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지원금 상담 중 발견…"살아있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날들"
코로나19 지원금 신청 과정에서 호적이 없는 상태로 확인된 한 어르신이 구청의 지원으로 70여 년 만에 주민등록증을 갖게 됐다.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는 방학2동에 거주하는 70대 A씨에게 최근 주민등록증을 전달했다고 7일 밝혔다.
 

70년간 무호적으로 살아온 어르신, 도봉구 지원으로 주민등록
(서울=연합뉴스) 코로나19 지원금 신청 과정에서 무호적자로 확인된 어르신이 구청의 지원으로 70여년 만에 주민등록증을 갖게 됐다.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는 방학2동에 거주하는 70대 A씨에게 최근 주민등록증을 전달했다고 7일 밝혔다. A씨가 법원의 가족관계등록 창설 허가서를 보는 모습. 2022.09.07. [도봉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구에 따르면 A씨는 작년 10월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지원 신청 상담 과정에서 발견된 무호적자다. 이웃에 사는 주민이 A씨를 주민센터로 동행해 지원금을 신청하러 왔다가 주민등록번호 자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친부모가 누구인지 모른 채 어릴 적 고아원에서 자랐으며, 화교 부부 가정에 입양돼 성장했다고 한다.

이후 양부모 곁을 떠나 여러 곳에서 가정부 일을 하며 지내다 수십 년 전 현재 사실혼 관계인 B씨와 인연이 닿아 B씨의 어린 자녀를 키우며 한집에서 살게 됐다.

수년 전 A씨는 B씨와 자녀의 도움으로 가족관계등록 창설을 시도했지만, 고령으로 고아원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등 절차에 필요한 각종 서류 준비에 어려움을 겪어 포기했다고 한다.

도봉구는 이런 사연을 듣고 A씨를 돕기 위해 나섰다. 여러 차례 상담 끝에 A씨의 희미한 기억을 되살려 기초자료를 작성했으며, 신분을 확인해 줄 수 있는 인우보증인을 찾았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에 소송 대행 등 법률 조력도 요청했다.

어려움도 있었다. A씨 지원 절차를 밟던 중 B씨의 치매 증상이 심해져 요양병원 입소를 앞두고 갑작스레 가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구 직원들은 경찰과 공조해 B씨를 찾아냈고, 요양병원 입소 당일까지 안전하게 보호하고자 인근 모텔에서 주민센터 직원이 함께 숙박까지 했다.

모두의 노력 끝에 A씨는 작년 12월 가정법원에서 성·본 창설 허가신청을 접수하고 관련 기관을 방문해 서류를 보완하는 등 행정적 절차를 밟은 뒤 이달 초 마침내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을 했다.

구는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기 전이라도 A씨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올해 1월부터 사회복지 전산관리번호를 부여해 생계비, 기초연금 등 맞춤형 복지 지원을 시작했다.

A씨는 "평생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교육도 받지 못해, 살아있지만 존재하지 않은 채 살았던 날들이었다"며 "가족보다 더 살뜰히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구 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방학2동 통합복지팀 정상구 주무관은 "A씨가 주민등록 취득 후 현재 계신 지하 방에서 벗어나 안락한 보금자리를 찾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