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대학원생 방경자씨는 “부산대 졸업 후 또 다른 학문의 길을 가고 싶다”며 끝없는 배움의 열정을 드러냈다. 그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써달라며 1000만원을 모교에 기탁했다. 부산대 제공

1000시간 넘는 봉사로 나눔 실천
며느리·딸과 함께 사회복지 전공
부산대 발전재단에 장학금 기탁도

“손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할머니가 되고 싶었어요. 늘 배우고 작은 것도 나누고 베푸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칠순을 넘긴 방경자씨(71)는 부산대 대학원 석사과정인 경제통상대학원 글로벌정책전공 2019학번이다. 내년 2월 졸업한다. 방씨는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교 진학도 60세 넘어서 이룬 만학도다.

22일 방씨는 “중학교 졸업 후 형편이 어려워 학업의 꿈을 이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기해야 했던 배움에 대한 열망은 세월이 흐르고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되살아났다고 했다.

그런 방씨를 독려하고 도운 것은 가족들이었다. 방씨는 “작은 사업을 하는 남편과 상의해 60세가 넘어 예원여고를 졸업하고 신라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늦깎이로 입학했다”며 “공부를 결심한 데는 며느리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며느리가 아들과 결혼한 후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학업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방씨도 사회복지로 진로를 정했다는 것이다. 이후 딸도 사회복지를 전공했다.

방씨는 아동보육교사, 사회복지사, 노인복지사, 요양보호사, 아동상담사 자격을 획득하고, 컴퓨터 활용 자격증도 땄다. 대학 재학 중엔 1000시간 넘게 봉사활동을 하는 등 면학과 나눔을 함께 실천했다. 이후 2019년 부산대 글로벌정책전공 석사과정 대학원생으로 입학했고, 졸업을 앞뒀다.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곧 대학에 진학할 나이의 손자와 초등학교·중학교 손자·손녀를 둔 그는 졸업 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방씨는 “남편과 상의해 큰돈은 아니지만, 남편과 함께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기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방씨는 지난달 말 부산대 발전기금재단에 전화를 걸어 기부 절차를 묻고 최근 1000만원 입금증이 든 봉투를 재단 측에 전했다. 방씨는 “형편이 어려운 우수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써달라”고 당부했다.

“가난해서 공부하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이 아니지만 죽을 때까지 공부하지 않는 것은 본인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스스로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누구라도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다고 후배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방씨는 배움을 향한 노력도 멈출 생각이 없다. 그는 “배움에는 끝이 없어 부산대 졸업 후 또 다른 학문의 길을 가고 싶다”고 밝혔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