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다시 못하더라도 국악 수업은 계속 받고 싶어요.”

전북 전주의 보육원생들로 구성된 ‘바람꽃 국악 오케스트라’가 오는 22일 네 번째 정기 공연을 갖는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공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케스트라의 주축인 고3 단원 7명이 내년에 졸업하면 인원 부족으로 오케스트라 운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단원들은 부모가 없거나 집안 사정으로 가족과 떨어져 살 수밖에 없는 ‘삼성휴먼빌(옛 삼성보육원·전주시 완산구)’의 초·중·고생 32명.

지난해말 전주전통문화관에서 열린 '바람꽃 국악 오케스트라'의 세 번째 정기공연. [사진 전북도립국악원]

바람꽃 국악 오케스트라는 베네수엘라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오케스트라인 ‘엘 시스테마(El Sistema)’를 본떠 2012년 8월 창단됐다. 전북도립국악원이 단원들의 재능 기부를 바탕으로 한 문화·복지 사업을 제안했고,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사가 악기 구입 등에 5000만원을 후원하면서 성사됐다. 여기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북본부가 오케스트라 운영을 맡으면서 가야금·해금·태평소·피리·타악기·무용 등 국악 12개 분야를 망라한 오케스트라가 탄생했다.

그동안 전북도립국악원 단원 12명이 매주 한 차례 보육원을 방문해 일대일로 악기를 가르쳐 왔다. 최근엔 공연이 임박해 연습일을 일주일에 두 차례로 늘렸다. 지난 13일 보육원에서 만난 김모(13·중1)군은 “단원이 된 첫날엔 악기 다루는 게 어색했지만, 선생님 도움으로 악보 보는 법과 거문고 타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신시사이저를 맡은 홍모(12·초6)양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하면 재미있고 설렌다”며 “오케스트라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하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바람꽃 오케스트라는 올해 정기 공연을 포함해 지난 5년간 모두 15번 무대에 섰다. 특히 지난 1월 전북 고창에서 노인과 장애인 50명을 초청해 연주회를 여는 등 ‘예술나눔공연’만 6차례 열었다. 악기를 배우며 자긍심을 얻은 보육원 아이들이 또 다른 소외된 이웃에게 재능을 베풀고 있는 셈이다. 삼성휴먼빌 김미애(27) 사회복지사는 “평소 이부자리 정리도 않고 말도 듣지 않던 개구쟁이들이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진지하게 연주하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김종균(45) 도립국악원 기획 담당은 “졸업생이 많아 오케스트라 유지는 힘들더라도 보육원 아이들을 위한 국악 수업은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현재 다문화가정 자녀로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등 다각도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