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영상-대면낭독-무상배달…국립장애인도서관 다채로운 장애인 서비스

연말을 코앞에 둔 12월 중순의 평일 오후. 영하 10도에 육박하는 추운 날씨지만 도서관은 여전히 이용객들의 공부와 독서 열기로 후끈하다. 필자 역시 자료 열람을 위해 도서관을 2~3주에 한 번 꼴로 이용하는 편이다. 언 손을 녹여가며 도서관 출입증을 찍던 중, 문득 ‘집에서 편하게 인터넷으로 대출 서적을 읽고, 이왕이면 집까지 배송해주는 대출제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종종 해보기도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국립중앙도서관(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들렀다가 이미 이런 서비스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장애인들의 편의를 고려한 서비스이긴 하지만 필자가 상상했던 서비스와 상당 부분 닮아있었다.

가장 손쉽게 만나볼 수 있는 서비스는 ‘장애인 대체자료 서비스’이다. 국립장애인도서관 사이트(http://nlid.nl.go.kr)에 접속하면 장애인들을 위해 점자, 수화, 자막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된 도서 영상을 가정에서도 손쉽게 열람할 수 있다. 대체자료를 이용하기 위해선 장애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고 검토 후 승낙을 받으면 된다.

국립장애인도서관 홈페이지 메인에서 찾을 수 있는 ‘장애인대체자료’ 목록.

청각장애인들이 이용할 만한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로, 수화영상 도서자료와 화면해설 영상자료가 있다. 수화영상 도서자료는 도서 및 TV 프로그램에 배우들의 수화 연기를 입혀 찍은 영상물로, 도서를 전부 다 재연한 완역본과 줄거리 요약본으로 나눠 제공하고 있다.

화면해설 영상자료는 다큐멘터리, 시사 등 TV프로그램 영상에 해설을 입힌 영상물이다. 수화영상도서의 경우 11월 한 달간 150건 이상, 화면해설자료는 12월 한 달간(12월 15일 기준) 60건에 가까운 최신 자료들이 등록되는 등 신속하고 방대한 업데이트가 이뤄지고 있었다.

수화영상자료 화면(제공=국립중앙도서관)

대체도서자료 이용과 함께 청각장애인들의 독서 활동을 돕기 위해 시행 중인 학습 지원 서비스도 인기가 높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국립장애인도서관의 ‘대면낭독 서비스’이다. 대면낭독 서비스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통역사가 수화로 직접 책을 읽어주는 서비스로, 문해력(文解力) 부족으로 인쇄자료 이용이 어려운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마련된 서비스다.

국립장애인도서관 지원협력과 노정미 주무관은 “수화를 아는 청각 장애인은 영상도서를 이용할 수 있다. 일반 도서의 경우 동음이의어, 중의적 단어, 속담, 상식 분야 등, 문자 그대로 읽는 건 가능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발생한다. 글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통역사가 도서의 내용을 요약·전달하고, 이해가 부족한 부분을 설명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면낭독 서비스의 경우, 이용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아 5개 거점 지역(서울, 부산, 대전, 강원도, 전라북도)에서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확대 실시하기도 했다. 장애인들이 주 1회 지역 내 도서관을 방문해 수화영상도서, 문자도서를 읽고 통역사와 토론하며 책과 친숙해지는 한편, 도서관 이용 교육을 통한 자기주도적인 독서 생활화를 도모했다는 점에서 꽤 호평을 받았다.

공공기관 소속 문화관광해설사를 준비하며 대면 낭독프로그램을 이용했던 한 준비생은 “하루 2시간씩 도서관에 대면낭독을 신청해 통역사님과 함께 공부했다. 역사, 문화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쌓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며 뿌듯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수화대면낭독 프로그램이 이뤄지는 모습(제공=국립중앙도서관)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집으로 대출신청자료를 무료 배달해주는 ‘책나래’, ‘책바다’ 서비스도 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을 두고 있다. 책나래 서비스는 거주지 공공도서관에 전화하거나 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 본인이 원하는 도서관 자료를 신청하면 우체국 택배를 통해 무상으로 집까지 배달해준다. 반납할 때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가능하다.

시각장애인 1~6급, 지체·신장·심장·뇌병변(1~3급) 장애인 등 88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돼온 책나래 서비스는 올해 5월부터 등록장애인에서 ‘거동불편자(1~2등급)’ 및 ‘국가유공상이자(1~3급)’로 시행 범위가 확대됐다. 이번 확대 시행으로 등록장애인 중 간질·안면·언어·자폐성·장루·요루·정신·지적·호흡기장애인(1~3급)은 물론 ‘거동불편자에 해당하는 자(1-2등급)’, ’국가유공상이자(1-3급)‘ 등 43만여 명이 추가돼 총 131만여 명을 대상으로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장애인의 집’으로 신청도서가 직접 배송되는 책나래 배달 서비스(제공=국립중앙도서관)

회원이 원하는 자료가 해당 도서관에 없을 경우, ‘책바다’ 서비스를 통해 협약을 맺은 다른 도서관에 신청, 소장 자료를 이용할 수도 있다. 책바다 서비스는 해당 도서관에 직접 방문해 도서를 대출하거나 반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책나래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객은 책바다 서비스와 책나래 서비스를 연계하여 이용할 수 있다. 책바다 서비스의 대출 한도는 회원 1인당 3책(장애인 대체자료 중 점자도서, 녹음도서 등의 분책 자료의 경우 1인당 6책)이다.

올해 재판연구원으로 임용된 김 모 씨는 “실명하고 공부를 다시 시작했을 때 가장 힘든 점이 책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며 “장애인도서관 덕분에 지난 2년간 큰 어려움 없이 학교를 졸업하고 내년부터는 재판연구원으로 일하게 됐다. 앞으로도 장애인들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더 활성화돼 많은 사람들이 책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꽁꽁 얼어붙은 날씨만큼이나 심신도 지쳐가는 겨울이지만,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이들의 학습 의욕과 열정은 장애마저도 꺾을 수 없었다. 이들의 요구와 절실함에 부응해 내년에도 더욱 다양한 장애인 도서 지원 서비스가 시행되길 바라본다.  

☞ 국립장애인도서관 홈페이지 (http://nlid.nl.go.kr)
- 이용시간 : 월~일요일 09:00~18:00, 야간도서관 18:00~22:00
- 휴       관 : 매월 둘째·넷째 월요일, 일요일을 제외한 공휴일
  (설 연휴와 추석 연휴 기간 중의 일요일은 휴관)
- 자료신청 : 09:00~17:00
- 문의전화 : 1644-6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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