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로확보·일손돕기…우리사회 튼튼하게 하는 ‘밑거름’ | news | 2012-04-06 |
출발한 지 몇 시간쯤이나 지났을까. 달리는 차창 너머로 시골 들녘과 이름 모를 산들이 무수히 지나간다. 좁은 산길을 한 굽이 돌자 맑고 상쾌한 바람이 머리칼을 간질이며 자그마한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이곳이 원주 시내에서도 승용차로 좁은 산길을 40여분 가야 만날 수 있는 곳, 나에게는 생애 첫 자매결연 마을이자 우리 공단과는 지난 2010년 1사1촌 결연을 맺은 단강2리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남한강에 홍수가 나면 붉은 물이 흐른다고 해서 붉은 강이라는 뜻의 단강2리. 우리 공단과 1사1촌 결연을 맺고 의료봉사활동은 물론, 매년 지역 특산물 구매 등 정기적으로 교류해 왔고 2014년에는 공단이 단강2리와 가까운 원주 혁신도시로 이주할 예정이라 더욱 인연이 깊다고 할 수 있다.
20여명의 공단 직원들과 함께 준비한 선물을 양손에 들고 마을회관에 들어서자 벌써 많은 어르신들이 모여 계셨다. 어르신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필수적인 자가 혈압, 혈당 측정기 등을 전달하자 아이처럼 기뻐하시는 모습에 나의 부모님 생각이 절로 났다. 앞니가 다 빠져 발음이 새고 지팡이 없이는 걷기조차 힘들어 보이는 분들도 계셨지만 뭐가 그리도 좋고 즐거우신지 정겨운 강원도 사투리와 함께 들리는 큰 웃음소리가 우리 일행의 마음을 즐겁게 했다.
어디선가 침샘을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멀리에서 손님이 왔다고 아침부터 단강2리 할머니들이 손맛을 한껏 발휘했단다.
여러 가지 떡과 파전, 잡채, 막걸리 등. 누가 소박한 시골밥상이라고 얘기했는가. 단강 2리 부녀회의 구수한 손맛이 한정식 한상을 뚝딱 차려냈다. 처음 뵙는 어르신들과 마주 앉아 맛있는 음식을 함께하며 단강2리에 대한 소개와 함께, 많은 농촌지역이 처한 농산물 판로 부족의 어려움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또 지역인구의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함에 따라 공단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셨다.
그래서 쌀과 감자, 고추 등 단강리 지역의 농산물이 안정적으로 판매될 수 있도록 우리 공단 직원과 함께 판로를 만들어 나가고 주말을 이용해 부족한 일손도 지원하겠다고 약속 드렸더니 모두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신다. 일 년 동안 뜨거운 햇볕을 맞으며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운 농산물이 판매되지 않았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 땅만 믿고, 농사가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세월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공단이 앞장서서 도와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요….”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한 분이 작별 인사를 드리던 우리 직원의 손을 잡고 말씀하신다. “뭐가 그렇게 고마우세요?”라고 여쭸더니 “사람이 그리운데 찾아와줘서 고맙고 특히 공단이 잊지 않고 와줘서 고맙죠.” 투박하고 주름은 깊지만 고향 아랫목처럼 따뜻한 손으로 우리 직원의 손을 꼬옥 잡으시며 연신 고맙다고 하시는 할머니. 더 많은 공단 가족들과 올가을에 꼭 다시 찾아오겠다는 다짐을 했다.
우리 공단은 원주시 단강2리뿐만 아니라 지역본부마다 별도로 결연을 맺고 있어 전국적으로 9개 마을과 1사1촌 결연을 맺고 있다. 우리의 활동이 어렵고 힘든 소외계층과 농촌을 지키고자 힘쓰시는 어르신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렸으면 좋겠다. 이런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살맛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올가을, 다시 찾을 단강리 어르신들의 환한 웃음을 꼭 다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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