 재판을 받는 게 너무 아쉬웠다.
▶황=인권과 관련한 많은 사건이 추상적인 요건으로 좌우된다. 난민의 경우 ‘박해 가능성이 있느냐’ 국적을 부여할 땐 ‘품행이 단정하냐’가 핵심 요건이다. 공무원·판사가 개인의 가치관으로 주관적인 판단을 내린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가들이 시위를 하는데 ‘난민 인정 받으려고 별일을 다 한다’는 말도 한다. 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판단을 사회적으로 모아내고 성숙시키는 과정이 부족하다.
▶장=승소(勝訴)의 가장 좋은 요건은 좋은 법관을 만나는 것이다. 개인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때마다 씁쓸하다.
-한국의 인권 감수성은 얼마나 성장했다고 보나.
▶염=분명한 진전이 있다. 과거에 용공조작 등으로 인권을 유린할 땐 그것이 시대의 인권 문제였다. 소수자 문제는 드러나지도 않았다. 인권 문제가 모든 소수자 영역으로 확대됐다는 것만 해도 인권 감수성이 성숙했다는 의미다. 일부 장애인 시설 등에 남아 있긴 하지만 노골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거의 없다. 누구나 잘못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많은 진전이다.
-사회가 점점 팍팍해진다. 이런 환경은 소수자들에겐 더 힘들 것 같은데.
▶장=양극화로 상대적 빈곤은 커지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하기엔 내 삶이 팍팍하다. 실질적인 원인을 찾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약자를 사회적 불만을 표출할 희생양으로 삼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공감’의 규모를 더 키우거나 성장시킬 계획이 있나.
▶염=해야 할 일이 많지만 비영리 재단이기 때문에 규모를 키우기는 어렵다. 대신 ‘공감’에서 일하지 않는 공익전담 변호사를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장=미국의 공익법 단체를 방문했는데 각 단체가 영역별로 특화돼 있다. 여성 문제를 다루는데도 여성 스포츠인을 위한 단체, 여성 군인을 위한 단체 식으로 나뉘어 있다. ‘공감’처럼 한 단체가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는 건 상당히 특이한 경우다. 한국에서도 영역이 분화되고 더 전문화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공감만 거대해지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다. 다양한 공간의 다양한 형태의 공익 변호사가 많아지는 게 좋다.
중앙선데이
2004년 1월 ‘아름다운재단’의 사무실 한쪽에서 국내 최초의 ‘전업 공익변호사’ 단체가 출범했다. 수임료를 전혀 받지 않고, 기부금만으로 운영하며, 공익 변호를 전업으로 하겠다는 변호사들이 모인 ‘공감’은 업계 안팎의 기대와 우려를 모으며 출발했다.
올해로 10년. ‘공감’은 꾸준히 성장하며 인권과 공익의 경계를 확장하는 성과를 이뤘다. 2012년 12월엔 ‘아름다운재단’에서 독립해 공익인권법재단으로 새 출발했다. 최근 지난 활동을 매듭짓고 앞으로를 계획하는 책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부키)도 펴냈다.
현재 ‘공감’에는 7명의 변호사가 사회적 약자의 상황에 따라 9개 영역(여성, 장애, 이주와 난민, 빈곤과 복지, 취약노동, 성소수자, 국제인권, 공익법 일반, 공익법 교육중개)으로 나눠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3일 서울 원서동에 있는 ‘공감’ 사무실에서 염형국(39·2004년 사법연수원 33기 수료), 황필규(45·34기), 장서연(35·35기) 변호사를 만났다. 염 변호사는 장애인, 황 변호사는 이주민·난민, 장 변호사는 성소수자 문제를 주로 맡는다.
검사 생활 접고 ‘더 맞는 옷’ 찾아 합류
-10년이면 짧지 않은 시간이다. 소회가 남다르겠다.
▶염형국=공익 변론을 하는 변호사 단체가 비영리로 활동하면서 10년을 존속했다는 게 의미 있다. 시민들의 의식이 성숙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황필규=지금까지는 꿈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그 덕에 비슷한 일을 하겠다는 사람도 늘었다. 질적인 도약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
-각자 나름의 전공을 갖고 있는데.
▶장서연=성소수자 문제를 다루면서 종종 장벽에 부딪힌다. 편견이 있고 종교가 엮이면서 논리적으로 설득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성소수자 영역은 과거에 비해 두드러지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성전환자가 성기 성형 수술을 받지 않아도 성별을 정정할 수 있다는 판결을 얻었다.
▶황=사법연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주민 문제에 관심이 있었고 난민으로 관심이 확대됐다. 이 문제는 관심을 갖는 사람이 거의 없고 자료도 없었는데 10년 사이 제도적으로 발전했다고 본다. 하지만 인식은 후퇴했다. 예전엔 이주노동자가 힘들게 일하면 ‘참 안됐다’고 여겼지만 지금은 ‘우리 것을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인종적 편견도 더해졌다. 법률가가 법제도 개선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들에 맞닥뜨리고 있다.
▶염=특별한 계기가 있어 장애인 인권을 맡은 건 아니다. 일을 시작했을 때 장애인 단체에 파견 형식으로 지원을 나가면서 담당이 됐다. 제도적으로는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 개선할 부분이 있지만 어느 정도 완비됐다고 본다. 중요한 건 적용이다. 제도를 인식이 못 쫓아간다. 특히 정신질환자들은 이중의 편견에 노출돼 있다. 장애인이면서 잠재적 범죄자로 여겨져 마구잡이로 정신병원에 감금하는 게 용인된다. 정신 장애인의 문제는 이제 막 시작이다.
염형국 변호사는 ‘공감’의 1호 변호사다. 2002년 당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이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법연수원 강의를 듣고 무작정 e메일을 보내 공익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황필규 변호사는 처음부터 공익변호사의 꿈을 갖고 사법시험을 치렀다. 연수원 2년차 시험이 끝나자마자 무급 자원봉사자로 출근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장서연 변호사는 2007년 검사 생활을 접고 ‘공감’에 합류했다. “몇 년 더 경력을 쌓는 게 좋다”는 권유가 있었지만 더 맞는 옷을 찾아 1년 만에 조직을 나왔다.
이들은 “어찌어찌 하다 보니 오래 이런 일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대의(大義)를 좇아 시작한 일이고,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변론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거창한 명분이나 사명감으로 설명하려 들진 않는다.
법관 따라 판결 달라질 때마다 씁쓸
-성과도 있지만 한계를 느낀 적도 많았을 것 같다.
▶염=장애인 차별금지법에 따르면 직접적인 차별뿐 아니라 장애인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지원하지 않는 것도 차별이다. 이에 근거해 차별구제 청구를 했는데, 재판장이 ‘국회의원이 예산은 고려하지도 않고 이런 법을 만들어서 문제’라고 대놓고 얘기했다. 법으로 판단해야 할 사람이 법을 문제 삼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이런 사람에게 재판을 받는 게 너무 아쉬웠다.
▶황=인권과 관련한 많은 사건이 추상적인 요건으로 좌우된다. 난민의 경우 ‘박해 가능성이 있느냐’ 국적을 부여할 땐 ‘품행이 단정하냐’가 핵심 요건이다. 공무원·판사가 개인의 가치관으로 주관적인 판단을 내린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가들이 시위를 하는데 ‘난민 인정 받으려고 별일을 다 한다’는 말도 한다. 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판단을 사회적으로 모아내고 성숙시키는 과정이 부족하다.
▶장=승소(勝訴)의 가장 좋은 요건은 좋은 법관을 만나는 것이다. 개인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때마다 씁쓸하다.
-한국의 인권 감수성은 얼마나 성장했다고 보나.
▶염=분명한 진전이 있다. 과거에 용공조작 등으로 인권을 유린할 땐 그것이 시대의 인권 문제였다. 소수자 문제는 드러나지도 않았다. 인권 문제가 모든 소수자 영역으로 확대됐다는 것만 해도 인권 감수성이 성숙했다는 의미다. 일부 장애인 시설 등에 남아 있긴 하지만 노골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거의 없다. 누구나 잘못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많은 진전이다.
-사회가 점점 팍팍해진다. 이런 환경은 소수자들에겐 더 힘들 것 같은데.
▶장=양극화로 상대적 빈곤은 커지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하기엔 내 삶이 팍팍하다. 실질적인 원인을 찾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약자를 사회적 불만을 표출할 희생양으로 삼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공감’의 규모를 더 키우거나 성장시킬 계획이 있나.
▶염=해야 할 일이 많지만 비영리 재단이기 때문에 규모를 키우기는 어렵다. 대신 ‘공감’에서 일하지 않는 공익전담 변호사를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장=미국의 공익법 단체를 방문했는데 각 단체가 영역별로 특화돼 있다. 여성 문제를 다루는데도 여성 스포츠인을 위한 단체, 여성 군인을 위한 단체 식으로 나뉘어 있다. ‘공감’처럼 한 단체가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는 건 상당히 특이한 경우다. 한국에서도 영역이 분화되고 더 전문화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공감만 거대해지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다. 다양한 공간의 다양한 형태의 공익 변호사가 많아지는 게 좋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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