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뮤지컬 ‘위안부 리포터’ 지난해 이어 두 번째 무대…위안부 박물관 기부 목적

“제 손으로 직접 찾아봤어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책도 보고, 다큐멘터리도 보고, 뉴스도 찾아보고. 그렇게 하다보니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또 다시 어린 순이 역으로 무대에 올랐죠.”

“남자주인공으로 결정된 이후 공연을 준비하는 틈틈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생각들을 해봤어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 아시죠? 그 말의 뜻을 다시 한 번 느꼈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헌정 뮤지컬 ‘위안부 리포터’에 참여했던 김민경(어린 순이역·가야고3) 양과 신민(준혁 역·가야고고2) 군의 이야기다. 공연을 직접 기획하고, 무대에 섰던 이들에게 지난 1년간 어떤 변화가 찾아온 걸까.

중·고등학생 18명이 주축이 돼 진행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헌정 뮤지컬 ‘위안부 리포터’. 이번 공연의 수익금은 전액 위안부 박물관에 기부될 예정이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18명이 주축이 돼 만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헌정 뮤지컬 ‘위안부 리포터’가 지난 8월 1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무대에 올랐다. 비영리 극단 ‘더문아트컴퍼니’와 정부육성 청년벤처기업 ‘희망멜로디’, 예비사회적기업 ‘로하’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부산일보사,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가 후원한 뮤지컬이다.

순수 창작뮤지컬인 ‘위안부 리포터’는 98세 최고령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의 자서전 ‘나를 잊지 마세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로, 위안부 피해자를 대상으로 취재를 하는 기자가 매일 문 앞에 앉아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순이 할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내용이 전개된다. 러닝타임은 1시간 10분.

지난 2013년 교육부 지원 학교뮤지컬로 시작한 이 뮤지컬이 1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참여했던 뮤지컬 단원들이 그대로 1년 만에 총 706석 규모의 영화의전당 무대에 오르게 된 것. 이들이 다시 무대에 오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부산의 유일한 위안부 박물관인 ‘민족과여성 역사관’의 후원을 위해서였다. 공연수익금을 전부 위안부 박물관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생각이 18명의 학생들을 무대 위로 이끌었던 것. 이에 따라 이날 공연은 VIP석은 기부, R석은 5만 원, S석은 3만 원, A석은 2만 원, 중고생은 50% 할인된 금액으로 즐길 수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우리가 반드시 잊어서는 안될 역사이지만, 정작 그와 관련된 역사관은 재정난을 이유로 계속 사라지고 있는 형편이다.

공연을 기획한 더문아트컴퍼티 김문희 대표는 “부산 지역 유일한 위안부 박물인 ‘민족과여성 역사관’은 한 개인이 사비를 털어 문을 연 곳으로, 최근 밀린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해 폐관 위기에 처했다.”며 “이 소식을 듣고 지난해 무대에 올랐던 학생들을 다시 불러모아 기부금 마련을 위한 헌정 뮤지컬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획은 거창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특히, 김문희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중학교에 소속된 음악교사였지만, 올해 학교를 그만둬 그가 이끌던 뮤지컬팀은 해체된 상태였고 일부 학생들은 학교 졸업 후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며 흩어져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길은 고민 끝에 열렸다. 정부육성 청년벤터기업인 ‘희망멜로디’에서 공연기획과 영상음악 등 음악 재능을 기부하고,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돼 현재 부산 위안부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로하’에서 도움을 손길을 건넨 것. 문화체육관광부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역시 공모를 통해 비영리극단 ‘더문아트컴퍼니’ 소속 청소년 뮤지컬단에 일정 금액을 지원해줬다.

폐관 위기에 처한 위안부 박물관을 돕기 위해 기획한 이번 공연은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은 험란했지만 다양한 도움의 손길로 드디어 지난 8월 1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빛을 볼 수 있었다.

더문아트컴퍼티 김문희 대표는 “지역 스타트업 기업의 재능기부, 지역 위안부센터에 대한 인식 제고, 공연 문화를 통한 사회적 기여, 청소년 대상 위안부 역사 교육을 큰 목표로 잡고 행사를 진행했는데 무엇보다 아이들을 가장 큰 주축에 세웠다.”며 “공연 기획안이 나오고, 날짜가 정해지자 지난해 무대에 올랐던 아이들과 올해 무대에 오를 아이들이 직접 SNS를 통해 홍보하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역사를 앞장서서 알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예산 확보나 비용 문제, 대관 등의 문제에는 어른들의 손길이 닿았지만, 그 밖의 것들은 모두 아이들의 몫이었다. 무대 연기는 물론 SNS를 통해 공연과 위안부 박물관이 처한 현실, 위안부 피해 사실과 관련한 우리의 역사를 올바르게 홍보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었다.

남자주인공 역할을 맡은 신민 학생은 “위안부 관련 망언을 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궁금해 직접 책까지 찾아봤다.”며 이번 뮤지컬에 참여하면서 올바른 역사관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공연 현장에서는 위안부 관련 망언 장면도 함께 영상자료로 활용했다.

창작뮤지컬 ‘위안부 리포터’의 두 번째 공연에서 새로 남자주인공 역할을 맡은 신민(준혁 역·가야고 2년) 군은 “남자주인공으로 배역이 확정되고 위안부 역사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아픈 역사를 가진 위안부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나 싶을 정도로 잘못된 역사관을 가진 학자들을 보며 분노를 느꼈다.”며 “이 공연을 통해 잊혀져가는 역사를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민경(어린 순이역·가야고3) 양은 “무대에선 어린 순이 역을 연기하는 한 명의 연기자였지만, 무대 밖에서는 잘못된 역사관을 갖고 있는 또래 친구들에게 공연을 준비하면서 알게된 가슴아픈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역사를 올바르게 홍보하는 데 앞장섰다.”며 “두 번이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랐지만 여전히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면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고 말했다.

현장을 찾아 학생들의 무대를 지켜본 학부모들은 “딱 우리 아이들 또래에 저런 험한 일을 당했을 걸 생각하니 더 눈물이 난다.”며 “사는 게 바쁘다보니 잊고 살았는데 절대 잊어서는 안될 역사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며 박수를 보냈다.

당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소녀들과 비슷한 또래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연기를 펼쳤다.

공연 수익금은 모두 민족과여성 역사관에 기부될 예정이다. 민족과여성 역사관 김문숙 관장(여·86세)은 “지난 2004년 개인 재산을 털어 부산의 유일한 위안부 박물관의 문을 열었지만, 2012년 밀린 월세를 내지 못해 폐관 위기에 처하는 어려움도 겪었다.”며 “그런 위기에 처할 때마다 중·고등학생들이 돼지저금통을 보내주며 힘을 보탰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나며 역사가 희미해지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격려가 더욱더 필요할 때”라며 학생들의 헌정 공연에 화답했다.

한편, 다가오는 8월 14일은 세계 위안부의 날이다. 이날은 지난 1991년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증언한 날로, 2012년 제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세계 위안부의 날’이 지정됐다.

공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