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Interview] 이 시대 義人찾아다니는 이문종 LG복지재단 팀장

LG 의인상을 이끌며 의인을 발굴하고 있는 이문종 팀장은 "모두가 의인의 마음으로 살아가면 의인상이 없어지는 날도 올 것"이라고 말한다. 이 팀장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상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LG 의인상. 우리 사회와 이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의로운 일을 한 사람에게 LG그룹의 LG복지재단에서 주는 상이다. 어떻게 보면 트렌드해 보이지 않는 '의인상'을 상 이름으로 정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 상을 누구에게 왜 주는지 모든 사람들이 쉽고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 이문종 LG복지재단 팀장은 2015년 LG 의인상 제정 때부터 이 일을 도맡아 우리 사회의 영웅을 찾아 전국을 누비고 있다. 지금까지 의인 136명(7일 기준)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했다. 수많은 의인을 만나서일까. 그의 인상도 너무나 선했다. 의인상이라는 상명은 LG 의인상의 존재 목적이기도 하다. 이 팀장은 LG 의인상을 통해 영웅들의 선행이 많이 알려지면 우리 사회 전반에 서로 돕는 문화가 확산되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의인으로 선정된 분이 상을 고사하면 받을 때까지 '강권'합니다. 그래야 선행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선한 영향력이 더 크게 확산되니까요."

―LG 의인상이 만들어진 계기는.

▷이 상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뜻을 반영해 2015년 제정됐다. LG그룹은 의인상을 제정하기 이전에도 의인을 발굴해 위로금을 전달했다. 그러던 중 구본무 회장께서 두 가지를 주문하셨다. 의인을 계속 발굴할 전담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과 상금이 온전히 의인들에게 전달됐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보건복지부 승인을 받아 LG복지재단의 정식 사업으로 LG 의인상을 제정했고, 보다 체계적으로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되는 의인들을 발굴해 면세로 수상자들에게 상금을 100%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의인상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

▷처음 사업을 시작하면서 직관적으로 사람들이 이게 무슨 상인지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 이름만 보면 누구에게 주는 상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지 않나. 귀감상, 봉사상, 선행상, 선한마리아상 등 여러 후보군을 두고 내부 회의를 거쳐 의인상으로 결정하고 보고를 드렸더니 선대 회장께서 흔쾌히 좋다고 하셨다.

―의인상 수상자는 어떻게 정하나.

▷사무국에서 언론 모니터링과 제보 등을 통해 사회적 귀감이 되는 사례를 의인상 후보로 검토한다. 기사에 실린 내용을 토대로 관련 기관에서 협조를 받아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친다. 이후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고 후보자로 심사위원회에 상정해 선정 여부와 공적에 따른 상금을 결정하고 있다. 수상자를 선정할 때는 살신성인으로 사회에 귀감이 된 정도를 가장 비중 있게 본다. 또 부상 등으로 치료 지원이 시급한지, 대상자의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은지 등도 함께 고려한다. 이를 위해 선정부터 상금 전달까지 모든 과정을 일주일 안에 처리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의인상 수상자는.

▷아무래도 고인이 수장자로 선정돼 유족들을 만날 때 가장 안타깝다.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어린 자녀만을 남긴 채 돌아가신 분들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첫 번째 의인상 수상자인 고 정연승 상사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정 상사는 교통사고를 당한 여성을 구하려다 신호 위반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95세의 고령에도 34년간 무료 급식소에서 주 5일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봉사를 이어온 정희일 할머니와 55년간 무료 치과 진료와 무료 급식 봉사를 펼친 박종수 원장 등 사회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며 큰 울림을 준 분들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또 본인은 대단한 일을 한 게 아니라며 한사코 거절했던 분들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런 이웃이 우리 주위에 많고 더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항상 든다.

―의인 136명을 만나면서 공통적으로 느꼈던 바가 있다면.

▷의인상을 전달하면서 실제 의인들을 만나보면 '이게 상을 받을 일인가.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저와 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오히려 겸손해하고 재단의 관심과 지원에 오히려 감사해한다. 자신의 안위보다 옳은 일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도운 평범한 시민들이나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소방관, 경찰, 군인 등 사회 곳곳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계신 수많은 의로운 분들을 만나면서 많은 감동과 보람을 느낀다.

―또 다른 선행을 이어가는 의인상 수상자도 많다고.

▷집안이 넉넉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이나 어려운 사람들에게 선뜻 2차 기부를 하는 분들이 많다. 알려진 것만 현재까지 수상자 28명이 3억원에 가까운 상금을 기부했다. 엽총을 쏘는 범인을 맨몸으로 제압해 추가 피해를 막은 박종훈 씨는 상금 3000만원을 피해 유가족에게 기부했다. 화재 현장에 뛰어들어 3세 어린이를 구조한 김인수 소방위 등 홍천소방서 대원 6명은 상금 6000만원 전액을 강원소방장학회와 구조 어린이 가정에 기부했다.

―상을 안 받겠다고 하는 분들도 많은가.

▷그렇다. 의인상을 받으신 분들도 공통적인 부분인데, 상 받을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소방관·경찰관분들은 "내 사명감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하고, 일반 시민들은 "그 자리에 있었으면 내가 아니어도 누구나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상을 거부하면 받아 달라고 끝까지 설득하고, 대부분은 계속 설득해서 받게 만든다. 의인상의 취지가 선행을 하신 분들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도 있지만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사회 정의를 널리 알리는 목적도 크다. 그러면 상금은 빼고 받겠다고 하는 분들이 또 나온다(웃음).

―의인상으로 인해 생기는 긍정적 변화를 체감하나.

▷대내외적으로 LG 의인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의로운 일을 한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나면 많은 네티즌이 'LG에서 곧 연락 드릴거예요'와 같은 댓글이 달린다. 'LG=의인'이라는 인식이 심어진 것 같아 뿌듯하다. 또 재단뿐만 아니라 타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분들도 언론에 훌륭한 분이 나오면 제보가 들어온다. 이는 의인상을 받는 분들뿐만 아니라 재단이 나누고자 하는 '정의롭고 올바른 사회'라는 가치를 우리 사회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의인들이 늘어나고 일상생활 속에서 어려움에 닥친 주위 이웃을 도와주는 이타적 행위가 조금이라도 늘어나길 바라고 있다. 의인상을 절대 홍보용으로 이용하진 않는다. 수상자가 언론 보도를 원하지 않으면 절대 보도하지 않는다.

―처음 의인상을 제정하고 오해도 많이 받았다고.

▷초창기 의인상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는 객관적 사실 확인은 물론 당사자의 연락처 확보에도 며칠이 걸릴 정도로 어려움이 많았다. 관계 기관의 협조를 받기 위해 사업 목적에 대해 한참을 소개해야 하기도 했다. 좋은 일을 하셔서 상금을 드리겠다고 하면 보이스피싱으로 오해하는 일도 많았다. 이제는 의인상이 많이 알려져 저희가 연락하면 바로 이해해주고 협조와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체계적으로 의인을 발굴하기 위해 작년에 경찰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향후 유관기관과 업무협약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그룹 최고위층이 직접 챙기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구본무 회장의 뜻에 따라 제정된 만큼 선대 회장께서 사례 제보부터 근황 추적까지 많은 애정을 가지고 계셨다. 대상자가 위험을 무릅쓰는 과정에서 재산적·신체적 피해를 입지는 않았는지, 그로 인해 생계가 막막해진 경우 그룹 차원에서 지원해줄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도 고민하셨다. 구광모 대표께서도 의인상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고, 최근에는 수상 범위를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될 수 있는 선행과 봉사를 한 시민으로까지 확대했다. 향후에는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장기 선행 의인들의 선정 비중을 높이고 관계 부처와 협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의인들에게 LG 취업을 보장하기도 한다고.

▷선대 회장께서 취업준비생인 의인상 수상자나 수상자 유가족 자녀에게 LG그룹 계열사 취업을 약속하기도 했는데, 구광모 대표까지 하나의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총 4명이 있는데 2명은 입사했고, 나머지 2명은 대학 졸업 후 입사할 예정이다. 이 경우 정원 외로 입사하기 때문에 정규 채용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분들이야말로 혜택을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람들이라고 본다.

―LG 의인상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기부에서 임직원 자원봉사, 재능기부 등 여러 형태로 진화했다. 하지만 트렌드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았던 것이 바로 수혜 대상이었다. 사회적 약자들이 전통적인 사회공헌의 대상이었다. LG 의인상은 이런 수혜 대상의 개념을 바꿨다. 경찰과 소방관으로 대표되는 공직자를 비롯해 기업인, 자영업자, 학생 등 남을 돕는 사람들이 모두 상을 받을 수 있다. 자신을 희생하며 타인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칭찬하고 격려하다 보니 사회의 공감을 얻었고 LG의 대표 사회공헌 사업을 자리매김하게 됐다.

▶▶He is…

1978년 경기도 성남 출생인 이문종 팀장은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2003년 LG복지재단에 입사해 줄곧 사회공헌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2015년 'LG 의인상' 탄생부터 지금까지 의인상 수상자를 찾는 '의인 발굴단'의 리더로 일하고 있다. 의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한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기 위해 오늘도 우리 시대의 의인을 찾아 헤매고 있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