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홍대 앞에 가면 거리 전체가 미술관! | news | 2012-0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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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의 문화로 대표되는 홍대 앞. 그 명성에 걸맞게 이곳에선 요즘 아주 특별한 전시가 진행 중이다.
19일부터 23일까지 홍대 앞 거리 일대에서 열리는 ‘거리미술전’이 그것. 홍대 거리미술전은 미술관이나 화랑 등의 닫힌 공간이 아닌 ‘거리’라는 열린 공간을 통해 미술이 대중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있는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미술전이다.
올해로 20회를 맞는 거리미술전은 매년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선보이며 무엇보다 관객들이 스스로 참여해 미술을 가깝고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해 홍대만의 독특한 지역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1993년에 시작된 거리미술전은 미술이 어렵다거나 무관심한 대중들에게 그들이 일상적으로 지나다니는 ‘거리’에서 미술을 마주함으로써 대중과 미술 사이에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시가 중반에 접어든 21일, 벽화, 영상, 설치, 참여미술까지 다채로운 볼거리로 가득한 홍대 앞 그곳을 찾아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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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대 앞 거리에서 열리고 있는 거리미술전은 9월 23일까지 벽화, 영상, 설치, 참여 미술을 비롯해 다채로운 공연행사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
올해 거리미술전은 정신없이 걷고 말하는 것이 습관이 된 대중들에게 ‘지금 무슨 생각 하세요?’라고 질문을 던지는 ‘마인드 맵’을 주제로 잡았다.
성인기에 접어든 거리미술전이 앞으로 40회, 60회 혹은 그 이상까지 나아가려면 자신들에게도 지난 20회를 돌아보는 생각의 정리가 필요하다며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 보였다.
이번 거리미술전에는 총5개의 팀(공연팀, 벽화미술팀, 설치미술팀, 영상팀, 참여미술팀)이 참여하고 있다.
벽화미술의 경우, 홍익대 정문에서 홍문관쪽의 왼쪽 언덕 오르막길이 ‘K동 벽화길 이란 이름으로 만날 수 있으며, 설치미술, 영상미술, 참여미술팀의 경우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공연팀의 경우, 홍대앞 걷고 싶은 거리 나무무대와 홍대놀이터에서 금요일과, 토요일에 관객들을 찾아가며, 거리미술전을 맞아 일요일에는 홍대학교 조형환에서 각 대학 영화동아리가 마련한 영화제도 준비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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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인드 맵으로 제작된 공연포스터를 선보이고 있는 ‘제20회 홍대 앞 거리미술전’ 경영부단장 윤병진 씨 |
미술이 거리로 나온다는 발생 자체가 매우 신선한 거리미술전은 그 구성원부터가 남달랐다.
전시를 기획하는 기획단은 미술을 전공한 대학생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공의 대학생들로 구성돼 있고, 참여작가의 비율도 몇몇의 기존 작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젊은 대학생 작가들로 구성돼 있다.
경영 부단장을 맡고 있는 윤병진 씨도 홍익대 경영학과에 재학중인 학생으로 학업과 병행해서 거리미술전을 준비해왔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이 주체하는 전시라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공간적인 제한, 예산상의 문제 등으로 인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 한계만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한다”며 “전시문턱을 낮춘 거리전시가 가진 장점을 부각시키고 싶다.
”고 말했다.
이어 “홍대거리를 걸으며 작품도 감상하고 미술프로그램에 참여도 하시다보면 미술의 재미에 푹 빠져 집에 돌아가실 때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느낄 것”이라며 주말 데이트를 앞두고 있는 연인과 가족들에게 나들이 장소로 적극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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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대에서 실기시험을 없애 방치되고 있던 석고상을 활용해 각 전시장소의 싸인물의 용도로 활용했다. |
여기서 잠깐! 이번 거리미술전 관람을 위한 좋은 팁 하나. 편안하게 홍대 일대를 거닐며 작품을 만나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홍대 앞 정문에 설치돼 있는 메인 작품을 시작으로 벽화거리를 지나 서교동의 대로변을 천천히 걸어내려와 걷고 싶은 거리의 작품을 감상한 뒤 마지막으로 나무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관람 동선이다.
거리미술전에서는 홍보를 위해 총 3개의 부스에 지도가 표시된 리플렛이 준비돼 있으며, ‘마인드 맵’의 개념을 도입해 석고상으로 각 미술전의 성격과 위치를 알 수 있도록 싸인물도 제작했다.
또 낮보다 밤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홍대의 특성상 모든 작품에 조명을 설치했다.
이번 거리미술전은 특히, 홍대 인근의 지형지물과 주민들의 참여가 결합되면서 더욱 돋보였다는 평이다.
일례로, 벽화미술의 경우 골목이 어둡고 담벼락에 낙서가 너무 많이 돼 있어서 흉물스럽다며 거리미술전의 벽화로 활용해 달라는 서강동 주민센터의 요청으로 작업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다소 음침하고 외진 골목길은 ‘K동 벽화골목길’로 재탄생됐고 인근 주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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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미술전의 메인작품인 ‘be born’을 중심으로 벽화작품, 설치미술, 참여미술, 영상미술을 순서로 관람하면 동선 이동이 편하다. |
참여미술팀의 경우도 인근 유치원 어린이들이 체험학습으로 거리미술전에 참여했는데, 비누방울을 이용해 아이들이 가고 싶은 것을 표현한 그림들이 이번 전시에서 또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된 케이스이다.
이처럼 거리미술전은 작가와 작품, 작품과 인근 지역주민 그리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까지 미술이 일상생활 속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마침 인근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러 온 일본인들이 단체로 거리미술전 관람 중이어서 만나봤다.
홍대 방문이 처음이라는 미야자끼 코미코(47세)씨는 “단지 장난으로 그림을 그린 게 아니라 친근하고 재미있는 느낌이 들고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 더 보고싶다”고 했다.
일본에 있을 때 홍대의 문화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는 쿠보카미 카에더(21세)씨는 “홍대의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져서 좋다”며 자신이 살고 있는 나가사키도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데 젊은이의 문화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비슷한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반면, 신촌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또사이꼬(29세)씨는 학생들이 거리에서 술 취한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며 학생들의 음주문화에 대해서도 지적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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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가오한국어 학원의 학생들이 벽화거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설치미술 작품 앞에서는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 딸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이숙(주부)씨를 만날 수 있었다.
“원래 아무 조형물도 없는 거리에 코끼리상이 있어서 거리미술전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며 “작가들의 작품을 꼭 전시장을 찾아가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길을 걸으며 친근하게 만날 수 있도록 한 전시의도가 좋다.
”며 거리미술전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더불어 “대학로의 경우, 도시가 작품에 치이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인도 자체도 작품이 차지하는 공간이 커서 답답함을 느끼곤 하는데, 거리와 미술작품이 자연스럽게 조화되는 홍대스러움의 문화를 계속 가져갔으면 좋겠다.
”는 바람도 전했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있다는 한솔 씨는 “꼭 갤러리에 작품이 들어가지 않아도 여러 가지로 시도해볼 것이 많은 것 같다.
”며 미술 전공자로 거리미술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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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끼리 작품을 만져보고 감상중인 이숙 씨와 한솔 씨 모녀 |
거리미술전의 모든 작품들이 시선을 끌었지만 이 중에서도 특히 시선을 사로잡았던 건 특히 가로6m, 세로12m의 거대한 건축물인 ‘귀신의 집’이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이 프로젝트는 총 6명이 협업을 한 작품으로 어린 시절 귀신의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공포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재현했다.
귀신의 집 앞에 위치하고 있는 공중화장실 또한 이채롭다.
우연히 들어간 이곳에서는 가득찬 낙서를 읽으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마음대로 적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작품인 줄 모르고 실제로 볼일을 볼 지도 모를 사람들을 위한 주의문구도 눈길을 끈다.
귀신프로젝트에 참여한 한재웅(홍대 경영학과3)과 김진우(홍대건축학과3)씨는 “도심 속 검은 공간에서 미술적인 요소를 찾아보기 위해 노력했다.
”며 “관객들의 호응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좋아 흥분된다.
작품을 보고 뭔가 느끼기보다 전시이면서 하나의 축제라 생각하시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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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 프로젝트의 작품인줄 모르고 실제로 볼일을 보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 |
또 다른 전시작품 ‘파빌리온’의 작가 양희구(건축대학 실내건축학과2)씨는 “건축은 미술과 떨어진 학문이 아니기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됐다.
”며 “이번 거리미술전의 주제가 마인드 맵인 만큼 작품의도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기보다 관객들 스스로가 제 작품을 보고 ‘왜 이런 작품을 만들었나.’를 마음대로 상상하고 느끼셨으면 한다.
”는 바람을 전했다.
거리로 나온 홍대미술은 ‘거리’라는 자유로운 공간에서, 거리미술전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한다면 꼭 전문작가가 아니어도, 미술전공자가 아니어도 작품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를 접하는 대중들 또한 자연스럽게 작품을 대하면서 홍대스러움의 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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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귀신프로젝트에 참여한 한재웅(홍대 경영학과3)과 김진우(홍대건축학과3)씨, (우) ‘파빌리온’의 작가 양희구(건축대학 실내건축학과2)씨 |
“늦게까지 클럽에서 놀다가 첫 차 타고 집에 들어가는 것이 홍대문화가 아닙니다.
”라고 말하던 윤병진 부단장의 뼈있는 이야기는 이번 거리미술전의 가치를 대변해주고 있는 듯했다.
유흥문화로 변질돼가고 있는 홍대 문화에 일침을 놓을 이번 거리미술전이 앞으로 40회, 60회 이상 롱런하며 순수한 아마추어 미술인들의 창작활동의 자양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거리미술전 홍보부스에서 작품설명과 위치가 표시돼 있는 팸플릿을 받아 3개 이상의 전시미술을 관람하고 참여한 뒤 도장을 받으면 무료 영화 예매권을 주는 이벤트도 실시되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를 권한다.
‘제20회 거리미술전’ 공식 홈페이지(http://blog.naver.com/artgumiya)에서는 거리미술관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 확인이 가능하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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