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잠원동 이동윤외과의원 원장

‘나는 병자의 이익을 위해 그들에게 갈 것이며, 어떠한 해악이나 부패스러운 행위를 멀리할 것이며… 그 어떤 때라도 모든 이에게 존경을 받으며 즐겁게 의술을 펼칠 것이요,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 맹세의 길을 벗어나거나 어긴다면, 그 반대가 나의 몫이 될 것이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BC 460∼377) 선서의 일부분이다. 의사가 아픈 사람 곁으로 다가간다는 것, 의사가 따뜻한 손길로 환자를 돌본다는 것, 이것이 히포크라테스 정신이요, 의사의 사명이지만 오늘날 히포크라테스 정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대가 바뀐 만큼 의사라는 직업도 물질적 본능에 가깝게 느껴진다. 어느 의사는 병원이 잘돼서 5층짜리 병원을 신축한다고 자랑한다. 최신 첨단장비도 들여와야 하는데 자금 부족으로 은행에서 융자를 냈다며 빨리 개원해 빚을 갚아야겠다고 한다. 웃는 얼굴에 기름이 흐른다. 나는 그 얼굴을 본다. 물론 트집 잡을 생각은 없다. 의사도 일정 수입이 있어야 병원을 유지하고 개인적인 생활도 할 수 있다. 환자를 돌보는 사명감 이전에 개인의 자유와 부를 누릴 권리가 있다. 정당한 의술에 따라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을 두고 거래라 할 수는 없다. 얼마 전 피부종기 때문에 병원에 갔다. 간호사는 예약 환자 이외 일반 환자는 진료가 안 된다고 했다. 순간 화가 치밀어 병원이 환자를 거부하면 되느냐고 따졌으나 피부관리 전문 병원으로 예약 환자 이외에는 진료가 안 된다는 것이다. 소위 수십, 수백만 원하는 피부미용, 즉 피부 리프팅만 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병원에 갔으나 같은 말을 또 들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병원이요, 존경스러운 의사 선생님이다. 나무는 뿌리가 썩으면 죽는다. 사람도 의식이 썩으면 죽는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의사가 있다. 내 주변에도 일상의 도반으로 보폭을 맞추는 의사 선생님이 계신다. 가까운 주치의요, 때로는 술친구다. 여기에는 과잉도 과다 청구도 없는 오직 히포크라테스 선서만이 존재할 뿐이다. 아프면 언제 어느 때나 찾아가면 된다. 항상 웃는 얼굴로 반겨준다. 네이버의 허튼 지식으로 병을 키우는 것보다 직접 대면 진료하며 치료하면 된다. 바로 우리 동네의 이동윤 외과다. 이동윤 원장님은 걸어서 10분이면 출근할 거리를 병원 반대 방향으로 1시간가량 뛰어 출근하신다. 그리고 퇴근할 때도 또 자택 반대 방향으로 뛰어 집에 가신다. 참 독특한 마라톤 중증 환자다. 그동안의 마라톤 풀코스 100여 회 완주로 몸은 주삿바늘처럼 깡말라 안쓰러울 정도다. 100㎞ 울트라마라톤을 2회 완주했다는 혁혁한 훈장이 진료실 벽에 걸려 있다. 병원인지 마라톤 감독관실인지 헷갈릴 정도다. 한번은 연세를 생각해 이제 그만 뛰라고 긴급 처방(?)을 해드렸으나 불우한 소아암 환우들이 이 땅에서 사라질 때까지 뛰겠다고 하신다.

2000년부터 ‘대한민국 달리는 의사들’ 회장을 맡아 오면서 지금까지 소아암 환우 돕기 마라톤대회를 18회째 개최해 거기서 얻은 수익금 6억3000여만 원 전액을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사회사업팀을 통해서 기부해 왔다. 코로나19로 2년째 대회가 열리지 못한 순간에도 사비를 털어 기부 정신을 이어왔다. 참으로 존경스러운 의사 선생님이다. 다행히 거리 두기 제한이 풀려서 오는 5월 21일 대회가 다시 열릴 예정이라며 웃으신다. 해맑은 미소 뒤에 소아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까까머리 어린아이들이 파르라니 따라 웃는다.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건 말은 쉬우나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다. 어느 시인은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묻는다. 누구는 환자를 거부하고 누구는 불우한 환자까지 스스로 찾아가 거액의 치료비를 도와준다. 우리 동네 이동윤 외과 원장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사랑은 마음에 두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행동에 있음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시인 김재남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