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6·25 정전 62주년 기념식… 참전용사 180·후손 170명 참석

"한국의 성장, 자유의 가치 보여줘, 또 다른 위기 있더라도 함께할 것"

캐퍼라타씨 등은 태극무공훈장

"200만명의 유엔군 참전용사들이 피와 땀, 눈물을 흘린 이 땅. 대한민국이 발전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면서, 한국전 참전용사라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고, 기쁘고, 행복합니다."

정전협정 체결 62주년을 맞아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6·25전쟁 정전협정 및 유엔군 참전의 날’기념식이

개최됐다. 참전국 용사의 후손들이 각 나라의 국기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남강호 기자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62주년인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참전용사 조지프 러틀리지(84)씨는 이렇게 말했다. 러틀리지씨는 21세인 1952년 미군에 자원입대해 의무병으로 장병들과 한국인들을 돌봤다. 한국은 미지의 나라였지만, 그가 지켜낸 자유는 소중했다. 참전용사 대표로 축사에 나선 그는 "우리 참전용사들은 80대 노인이고 많은 분의 기억 속에 한국전쟁 참전 사실이 희미해지겠지만, 우리의 한국에 대한 사랑과 애정은 변함없을 것이다"라며 "한국의 놀라운 성장과 성공은 '자유'는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 또 다른 위기가 닥치더라도 우리 참전용사들은 65년 전과 같이 후회 없는 결정을 할 것"이라던 러틀리지씨는 "겸손한 마음으로 한국 국민께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러틀리지씨 등 21개국 참전용사 180명과 후손 170명을 초청했다. 이들 중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콜롬비아를 방문했을 때 한국 초청을 약속했던 콜롬비아의 6·25 참전용사 세르히오 마르티네스씨도 포함됐다. 6·25전쟁 이후 한국 방어에 기여한 존 틸럴리 전 유엔군사령관을 비롯한 역대 유엔군사령관들도 기념식에 참석했다. 지리산 공비 토벌작전 용사, 조종사, 소년 전차병, 참전 언론인, 참전국 주한 외교사절, 정부 주요 인사, 각계 대표, 시민, 군 장병 등 3000여명이 함께했다. 정부는 미국과 캐나다가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을 6·25 참전의 날로 지정한 것과 연계해 2013년부터 이날을 '정전협정 및 유엔군 참전의 날'로 지정, 기념하고 있다. 참전용사의 손자로 방한한 나디아 헨리카(22)씨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참전으로 한국이 자유를 지키고 이렇게 잘살게 됐다니 자랑스럽다"며 "판문점을 다녀오면서 한국이 통일된다면 할아버지의 희생이 더욱 갚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날 행사의 주제는 '함께 지켜온 대한민국, 함께 나아갈 통일 한국'이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6·25전쟁 참전용사인 헥터 캐퍼라타(86)씨, 윌리엄 스피크먼(88)씨가 태극무공훈장을 받기도 했다.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운 노병(老兵)들에게 한국군 최고의 훈장을 수여한 것이다. 1950년 장진호 전투에서 홀로 진지 꼭대기에 올라가 일부러 적의 표적이 됐고, 지형을 활용해 15명을 사살했던 캐퍼라타씨는 "내가 과연 무공훈장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훈장을 얻으려고 참전한 것은 물론 아니다"고 했다. 그는 7년 전 옛 전우와 함께 한국에 방문했을 때를 떠올렸다. "제 전우가 말하길, 전쟁 후 폐허가 된 한국이 이렇게나 발전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한국군과 함께 한국을 지켜낸 것을 진정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수십 번의 전투에서 전공을 세운 그는 미국 최고 무공훈장 메달 오브 아너(Medal of Honor)와 은성무공훈장, 국가방위헌신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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