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종신 단원된
비올리스트 박경민씨

수습 넉달 앞당겨 작년합격
세계최고 단원들과 있으면
매일매일 노력하게 돼
28일, 내달 3일 국내연주회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첫 한국인 종신 단원이 된 비올리스트 박경민 씨가 웃고 있다.[이승환 기자]

"베를린 필하모닉 종신단원이 돼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로 행복하죠. 지금까지도 여운이 가시지 않습니다."

'세계 최고'라고 일컬어지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베를린필)가 비올리스트 박경민(30)의 목표였던 건 유년시절부터다. '두꺼우면서 웅장하고 파격적이면서 열정적인' 베를린필 사운드가 소녀의 마음에 가 닿았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클라우디오 아바도, 사이먼 래틀 등 이름난 지휘자들과 최고의 연주자들이 몰려드는 그곳에서 소리 하나 보탤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그래서 일찍이 차근차근 준비했다. 예원학교 1학년이던 2002년 오스트리아 빈으로 갔다. 부모님도 동생도 한국에 남겨두고 13세 나이에 홀로 떠난 유학이었다. 기댈 사람 하나 없는 외로운 객지 생활을 꿋꿋이 버티며 박경민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2013년 독일 ARD 콩쿠르에서 2위와 청중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빌라무지카 독일음악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2017년에는 객원 단원으로선 이례적으로 래틀이 이끄는 아시아 투어에도 합류했다.

2018년 마침내 베를린필 비올라 단원 오디션에 응시해 50명 중 1위를 차지하며 당당히 합격했다. 지난해에는 통상 2년인 수습기간을 넉 달 앞당겨 한국인 최초로 종신단원이 됐다. '더 기다릴 필요도 없이 단원으로 충분하다'고 실력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단원 승급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박경민을 27일 광화문에서 만났다. 그는 이달 초 입국해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자가격리를 마치고 공연을 준비 중이다.

전 세계 최고만 모인 베를린필에 있으면서도 박경민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며 눈을 빛냈다.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가진 이들 가운데 있으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 발전하려고 노력하게 돼요. 결코 안주할 수 없죠. 각자 음악적 자존심이 높은 단원들이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걸 보며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도 많이 배우고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래틀과 키릴 페트렌코 등 두 명의 마에스트로와 합을 맞췄다. "래틀은 단원들의 자율을 최대한 북돋아줍니다. 자신은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하고요. 페트렌코는 꼼꼼해요. 소리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신경 써주는 점이 좋았어요. 서로 다른 두 스타일을 모두 접하며 제 소리가 더욱 깊어질 수 있었죠."

비올라를 시작한 건 열한 살 때다. 일곱 살 때 바이올린부터 잡았지만 고음보다는 중저음이 좋아 전향했다. 한국에서는 비올리스트 조성구에게서 배웠고, 독일에서는 발터 퀴스너·타베아 치머만 등에게 배웠다. '곡에 대해 확고한 해석을 갖고 호소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연주자'가 되는 게 목표다.

이번에 한국에서 연주하는 곡들도 세심한 고려 끝에 골랐다. 브람스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소나타 2번'은 차분하고 깊어서 자신의 이미지와 잘 맞는 곡이고, 유대교 속죄 미사성가가 모티프인 브루흐 '콜 니드라이'는 슬픔뿐 아니라 희망을 같이 노래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란다. 28일 서울 신영체임버홀, 다음달 3일 주한독일문화원에서 피아니스트 손정범과 함께 연주한다.

한국 공연을 마치고 나서 다음달 10일 베를린으로 출국한다. 베를린필 디지털콘서트홀 등 온라인 공연뿐 아니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 투어 공연들이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유럽 전체적으로는 아직도 코로나19가 심각하지만 일부 나아진 곳에서는 대면 공연을 재개하는 터라 베를린필 단원들은 여전히 바쁘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