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지덕준씨 해마다 100만원 기부…"도움을 주면 행복해"

"나라가 먹여 살려주는데, 저보다 못한 사람도 먹여 살려야지요"

전남 여수시 미평동에 사는 지덕준(70) 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100만원을 들고 미평동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기부천사 지덕준씨(오른쪽)[여수시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14일 여수시에 따르면,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로 매달 정부에서 50여만원을 받는 지씨는 매달 한푼 두푼 모아 동사무소에 기부하고 있다.

2011년부터 10년째 지씨가 기부한 금액은 1천만원에 달한다.

홀로 살며 본인도 어렵게 삶을 꾸려가는 지씨가 해마다 선뜻 기부하게 된 것은 오래전 공무원들과 각별한 인연 때문이다.

30여년 전 아내가 집을 나간 뒤 자식들과 힘겨운 나날을 보내며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던 지씨는 한 공무원의 도움으로 주공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공무원은 나중에 동장으로 부임해 가족처럼 지씨를 돌봤다.

한 여성 공무원은 지씨가 기초생활 수급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왔다.

지씨는 "집도 절도 없이 방황하던 시절, 죽으려고 몇번이나 맘을 먹었는데 그분들(공무원)이 도와줘 목숨을 건졌다"며 "그분들 도움으로 들어간 주공 아파트에 30년 넘도록 잘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푼 두 푼 모으는 것이 어느새 취미가 됐다"며 "돈을 받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한데 도움을 주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씨는 "혼자 산다고 주위에서 반찬도 해주고 항상 도움을 받고 산다"며 "나 같은 사람이 뭐라고, 도움을 주면 고맙다고 인사하고 전화도 주고, 그래서 보람을 느낀다"고 활짝 웃었다.

미평동은 후원받은 기부금을 생활이 어려운 이웃에게 쌀로 전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