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외국인 이주민 상대로 한국어 가르쳐
캄보디아 봉사에선 한국어 교습에 장학회 창립까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편견 사라져야"
황나란 씨[촬영 박성제]'주말에 남편과 나들이를 갑니다.'

매주 일요일 오후 황나란(44)씨네 컴퓨터에서는 미숙한 한국어 발음이 흘러나온다.

목소리 주인공은 국제결혼을 한 베트남 여성.

외국인 이주민을 상대로 진행하는 한국어 수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화상으로 진행되는 풍경이다.

한국어 선생님인 황씨는 2016년부터 취약계층 외국인을 상대로 수업하고 있다.

과거 지인 부탁으로 한국어 교습 봉사를 한 적이 있는데, 이후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이 계기가 됐다.

결국 1년간 공부해 한국어교원자격증을 취득했고 부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에서 한국어 선생님으로 봉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법률, 의료 등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 이주민들 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었다"며 "외국인이 타지에서 잘 지내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필수적으로 요소가 언어"라고 말했다.

현재 초급반을 담당하는 황씨의 학생은 주로 20∼30대로 직업은 다양하다.

국제결혼을 한 주부부터 외국인 근로자까지 모두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대단하다.

황씨는 "일을 마친 뒤 피곤함에 못 이겨 졸면서 수업을 듣는 외국인 노동자 학생을 볼 때면 안타깝다"며 "그래도 열심히 따라와 주며 공부할 때면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수업을 마친 뒤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말해줄 때가 가장 뿌듯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고국에 돌아가서도 황씨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연락하는 학생도 있다.

그는 "네팔 국적 학생이 결혼한다고 해 아내에게 화장품을 선물한 적이 있는데, 이후 꾸준히 연락하며 네팔로 귀화하라며 권유한다"며 웃음을 내비쳤다.

이어 "열정이 넘치던 베트남 여성도 고국으로 돌아간 뒤 SNS를 통해 안부를 묻는다"고 덧붙였다.

황나란씨와 한국어 공부하는 학생들 [황나란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더 많은 학생을 가르치고 싶다는 황씨의 열망은 외국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코이카 활동으로 캄보디아에 봉사활동을 간 황씨는 바탐방 대학 한국어학과 학생들을 만났다.

그곳에서 황씨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물론 장학회를 만들고, 코로나19 사태로 조기 귀국했을 때는 화상 수업을 진행했다.

황씨는 "당시 돈을 벌어야 해 수업에 오지 못할 만큼 형편이 어렵거나, 대학생인데도 전자메일 하나 보내지 못할 정도로 추가 학습이 필요한 학생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장학회를 마련했다"며 "후원액이 많지 않다 보니 대학원 선배가 학부생을 위해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등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나란씨와 한국어 공부하는 학생들 [황나란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그는 외국인 이주민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품지 않길 당부했다.

황씨는 "외국인 이주민은 수준이 낮다는 식의 편견을 가진 우리 수준이 낮은 것"이라며 "한국인 중에서도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이 있듯 외국인 이주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당장 돈이 없어서 어려울 뿐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계층도 많다"며 "이주민에 대한 선입견 문제가 사회 공론화돼 앞으로 긍정적 인식이 생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