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에이라인치과 원장 "복지 사각지대 많아…난치병 어린이 치료 후원"] 

이재준 에이라인 치과 대표원장/(성남)경기=이기범 기자 leekb@

"말한 걸 지켰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경기 분당 정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재준 에이라인치과 대표원장(47세)은 지난 2010년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후 느꼈던 소회를 담담하게 전했다.

그의 말처럼 이재준 원장에게 기부는 삶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지만 그는 충청권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1억원 이상 개인기부자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2007년 12월부터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를 대상으로 '아너 소사이어티'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자수가 800여명을 넘어가지만 이 원장이 '아너 소사이어티'에 1억원 기부 약정을 했을 무렵에는 전국에도 채 30여명밖에 개인 기부자가 없을 때였다. 이 원장은 스스로 인터넷 검색을 해서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그 전에도 비정기적으로 기부를 했지만 공신력 있는 기관에 체계적으로 기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재준 원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병원을 개업하기까지 집안 형편이 여유로운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개원하고 나서 병원이 어느 정도 자리잡고 나니 제 능력에 비해선 과하게 누리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돈을 많이 벌어서라기보단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천안에 있는 단국대 치의대를 나와 자연스레 충청북도 청주에서 병원을 개원하고 현재 15년째 이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돕겠다는 생각은 치의대를 다니던 시절부터 항상 마음에 품었던 생각이었다. 이 원장은 그가 기부한 금액이 충청 지역의 선천성 기형이나 난치병,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이들의 의료비로 쓰이도록 지정기탁을 했다.

'아너 소사이어티' 약정 이후에는 5년에 나눠서 기부금을 전달하면 되지만 이 원장은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보냈다.

"돈이 있는 상태에서 기부를 약정한 것이 아니다 보니 저도 '이번 달에는 새로 장비도 들여놔야 하는데 어쩌나'하는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래도 적금 넣듯이 조금 여유만 생기면 모금회 쪽으로 보냈더니 2~3년만에 기부금을 완납했습니다." 

이재준 에이라인 치과 대표원장/(성남)경기=이기범 기자 leekb@

'마음의 빚'을 덜어낸 이 원장은 지금도 꾸준히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구개파열 등 교정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소개받아 무료로 진료하고 있다.

이 원장은 "소개를 받아 알게 된 고등학생인데 입안의 음식물이 코로 넘어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구개파열의 경우 성장과정에서 수술이 2~3번 필요한데 공공 의료서비스로 해결이 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의외로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청주 지역에 개원 당시보다 치과수가 늘어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의 수입도 예전같지 않지만 그는 여전히 기부를 기다리는 손길을 그냥 뿌리치지 못하는 성격이다. 환자의 가족이나 가족을 치료하는 의사가 요청한 기부처에도 조금이나마 마음을 보탰다.

"교정 전문 치과를 운영하고 틈틈이 기부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막연히 '수입이 많겠구나'고 생각하지만 사실 큰 돈을 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한 거지만 치과 매출은 100% 다 소득으로 신고하고 세금을 내고 나면 그리 많은 돈이 남지는 않습니다."

이재준 원장은 "주위를 보니 많이 번다고 해서 기부를 하고 적게 번다고 해서 기부를 못하는 것 같지는 않다"며 "기부에 있어서도 금액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는 습관인자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제 5살인 쌍둥이 자녀들이 좀 더 자라면 자신들의 용돈으로 기부하는 습관을 자연스레 길러줄 생각이다.

"우리나라에선 고액 기부자들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금액보다는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가까운 이들에게 무언가를 선물할 때 자연스레 그 사람이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행복해지지 않나요. 도움을 받는 사람도 행복하겠지만 한번 해보세요. 자신도 행복해집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