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119 레오 이승우 대표, 소방관 公傷 문제 도우려 창업
3년간 이익 절반 3400만원 기부 "이젠 소방서에서 먼저 연락 와요"

지난달 말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공유 사무실. 십수 개의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이곳은 저마다 회의하는 소리로 북적거렸고, 복도마다 각종 자재가 쌓여 있었다. 젊은 창업자들의 열정이 모인 곳에 소방서에서나 볼 법한 소방복이 입혀진 마네킹이 눈길을 끌었다.

소방복을 입은 마네킹을 가져다 놓은 이는 사회적 기업 '119 레오'의 대표 이승우(27)씨다. 소방서에서 쓰는 폐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해 가방을 만들어 판매하고 영업이익의 절반을 암 투병 소방관에게 기부한다.

최근엔 몽골 고비사막 극지 마라톤에 출전한 전남 순천소방서 정은주 소방관을 후원하는 펀딩을 위해 물병과 물병가방 세트를 제작하기도 했다. 회사 이름 레오(REO)는 '소방관과 우리, 서로가 서로를 구한다(rescue each other)'는 뜻이라고 한다.

‘119 레오’ 대표 이승우(가운데)씨는 “우리에게 최고의 마케팅은 소방관들의 멋진 모습을 알리는 것”이라고 했다. 119 레오에는 김서현, 이승주, 김예진(뒷줄 왼쪽부터) 디자이너 등 네 명이 참여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건축학도인 이씨가 암 투병 소방관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6년. 당시 언론에서 소방관들이 방화장갑을 자비로 구입하는 등 장비 부족이 심각하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이씨는 "상식적으로 믿기 힘든 소식이었다"며 "이게 정말 사실일까 궁금해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 길로 서울 지역 소방서들을 찾아다니며 한 달 동안 소방관 120여 명을 만났다. 돌아온 답은 "장비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일을 하다 암에 걸려도 공무상 상해(공상)를 인정 못 받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라는 것이었다. 당시 암 투병을 하는 소방관 150여 명 중 공상 인정 사례가 1~2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씨는 대학교 창업동아리를 통해 119 레오를 시작했다.

창업을 하고 나서도 해외의 소방관 공상 처리 문제에 대해 배우기 위해 작년 여름 미국 LA 소방국을 찾아가기도 했다. 이씨는 "현지 담당자가 우리의 사업 모델을 듣고 '여기에 왔다 간 한국 국회의원, 소방 관계자가 얼마나 많은데 아직도 한국에서 이 문제가 해결이 안 됐느냐'며 언성을 높였다"며 "아픈 소방관이 나오면 일단 보험 처리를 한 뒤 국가와 보험사가 공상 인정 여부를 두고 싸우는 미국처럼 우리도 아픈 사람은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했다.

이씨의 사업 운영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처음에는 소방서에서 폐기되는 방화복조차 제공하지 않으려 했다. 재향소방동우회를 통해 자신의 취지를 설명하고, 소방서들에 이씨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폐방화복이 나오는 소방서에서 먼저 연락이 온다고 한다. 일선 소방서에서 받던 폐방화복을 소방본부에서 받는 방안도 현재 논의 중이다.

사업이 아직 크게 번창한 것은 아니다. 3년간 영업이익의 절반을 기부했는데 총 금액은 3400여만원이었다. 적자가 날 때는 사비를 털거나 빚을 져서 기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씨는 "항상 잘되는 펀딩만 있을 순 없다"며 "내 돈으로 메우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소방관 인식 개선을 위한 전시회도 열고, 방화복 세탁·관리를 위한 소형 센서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소방관을 불쌍한 이미지로 만들어서 감정팔이식 모금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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