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성수 오류리 최양순씨…20년간 장학금 쾌척
내년부턴 '오류리 어머니들' 모임 이름으로 기탁

지난 8일 전북 임실군 성수면에 사는 최양순 할머니(84·사진 오른쪽)가 임실군청을 찾아 장학금을 기탁했다.(임실군 제공)2022.8.9/ⓒ 뉴스1
"좋아하던 목욕탕도 안갔어. 시장 두 번갈 것 한 번만 가면서 매일 모았지."

20년째 지역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는 한 할머니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임실군 성수면의 최양순씨(84·오류리).

지난 8일 고운 한복을 입고 임실군청을 방문한 최양순씨는 '지역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장학금 100만원을 임실군 애향장학회에 전달했다.

최씨는 "돈이 적어 부끄럽지만 이것도 없는 아이들에게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아끼고 모은 돈"이라며 "집안이 어렵다는 이유로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 없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최씨의 선행은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됐다. 처음엔 임실군 성수면에 매년 50만원씩 10년간 장학금을 기탁했다.

이후 임실군 봉황인재학당이 생긴 지난 2013년부터는 기탁처를 임실군으로 옮겼다. 장학금도 더 늘렸다. 매년 100만~150만원씩 10년째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임실군에 기탁한 금액만도 1050만원에 달한다.

20년째 이어온 선행은 배움에 대한 한에서 비롯됐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탓에 한글조차 제대 깨우치지 못한 최씨는 어려운 살림에도 자식 넷을 모두 4년제 대학을 보냈다. 늘 가슴에 남아있던 배움에 대한 한 때문에 자녀 교육에 더욱 최선을 다했다. 주변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자식들이 모두 장성하자 최씨는 문득 지역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지역 사람들에게 받았던 사랑과 은혜를 이렇게라도 갚아야겠다는 마음에서였다.
 

지난해 5월26일 임실군청을 방문한 최양순씨(사진 왼쪽)가 지역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장학금 100만원을 임실군 애향장학회에 전달하고 있다.(임실군 제공)2021.5.26/ⓒ 뉴스1
장학금 기탁을 결심한 이후 최씨의 하루하루는 장학금을 모으는 시간이었다.

읍내 목욕탕을 좋아했던 최씨는 목욕탕에 가는 횟수를 줄였다. 시장에 갈 때마다 샀던 닭도 2마리에서 1마리로 줄였다. 가끔은 폐품을 모아 팔기도 한다. 아낀 돈은 모두 장학금을 모으는 주머니에 들어간다.

올해로 최씨는 처음에 목표로 했던 20년을 모두 채웠다. 하지만 최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이제 '최양순'이라는 이름 대신 '오류리 어머니들'이라는 이름으로 선행의 규모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최씨가 살고 있는 성수면 오류리에는 '오류리 어머니들'이라는 모임이 있다. 1960년대 어려웠던 시절 10명 남짓되는 어머니들이 서로 돈을 모아 자식들 교육비를 대주던 모임이다. 지금은 그 규모가 50여명에 이른다.

회원들은 최씨가 내놓은 '장학금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최씨는 솔선수범으로 1000만원을 선뜻 통장에 넣었다.

장학금을 내는 순서는 연장자 순으로 하기로 했다. 연로한 회원이 건강할 때 나눔의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또 여전히 오류리에 살고 있는 회원 1명과 타지에 살고 있는 회원 1명을 한 팀으로 묶어 애향심을 함께 나누기로 했다.

최양순씨는 "내가 개인 이름으로 20년을 했지만, 내가 없다고 멈추면 안되지 않겠느냐"며 "내년부터는 오류리 어머니들 모임이 뜻을 이어가며 장학금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실군 관계자는 "할머니께서 모임 통장을 아예 들고 오셔서 앞으로의 약정을 위한 자문을 구하셨다"며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위해 멈추지 않고 온정을 나누시는 모습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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