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 간판의 힘!…가게 문턱 낮춘다 | news | 2014-06-20 |
친근감 느낀 손님들 발길 한 번 더…문화부, 한글간판 제작 지원·신청은 22일까지
“예쁜 한글 간판이 생긴 후로 동네 어르신들도 편하게 찾아와서 차 한 잔 하시면서 들렀다 가세요. 공방을 열 때부터 동네 주민들이 편하게 오실 수 있는 사랑방처럼 만들고 싶었는데 한글 간판 덕을 많이 봤어요.”
수원시 화서동에 위치한 공방 ‘엄마가 만드는 달콤한 세상’의 대표 유희숙 씨의 말이다. 유 씨는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와 네이버 문화재단이 손잡고 소상공인, 청년창업점포 등 소규모 점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름다운 한글 간판 나눔 캠페인’을 통해 예쁜 한글 간판을 선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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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아이의 엄마인 유희숙 씨는 아이들을 대할 때 느끼는 감정을 담아 상호를 지었다고 한다. |
그는 “처음 공방을 열 때 보험도 깨고 금전적으로 힘들었어요. 간판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처음에는 간판도 없이 개업을 했죠. 그 땐 이곳이 뭘 하는 곳인지 지나가는 주민들도 의아해하면서 별 반응이 없었는데 한글 간판이 생긴 후로는 저희 공방 앞이 주민들이 즐겨 찾는 약속 장소가 됐어요.”라며 이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들을 들려줬다.
유희숙 씨도 처음에는 으레 그렇듯이 영문 이름의 간판을 생각했다고 한다. “엄마가 만드는 달콤한 세상의 줄임말로 ‘엄·만·달’이란 이름을 쓰는데 요즘에는 워낙 영어 상호에 익숙하다보니 고객에게 혹여 촌스러운 느낌으로 다가가진 않을까 걱정했다.”는 그는 “어르신이나 아이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친근한 느낌을 줘서 오히려 공방 문턱이 낮아졌다.”며 한글 간판의 장점에 대해 말해줬다.
예쁘고 독특한 한글 간판을 보고 동네 어르신이나 주부들도 편하게 들를 뿐 아니라 따로 홍보를 하지 못했는데도 오가다 보고 들르는 손님들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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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이 된 그는 같은 처지의 엄마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일을 찾거나 위안을 얻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공방을 열었다고 한다. |
한글 간판이 불러온 효과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캠페인에 처음 지원할 때부터 뽑히게 된다면 판매하는 제품들도 한글 이름을 쓰겠다는 결심을 비쳤다는 유 대표는 요즘 그 약속을 꼭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외국어를 더 선호하는 경향도 있겠지만 육아용품에도 거의 영어를 써요. 바디필로우, 에이프런, 쿠킹캡(요리 실습 때 쓰는 모자) 등 영어 천지인데 잠친구, 앞치마, 빵모자라고 다 바꿔서 이름을 붙였죠. 이렇게 이름을 바꿔 부르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기도 어렵고 광고 효과가 떨어지는 면은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그렇지만 한글을 꼭 쓰고 싶어서 제품에 대부분 한글 이름을 붙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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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업체들이 육아용품에 대부분 영어명을 쓰고 있는 데 반해 이곳 공방에서는 한글 이름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좌)쿠킹캡과 에이프런은 빵모자와 앞치마로, (우)삭스토이는 양말인형으로 바꿔서 제품명을 등록하고 인형 등 각기 제품에도 ‘달콤이’, ‘잠친구 코야’ 등 재치있는 이름들을 붙여놓았다. 공방의 수강생들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작품에 이처럼 한글 이름을 붙이고 있다고 한다. |
이곳 공방에 따르면 소위 ‘럭셔리’한 것을 좋아하는 엄마들은 한글 이름으로 된 제품을 낯설어하면서 저 품질의 상품으로 치부하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우리말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말들이 있는데 굳이 영어 이름을 써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펠트 자격증을 준비 중이라는 공방 수강생 김지은 씨는 “휴직하는 동안 취미로 바느질을 배워보려고 공방을 찾게 됐는데 영어 간판이었다면 왠지 수강료도 비쌀 것 같고 부담돼서 쉽게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간판에서부터 엄마들이 하는 공방임을 알 수 있어서 더 친숙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글 간판을 선사받았던 또 다른 가게 서울시 자전거 자활기업 1호 ‘씽씽자전거’ 박종호 사장도 한글간판으로 바꾼 이후의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 들려줬다. 그는 “자활기업이라 금전적 문제도 컸고, 지자체와 자활센터의 도움으로 문을 열었던 터라 처음엔 제 생각대로만 간판을 만들 수 없었다.”며 “한글 간판으로 바꾸고 난 뒤 어감도 좋고 생동감 있어서 고객들의 호감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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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엔 영어로 표기돼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간판이 한글로 바뀐 뒤 어감도 좋고 친근감도 늘어 고객들이 더 편안하게 가게를 찾는다고 한다.(제공=네이버 문화재단) |
박 씨는 “영어로 ‘SSING SSING BIKE’로 적혀 있을 땐, 저희 가게가 무얼 판매하는지 모르는 고객들도 있었고, 동네 학생들이 웃으며 지나가는 일도 종종 있었다.”며 “이제는 동네 꼬마들이 스스럼없이 들렀다 가기도 하는 친근한 가게가 됐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 가게를 열 때 돈에 대한 욕심보다는 손님들이 편하게 오가고 들러가는 가게로 만들고 싶었는데 한글 간판을 단 후, 연세 드신 어르신이나 아이들 모두 쉽게 읽을 수 있고 친근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역시 “아무래도 한국에선 외국어 상호가 더 세련됐다고 느끼는 경향이 많아서 한글 상호로 하면 친근감은 좋아지지만 저급한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제품의 질과 상관없이 외국어 상호에 익숙해진 편견 중의 하나로 엿보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글간판 나눔 사업은 계속된다. 올해는 작년보다 지원가게를 두 배로 늘려 40여 개 소규모 개인상점에 새로운 한글 간판을 선사한다. 이번 달 22일까지 공모 사연을 접수하면 7월 중순 지원 가게를 선정해 8~9월에 간판 제작 및 설치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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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방문을 통해 점포주와 인터뷰 및 가게 현황을 파악한 후 점포별로 가장 어울리는 한글 간판을 지원한다. 이렇게 제작된 시안을 바탕으로 다시 점포주와 상의해 최종 설치가 이뤄진다.(제공=네이버 문화재단) |
네이버 문화재단에 따르면, “이번 캠페인은 한글의 가치를 되새기고, 그 아름다움을 널리 전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며 “낡았지만 오랜 시간 한글 이름을 지켜온 가게들, 외국어로 된 간판이지만 한글로 바꾸고 싶었던 가게들이나 한글 간판이 꼭 필요한 이웃들, 한글 간판을 마주하게 될 일반 시민들과 함께 한글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나누고자 했다.”고 그 취지를 전했다.
‘엄마가 만드는 달콤한 세상’의 유희숙 공방장이나 ‘씽씽자전거’의 박종호 사장 모두 좋은 취지의 사업이고 한글 간판으로 얻게 된 긍정적인 효과가 큰 만큼 앞으로도 이 사업이 계속 되길 희망했다. 특히 박종호 사장은 “한글 이름이 훨씬 보기 좋다.”며 “단순히 영어를 한글로 옮긴 것 보다는 순우리말 간판이 더 늘어났으면 한다.”는 소망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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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으로 간판을 잃은 소상공인이 지난해 1차 한글 간판 나눔 사업을 통해 새 간판을 선사받았다. (제공=네이버 문화재단) |
한때 인터넷에서 이런 우스개 농담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계피는 촌스럽고 시나몬은 우아하며 아점은 더부룩하고 브런치는 상큼한가?”
한글 간판 나눔은 한글 간판을 단 것 이상의 큰 효과를 낳고 있었다. 전 세계 국가 중 고유의 말과 문자를 가진 국가는 20여 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글이란 우수한 고유 문자를 가진 우리답게 앞으로 길거리에 정감가고 예쁜 한글 간판이 더욱 늘어나길 희망해본다.
☞ 신청 https://hangeul.naver.com/sign.nhn(공모기간은 6월 22일까지)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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