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과 MT를 간다, 왜?

백석대 특수체육교육과는 학교 인근 복지시설 장애인들과 함께 MT를 간다. 이 전통은 학과가 생긴 2004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MT를 통해 특수체육에 대한 이해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한다. 3학년에 재학 중인 이근용 씨는 “학생들끼리 놀다 오는 게 MT인줄 알았다가 장애인들과 같이 간다고 해서 불평을 했다. 하지만 놀이를 겸한 체육활동을 함께 하면서 장애인들도 뭐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장애인과 함께 하는 MT’의 장점을 말한다. 1박 2일간의 MT는 신입생부터 3학년생까지 재학생 대부분이 참가한다. 학교 체육관에서 학생과 장애인이 1:1로 조를 짜 다양한 체육활동으로 얼굴을 익힌 후 근처 리조트로 옮겨 함께 잠을 자고 생활한다. 강의실에서 배운 것을 현장에 적용해 보는 귀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MT의 프로그램은 모두 학생들이 짠다.

‘특수체육학’은 장애인들의 건강과 체육활동을 도와주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백석대는 특수체육교육과를 사범대에 넣어 날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특수체육교사와 관련분야에 진출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특수학교는 136곳에 2만4795명이 재학 중이고, 일반학교에도 3944개의 특수학급에 2만6925명의 학생이 있다. 사회복지정책의 강화로 특수학급과 관련 시장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강유석 백석대 특수체육교육과 교수는 “특수체육에 대한 ‘잡(Job) 시장’이 열렸다. 장애인들의 증가로 특수체육교사와 행정인력의 수요가 늘고 있다. ‘장애인 체육 전일제 지도자’ 등 장애인 생활체육 전문가도 필요하다. 내년부터는 ‘장애인 스포츠 지도자2급’ 국가자격증도새로 생긴다”며 학과의 발전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한다. 강 교수의 말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2013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장애인은 2012년 말 현재 211만 명으로 2000년 95만8000명에서 162%포인트 늘어났다. 이중 40세 이상의 장애인은 84.6%, 65세 이상의 노령 장애인도 38.8%에 달해 장애인의 노령화도 급속히 진행 중이다. 급증하는 장애인을 보호 관리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관련전문가가 필요한데 그런 인력을 배출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백석대 특수체육교육과의 포부다.

‘장애이해’ ‘체육’ ‘교육’ ‘현장실습’이 특수체육교육과가 지향하는 전문가 양성의 기본틀이다. 바탕에는 백석대 교육이념이 투영돼 있다. 백석대는 ‘인성과 영성(靈性)을 갖춘 창의적 지도자 양성’이라는 교육이념을 갖고 있다. 학과는 그에 맞춰 ‘장애인 체육산업의 서번트 리더 양성’을 학과 목표로 정했다. 2학년 전공필수인 2학점짜리 ‘장애인 체육산업 서번트 리더십 이해’와 3학년 전공필수인 ‘장애인 복지와 윤리’, 비교과 과정인 ‘장애인 체육지도자의 전문성과 리더십’을 통해 학생들이 ‘기독교적 인간관’에 입각해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정립할 것을 요구한다.

커리큘럼의 체계는 1학년 때 다양한 교양수업을 통해 사고의 밑바탕을 만들고, 2,3학년 때는 현장 관찰과 실습을 통해 전공 전문성을 높이며, 4학년 때는 교생실습과 장애인체육산업현장실습을 통해 현장 실무능력을 배양하도록 짜여 있다. 특수체육교육과가 개설한 전공과목 46개 중 24개가 실험실습 중심이다. 학과는 앞으로 실험실습 교과목 비중을 더 늘릴 예정이다.

4학년 강재원 씨는 “특수체육교육과의 강점은 실무능력을 배양해 주는 커리큘럼에 있다. 신입생 때부터 전임교수들이 개설한 다양한 동아리 활동에 참여해 강의실에서 배운 이론을 장애인들과 어울리면서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학과는 ‘장애아동체육교실’ ‘운동발달 클리닉’ ‘장애성인운동체육교실’ 등 10여개의 동아리와 ‘휠체어 농구부’ ‘보치아부’ ‘장애인 수영부’ 등 8개의 장애인 스포츠 운동부를 운영중이다. 동아리와 운동부는 모두 전임교수들이 지도교수로 참여해 강의 연관성을 높여주고 있다.

학생들은 장애인을 가르치는 지도교사 역할도 한다. 2학년 김민영 씨는 강 교수가 천안시 장애인 보호작업장에 근무하는 장애성인들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장애성인운동체육교실’에 지도교사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7명의 20~40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뉴 스포츠인 ‘플로어 볼’ 규칙과 볼 잡는 법, 자세 등을 가르치고 있다. 장애인들에게도 일반인들처럼 신체활동이 꼭 필요하다. 가르치는 게 부족한데도 열정적으로 배우려는 걸 보고 더 열심히 배워 많은 걸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한다. 강 교수는 “학생들은 이런 기회를 통해 ‘지체장애체육교육론’과 ‘운동상해와 응급처치’과목에서 배운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는 연습도 한다”고 말했다.

한 건물 안에 있는 ‘수업행동분석실’ ‘동작실습실’ ‘인지학습실’ 등 다양한 실험 실습실들은 학생들이 전공전문성을 강화하는데 유용한 인프라다. 또 하나의 강력한 인프라는 ‘공부하는 젊은 교수들’이다. 교수 6명의 평균 연령은 40대 초반. 교수들은 왕성한 체력을 바탕으로 실험실습을 주도하고 학생들과 축구 배구 등을 함께 하며 긴밀한 스킨십을 맺고 있다. ‘교수학습프로그램’은 특수체육교육과 교수들이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기 위해 스스로 만든 시스템. 교수들은 세미나를 통해 자신들이 담당할 과목에 대한 연구와 강의 계획 등을 다른 교수들과 공유한다. 강 교수는 ‘특수체육 논리 논술’이란 과목을 개설하기 위해 이런 과정을 통해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교수들은 이번 학기부터 2주에 한 번 ‘교수법 개발 소모임’을 만들어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학과는 임용고사, 장애인 체육 산업, 장애인 연구, 장애인 스포츠 등 4개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실무능력 제고와 진로 탐색에 도움을 주고 있다. 특수체육교사를 꿈꾸는 4학년 진규희 씨는 “올 11월 김준홍 서울수중재활센터장의 ‘장애인 수중재활운동전문가양성과 비전’ 특강을 듣고 난 후 장애인들이 수중재활을 통해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중에 교사가 되면 장애 학생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수중재활을 꼭 시도해 도움을 주고 싶다”며 특강이 전문성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외부전문가 특강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아 재학생의 80% 정도가 수강하고 있고, 강의 후에는 소감문을 받아 다음번 특강 주제를 선정하는 데 참고자료로 삼고 있다.

백석대 특수체육교육과는 올 6월말 교육부가 선정한 ‘지방대학 특성화학과’에 선정됐다. 5년간 매해 지원받는 3억원은 전공전문성을 기르고 진로다양화 기반을 마련하는데 쓸 예정이다. 학과는 올 2학기부터 BUCSL(백석 창의적 서번트 리더십) 인증 제도도 도입했다. 인증서를 받은 35명에게 300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는데 평가 항목은 학과성적 3.5이상, 봉사점수, 자격증, 외국어 점수 등이었다. 강 교수는 BUCSL의 목적은 “전공전문성과 현장 기반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특수체육교육과가 ‘충청남북도와 대전시 세종시 2급 장애인스포츠 지도사 연수원’으로 선정돼 지금보다 더 강화된 현장실무 능력을 갖춰 해당분야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 강 교수는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해당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정부지원금을 교재구입비와 강사 지원에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격증은 복지관 취업과 장애인 스포츠지도자 및 심판 자격을 획득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현장에 바탕을 둔 특수체육교육과의 우수성은 천안시 장애인 체육회에 근무 중인 졸업생 이선기 씨(07학번)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4년 동안 많은 봉사활동을 했다. 덕분에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고 어떤 연령대의 장애인에게 스포츠 지도를 하더라도 어려움이 없다. 집에 있는 장애인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해 자신감을 갖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특수체육교육과의 최근 3년간(2012~2014년) 취업률은 72.2%로 4년제 대학 평균 59.5%, 백석대 평균 49.5%를 훌쩍 뛰어넘는다. 입학성적 또한 학교 내 상위권이다. 2014년 정시 모집 최종 등록자의 성적은 수능 3~4.1등급이다. 입학성적 기준으로 백석대 특수체육교육과는 전국 13개 동종 학과 중 3, 4위권. ‘이른 시일’내에 1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1등이 되는 관건은 역시 취업. 취업 전략에 대해 강 교수는 “교육연수, 재활복지, 스포츠 여가, 시설장비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해 취업률을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백석대는 교수들이 입학과 동시에 학생을 책임지는 ‘담임 교수 멘토링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취업률을 높이는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2013년 특수체육교육과 교수 6명은 학생들과 409번이나 상담을 했다. 또 1학년 1학기와 4학년 2학기 필수 과목에 ‘대학과 진로’ ‘취업과 진로’라는 과목을 넣어 대학생활의 적응을 지원하고 적합한 진로를 찾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만약 특수체육교육과가 기업들이 보유한 막대한 사회공헌기금을 활용해 사회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면 학생들은 물론이고 사회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업들이 새로운 트렌드로써 진지하게 고민해볼 대목이다.

“일반인들에게 생활체육 개념이 보편화 돼 운동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장애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똑 같은 사람이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

백석대 특수체육교육과 교수와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특수체육교육과의 존재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