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오른쪽) 한예종 총장과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출신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한예종 음악원에서 드뷔시 피아노 연탄곡을 연습하며 활짝 웃고 있다. 한예종 제공김대진 한예종 총장·시각장애 김예지 의원, 17일 듀오 공연

장애·비장애 학생들 연주 한 뒤

드뷔시 피아노연탄곡 협연무대

“이번 음악회는 학생들의 디딤돌

코로나로 지친 분들께 위안주길”

“사회적으로 공헌할수 있다는 건

한 인간을 만드는 데도 큰 도움”

“가장 자기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입니다. 장애인·비장애인의 구분 없이 마음껏 ‘자신’의 재능을 뽐냈으면 합니다.”(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사회적으로 공헌할 기회가 있다는 것은 장애인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뿐 아니라 한 인간을 만드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김대진(59) 한예종 총장과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출신인 김예지(41) 의원이 17일 나란히 무대에 선다. 두 사람은 서울 한예종 서초캠퍼스 이강숙홀에서 드뷔시의 피아노 연탄곡(連彈曲·하나의 건반 위에서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하기 위해 만든 곡) ‘작은 모음곡’을 선보인다. 이에 앞서 한예종 음악원 기악과에 재학 중인 장애 학생 4명과 비장애 학생 5명이 베토벤 소나타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등을 들려준다. 이 특별한 공연에 대한 아이디어는 김 총장이 취임 후인 지난 9월 인사 차 김 의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떠올렸다.

김 총장은 15일 전화 인터뷰에서 “피아니스트라는 공감대 덕분에 첫 만남인데도 대화가 잘 통했다”며 “한예종 음악원에 다니는 장애인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연주회를 꾸며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과 상담을 하면서 ‘장애인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재능이 있는 장애 학생들에게 학교라는 ‘울타리’를 떠나서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고 싶었어요. 타자(他者)와 소통하고 협업하는 과정이 중요한 이번 무대는 비장애 학생들에게도 값진 체험이 될 겁니다.”

김 총장이 직접 지은 공연 타이틀은 ‘포르테 콘서트 K-Arts with 김예지’. ‘포르테’는 ‘강하게 연주하라’는 뜻의 악보 기호다. 김 총장은 “한예종 총장 선거 당시 내세운 구호 역시 ‘포르테’였다”며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 모두 ‘가장 자기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자신의 재능을 ‘힘차게’ 보여달라는 소망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한예종 음악원에서 첫 연습을 진행한 김 의원은 손열음·김선욱·박재홍 등 수많은 스타 연주자를 길러낸 김 총장에 대해 “피아니스트로 활동할 때 꼭 한 번 ‘레슨’을 받고 싶은 ‘로망’이었다”며 “함께 무대에 설 기회를 마련해줘 영광”이라고 전했다. 이어 “‘네 손을 위한 연주곡’인 연탄곡을 연주할 때는 서로 손길이 부딪히기도 하고 상대가 내는 소리를 잘 듣는 것도 중요하다”며 “협연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조율하는 정치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음악회는 장애·비장애 학생 모두의 삶을 도약시키는 ‘디딤돌’ 같은 역할을 할 거예요. 이들이 꾸미는 무대를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관객들도 ‘휴식’과 ‘위안’을 얻었으면 합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