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스토리]“언제든 위급상황 발생 시 국민 곁에서 헌신하는 것이 간호장교” ◇국군춘천병원 응급실을 지키는 김혜주 대위(가운데 부터), 대구 동산의료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김혜주 대위의 모습.

코로나19 대구 의료 지원 당시 `콧등 밴드'로 감동 선사 `국군춘천병원 김혜주 대위'

환자 쏟아지고 의료진 부족 `악전고투'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겠다는 생각뿐
쓸쓸하게 돌아가시는 분들 보며 안타까워
동료들과 만들어낸 전우애 소중한 자산

자가격리 마치고 본연의 임무 복귀

많은 분의 관심·응원 부끄럽기도 하고 감사
최근 간호장교 꿈꾸는 청소년 질문 많이 받아
전문분야 공부·체력·애국심 등 두루 갖춰야

코로나19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급속 확산되면서 한국사회가 극도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던 3월. 마스크를 오래 써 콧등이 헐어버렸지만 밴드를 붙인 후 다시 마스크를 쓰고 대구 동산의료원 격리병동에서 의료진 20명과 함께 환자를 돌보던 한 간호장교의 헌신적인 모습이 언론과 유튜브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그가 바로 국군춘천병원 소속 김혜주 대위(육군 전문사관 16기)다. 김 대위는 지난달 21일 해단식에 이어 2주일간의 자가격리 생활을 마치고 국군춘천병원으로 복귀했다. 이제는 국군춘천병원 응급실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김혜주 대위와 지난 15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상에 대한 애정과 환자 보호에 대한 남다른 사명감 등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 갔다.

■대구 코로나19 현장에서 춘천으로 복귀했다. 콧등과 이마의 상처는 괜찮은가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가족들의 걱정도 있었지만 이제는 많이 나았다. 해단식 이후 자가격리 생활을 하던 2주일간 상처가 많이 아물었고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게 됐다. 어려운 상황에서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밴드를 붙이고 환자를 돌보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너무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아 부끄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 격리병동에서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다가 생긴 상처라는 점에서 많은 분이 안타깝게 생각해 주시고 아픔을 함께 느껴주셨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도 가슴이 찡했다.”

■근무 당시 대구 상황은 어땠나

“처음 근무할 당시부터 환자가 너무 많아 중환자실이 꽉 찼다. 대구와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환자가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다 보니 보유 병상으로는 감당이 안 되더라. 초기부터 병상 240베드가 꽉 차 있었다. 결국 환자의 중증도별로 건물을 분리해 전체적인 병상과 중환자실을 늘려 나갔다. 그렇게 환자가 쏟아지고 병상이 늘어났지만 의료진은 한정돼 있으니 모두가 하루 종일 방호복을 입은 채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지는 것도 모르고 일했던 것 같다.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의료진이 스스로를 희생해 가면서 환자를 돌봤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극한 상황 속에서 팀원들끼리 서로 많이 의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모두들 너무 힘들고 지쳐서 짜증나고 다툴 법도 한데 한 사람도 그러지 않았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눈앞에 두니 전우애가 절로 생겼던 것 같다. 잘 따라와 준 후배 간호장교들에게도 너무 고맙고 기특한 마음이 든다. 지금도 후배들과 SNS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이런 팀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겠느냐는 대화를 나눈다. 소중한 동료 의료진들, 그들과 나누고 만들어낸 전우애와 신뢰가 코로나19 사태가 나에게 남긴 소중한 자산이다.”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었나

“치매 할머님이 있었다. 들어오자마자 사복을 입은 채 자신은 아들과 함께 집에 가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그러다가 간간이 정신이 돌아오면 많은 사람을 힘들게 만들어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를 하셨다. 환자가 물밀듯이 밀려들어 오는 급박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할머니만 보면 마음이 찡했고 우리 할머니 생각도 났다. 치매로 인해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도 예전의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는 걸 보면서 꼭 나아서 나가게 해 드려야겠다고 매일 다짐했다.”

■평소 응급실에서 군인들을 대할 때는 잘 느끼지 못했던 감정도 있었을 것 같다

“그렇다. 응급실은 워낙 급박하기도 하고, 특수성이 강한 곳이어서 환자의 입장을 찬찬히 생각해 보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구 파견 경험이 성장의 계기였던 것 같기도 하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특성상 보호자들이 환자와 함께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최선을 다해 환자들의 마음까지 돌봐드리려 노력했던 것 같다. 가족이 함께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쓸쓸하게 돌아가시는 환자분들을 볼 때면 너무 안타까웠다.”

■신임 간호장교들이 임관 뒤 곧바로 코로나 현장에 투입됐다

“사실 신임 장교들 얼굴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기특하고 고맙다는 생각만 들었다. 같은 팀에 있던 후배 간호장교들도 경력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닦은 기량을 믿고 최전선에서 환자를 돌보는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했던 것 같다. 위기일수록 의료진이 한 팀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한데, 최선임이 된 입장에서 리더십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막내 간호장교가 파견 도중 감기에 걸려 코로나19가 아닐까 자책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위로를 건네자 한결 편안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의지할 수 있는 선배로 남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5년 차 간호장교 시절 좋아하던 선배가 `너무 딱딱하면 부러진다. 좀 유연해야 한다'는 조언을 해 준 적이 있었는데, 이제야 그 말의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간호장교로서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최근에는 동료 간호사들이나 청소년들로부터 어떻게 해야 간호장교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 그럴 때마다 자랑스럽고 기쁘다. 간호장교들은 메르스 때도, 그 이전에도 언제나 보건 위기 대응에 앞장서 왔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분으로부터 그 노력을 인정받고 있는 분위기다. 간호장교가 되기 위해서는 시험에 합격하고 신체검사와 훈련까지 거쳐야 하는 만큼 전문분야에 대한 공부와 체력관리, 애국심과 희생정신을 두루 갖춰야 한다. 간호사의 전문성과 군인의 사명감이 함께 요구되는 직업이다.”

■간호사의 전문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사람들이 흔히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은 의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환자 곁에서 24시간을 지내면서 환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은 바로 간호사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사태가 터지고 의료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는 유능한 간호사 한 명 한 명이 절실하다. 간호사가 환자 상태를 어떻게 파악하고, 의사에게 어떻게 전하느냐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고 생사가 갈린다. 이번 의료 지원 기간 모든 의료진이 간호사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환자의 상태에 대해 상의하고 토론하며 많은 사람을 살렸는데 가슴 뿌듯한 보람으로 남게 됐다.”

■코로나19 최일선에서 섰던 사람으로서 국민께 당부하고 싶은 말은

“간호장교들은 언제든지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국민 곁에서 헌신할 것이고, 모두가 건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그러나 또다시 위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손 씻기와 기침예절, 마스크 착용을 지켜주기 바란다. 여러분의 건강과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국군 의무사령부가 언제나 함께하겠다.”  

강원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