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

"디자인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면서, 협업과 응용실천의 장(場)입니다. 돌봄도 디자인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돌봄 디자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서울의 디자인정책을 책임지는 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돌봄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어린이나 병약한 어르신 또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처럼 취약 계층을 보살피는 돌봄 서비스 분야도 디자인을 접목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만난 최경란 대표는 “코로나 시대에 더욱 절실해진 시민 돌봄을 위해 공공디자인을 활용한 삶의 질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장련성 기자

이런 돌봄 디자인의 개념이 최근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2일 서울시 소속 기관들의 코로나 이후 혁신 대책의 하나로 최 대표가 발표한 'S-돌봄 감염예방 디자인'이다. 국공립어린이집과 방과 후 초등학생들을 돌보는 우리동네키움센터, 어르신들을 돌보는 종합재가센터 등 서울의 돌봄시설 25곳을 대상으로 각 시설의 특성에 맞춘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디자인재단에서 주도해서 만든다. "이용자들의 동선, 수납시설의 디자인, 세면대의 위치, 환기시설 등이 이 디자인에 맞춰서 만들어지고 배치될 겁니다. S는 물론 서울(Seoul)을 뜻해요. 이렇게 만들어지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코로나 이후 시대를 대비한 감염 예방 효과를 극대화시켜줄 것입니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재단이 운영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S-돌봄디자인 플랫폼 추진단'이 발대식을 열고 본격 출범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등 시 산하기관 소속 관계자들과 이태일 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 교수, 정재희 홍익대 디자인학부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까지 가세한 '돌봄 디자인 드림팀'이다.

이 팀의 구심점 역할을 맡은 최 대표는 "디자인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제공하겠다는 재단의 핵심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돌봄이라는 말에는 위안, 치유, 배려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있어요. 그에 맞춰 사람 중심의 착한 디자인을 구축해갈 생각입니다."

'S-돌봄 디자인'이 실제 적용되는 사례도 곧 등장한다. SH공사에서 건립하는 서울 강동구 강일지구 4단지 어린이집과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게 될 어르신 재가센터 7곳에 우선 적용될 예정이다. 특히 돌봄 서비스를 받는 수혜 대상뿐 아니라 이들을 보살필 어린이집 교사들과 어르신 돌봄 종사자들까지 배려해 편안하고 안전한 근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공간과 동선을 세부적으로 고려해 디자인하게 된다.

2008년 설립된 서울디자인재단은 그동안 DDP 운영과 패션·봉제·공예·건축처럼 주로 눈에 보이는 분야와 관련한 행사로 주목받아 왔다. 최 대표는 "시민 돌봄이 절실해진 코로나 시대에 공공디자인을 활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분야까지 챙기겠다"고 했다. 특히 "일상생활에 밀접한 방역 부문에도 디자인이 기여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산업계의 굿디자인 마크처럼 방역 부문에서 널리 통용되고 권위를 인정받는 디자인 마크를 창안해 세계적 기준을 선도하도록 디자인 재단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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