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린 모국어가 하나 더 있는 한국인이에요" | news | 2014-0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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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앞뒀지만 세 소녀는 긴장한 기색 없이 무슨 이야기에도 까르르 웃었다.
주인공은 대한민국 최초 다문화합창단인 '레인보우합창단' 소속으로 각각 일본인 아버지를 둔 황채원 양(12), 우즈베키스탄인 어머니를 둔 송유나 양(11), 중국계 캐나다인 아버지가 있는 클로이두옹 양(13)이다.
모두 3년차 이상 고참급 단원들로 나이는 다르지만 입단 시기가 비슷해 언제나 함께 다니는 삼총사, 단짝 친구들이다.
26일 저녁 있었던 합창단 후원의 밤 행사를 앞두고 겨우 짬을 내 잠시 같이 둘러앉았다.
시작부터 좋은 분위기에 슬쩍 '사실 너흰 외모만 보면 다문화합창단원인지 잘 모르겠다'고 물었더니 날카로운 핀잔이 돌아왔다. "다들 다문화라고 하면 동남아에서 온 까무잡잡한 피부나 인형 같은 백인 외모만 생각해요. 방송에 나와도 그런 애들만 찍히더라고요. 노래는 우리가 더 잘 부르는데."(송유나)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국제결혼 중 40%가 중국인 또는 일본인과 이뤄진다. 또 부모 중 한쪽이 백인이거나 흔히 생각하는 조금 거무스레한 동남아인이어도 혼혈아이는 동양인, 다시 말해 평범한 한국인 얼굴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세 아이의 꿈은 모두 '가수'다. 합창단에 들어와 가지게 된 꿈이다. 그전에는 화가, 빵가게 주인, 의사 등을 꿈꿨던 얌전한 아이들이었다. 황양과 송양은 주변 다문화가정 지인의 소개로, 두옹 양은 다문화자녀를 위한 문화 프로그램을 알아보던 엄마의 권유로 합창을 시작했다. 두옹 양은 3학년 때 처음 본 오디션엔 떨어졌지만 '재수' 끝에 4학년부터 합류하게 됐다. "주말에 친구들하고 놀고 싶을 때도 많아요. 하지만 연습에 빠지면 (실력이)뒤처지니까 무조건 나와야 해요."(황채원)
"다문화라서 레인보우합창단을 할 수 있게 된 거잖아요. 친구들도 제가 공연하는 거 다들 부러워해요. 합창단은 제가 다문화라서 받게 된 선물이라고 생각해요."(송유나)
'다문화라서 힘든 점은 없나'라는 질문에 잠시 침묵하던 아이들은 망설이다가 한마디씩 말을 꺼냈다.
"중학생은 (교복에) 이름표를 달잖아요. 그런데 이름이 특이하다고 다른 반이나 선배들이 보러 오고 그러면…."(클로이두옹)
"어려운 단어 그냥 모를 수도 있는 건데 어떤 선생님들은 제가 어려운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다문화가정 출신이라 한국어를 잘 못한다고 여겨요."(송유나)
"친구들이 가끔 일본어 해보라고 하면 짜증나요. 놀리는 것 같고 구경거리가 된 기분?"(황채원)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 씨가 대웅제약 광고 계약을 맺으며 '딸 사랑이 같은 다문화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뤄진 이날 행사에서 삼총사는 피날레 곡인 '거위의 꿈'을 무대 정중앙에서 불렀다.
아이들은 한목소리로 "다문화라고 뭔가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했다.
"모국어가 하나 더 있는 거 말고는 저희도 그냥 똑같아요. 사람들은 제가 다문화 출신인 걸 알고 나면 제가 뭔가 다를 거라고 기대해요. 저희도 '그냥 한국애들'이에요."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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