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에 150번 웃으며 인사하는 건어물상 "외국에 한국 전통시장의 정(情) 알리고 싶어요"

강원도 강릉 중앙시장서 건어물 장사를 하는 정현교(46)씨.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항상 웃으며 인사한다. 이우주 기자.

“안녕하세요. 행복하세요. 선생님”

평창동계올림픽을 보러온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강원도 강릉중앙시장에 갈 때면 항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다. 한 건어물 시장 상인의 인사인데 지나가는 이에 따라 인사말이 다르다. 올림픽 자원봉사자가 지나갈 땐 “자원봉사자들 자랑스럽습니다”라며 엄지를 척 내밀고 외국인이 지나가면 “Welcome(반갑습니다) Have a nice day(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지난 13일 이 상인이 몇 번 “안녕하세요”를 하나 궁금해 직접 세보니 10분에 150번쯤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중앙시장에서 2년간 건어물 장사를 하고 있다는 정현교(46)씨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미소가 담긴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정씨가 이토록 인사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예전만 해도 전통시장은 불친절하다는 인식이 있었다”면서 “전통시장은 단골 위주로 장사가 되는데 사람들과 정(情)을 살리기 위해 밝고 크게 인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답했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KTX 경강선이 개통되며 시장엔 외국인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정씨의 밝은 인사 덕에 시장을 찾은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까지 좋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며칠 전 캐나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과 호주 IOC위원도 시장을 거닐다 정씨 가게에 들러 건어물을 사갔다. 올림픽이 시작된 뒤 정씨는 외국인들에게 한과를 건네며 ‘한국 전통시장의 정’을 알리고 있다.
 

강원도 강릉 중앙시장서 건어물 장사를 하는 정현교(46)씨.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항상 웃으며 인사한다. 이우주 기자.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정씨지만 외국인을 만날 때마다 그 나라의 칭찬을 잊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오면 등려군의 ‘첨밀밀’을 흥얼거리고 일본인 관광객이 오면 ‘블루라이트 요코하마’라는 곡을 불러준다. 정씨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자기 문화를 이해해주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유튜브 영상을 보며 노래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정씨의 행복 바이러스는 시장 전체를 ‘웃음’으로 물들였다. 정씨 가게의 손님이 늘자 주변 상인들도 ‘인사 경쟁’에 동참한 것. 정씨 가게에서 건어물을 사던 김모(78)씨는 “시장에 올 때마다 친절한 모습에 내 기분이 좋아진다”면서 “건어물이 필요할 땐 마트대신 전통시장을 찾는 편”이라고 했다.

정씨는 “올림픽이 시작하면서 영국 BBC 등 외신에서 시장을 취재 온다”면서 “시장의 친절한 얼굴을 보고 한국이 ‘선진국’이구나 느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