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제37회 ‘장애인의 날… ’대구 직업시설 ‘숲’ 가보니
ㆍ“41명 빈틈없는 실력 자랑… 판로 열리면 더 많이 고용”

19일 대구 수성구 고모동 중증장애인고용사업장인 ‘숲’ 2층 제빵실. 위생복과 위생모를 두른 젊은이 20여명이 반죽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모두 1~3급 중증장애인이다. 반죽을 떼어 내 손으로 둥굴리기를 하던 박은정씨(26·지적장애)는 “소보로를 잘 굽는 멋진 제빵사가 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19일 오후 대구 수성구 중증장애인고용사업장인 ‘숲’에서 장애인들이 반죽을 굴리며 빵 모형을 만들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화니재단이 2013년부터 운영하는 직업재활시설 ‘숲’은 중증장애인 41명의 일터다. 이들은 장애를 딛고 빵과 쿠키를 구워내며 꿈을 키우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1300여㎡)의 이곳은 제과·제빵실을 비롯해 상담실, 휴게실 등을 갖추고 있다. 제과·제빵사와 직업훈련교사 등 직원 10여명이 번갈아 가며 이들을 돕는다.

장애인들은 면접과 실기테스트를 거쳐 취업하면 3~10개월간 직업훈련을 받는다. 이 기간 반죽을 비롯해 모형 내기, 크림 바르기, 포장 요령 등을 익힌 뒤 직무적합도에 따라 반죽·성형·오븐팀 등으로 나뉘어 정식 배치된다.

장애 종류와 정도는 제각각이지만 맛있는 빵을 구워내겠다는 의욕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신봉수 화니재단 사무국장(37)은 “장애인들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빈틈없이 하는 특성이 있다”면서 “빵의 품질과 맛은 프랜차이즈 제품에 비해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원재료는 밀가루가 아닌 100% 국내산 쌀을 고집한다. 단팥빵, 소보로, 롤케이크, 바게트 등 30여종의 친환경 빵과 초콜릿, 호두, 아몬드 등 10여종의 쿠키를 구워 학교, 관공서, 군부대 등에 납품한다.

작업장과 조리기구의 세척, 소독은 물론 종사자의 위생 상태도 철저히 점검한다. 이 같은 관리 덕분에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HACCP(식품위생·안정인증) 사업장으로 공인받았다.

장애인들은 하루 3시간(오전 11시~12시, 오후 1시~3시) 일하고 50만원 안팎의 월급을 받는다. 일을 통해 자연스레 사회성을 기르며 적응행동도 향상시킨다.

평소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던 조동주씨(25·자폐증)도 작업대 앞에선 롤케이크에 버터크림을 자로 잰 듯 매끈하게 발라냈다.

장애인 재활지도교사 출신인 손영미 화니재단 원장(54)은 장애인들의 고용을 늘려주고 싶은 게 꿈이다. 이곳에 들어오려 50여명이 대기하고 있다. “지금은 빵이 하루 평균 3000여개 팔립니다. 5000개까지 늘어나면 100명은 고용할 수 있거든요.” 손 원장은 “아직도 장애인 제품이라는 편견이 깔려 있어 판로를 뚫는 게 만만치 않다”면서 “장애인 복지와 고용증대 차원에서 관공서와 기업체 등에서 구매를 늘려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