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3월 에콰도르 ‘호세 마리아 벨라스코 이바라 공립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기타 지도를 하고 있는 박계화(앞줄 왼쪽 네 번째) 전 교장. 종이 상자에 끈을 엮어 만든 기타로 연습하고 있어 에콰도르의 열악한 음악 환경을 엿볼 수 있다. 필자 제공
■ 41년 교단 퇴임후 재능기부 박계화 前교장 ‘…미완성 교향곡’ 출간

코이카 봉사 단원으로 파견

음악교과 조차 없던 학교서

1년6개월간 학생들과 교감

“은퇴후 삶에 대한 성찰의 기록

봉사활동, 행복을 안겨준 선택”

“내 손길이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 내 발걸음이 누군가의 행복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501일 동안 에콰도르에서 음악을 가르치며 어린이들과 함께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41년 6개월 동안 교단에 섰다가 정년 퇴임해 남미 에콰도르에서 음악 교사로 봉사활동을 했던 박계화(71·사진) 전 서울 천일초등학교 교장이 ‘에콰도르 미완성 교향곡’을 최근 펴냈다. 박 전 교장은 14일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교향곡 공연을 못 하고 돌아와 안타까운 마음에 책을 펴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지쳐있을 에콰도르 어린이들에게 마음의 백신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전했다.

에콰도르를 포함 한 남미에는 공립학교에 음악이라는 교과목 자체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음악 교사인 그를 에콰도르에 봉사 단원으로 파견했다. 그는 2018년 11월 8일부터 코로나19로 급거 귀국하기 전인 2020년 3월 23일까지 에콰도르 ‘호세 마리아 벨라스코 이바라 공립초등학교’에서 음악 교사로 봉사했다. 전 학년, 전 교사, 학부모가 참여하는 대규모 교향곡 공연을 준비하다 리허설까지 마쳤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중단하고 아이들에게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서둘러 귀국했다.

박 전 교장은 난생처음 에콰도르로 홀로 떠나며 느낀 불안감, 현지인과의 어색한 소통까지 모두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타고난 긍정과 진취적 마인드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다. 현지 아이들과의 음악 수업에서는 스킨십과 수업을 통해 교감을 시도하고, 학교 선생님들과는 비빔밥을 만들어 나누며 가까워졌다. 그에게 에콰도르는 제2의 삶을 살게 해 준 고향이며 여전히 그리움의 대상이라고 했다.

박 전 교장은 “이 책은 은퇴 후 시니어의 삶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한 한 여성의 뜨거운 성찰의 기록”이라며 “삶에 대한 열정과 의지에서 비롯된 희망이란 씨앗은 모두에게 울려 퍼지는 멋진 한 곡의 미완성 교향곡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봉사 활동은 예기치 못하게 중단됐지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준 선택임은 분명하다”며 “태양의 나라 적도에서 얻은 열정 에너지를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과 나누며 희망의 길을 이어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는 교장 퇴임 후 월간 문학 ‘한국수필’ 신인상을 받아 문단에 데뷔했다. 2020년 수필 ‘에콰도르 미완성 교향곡’으로 공무원 연금수필문학상 ‘금상’을 받았고, 상금으로 받은 150만 원 전액을 에콰도르 코이카 사무소에 기부했다. 사무소는 학교에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사서 지원해줬다. 박 전 교장은 화상 앱을 통해 가진 기증식 당시 에콰도르 학교장이 “선생님은 에콰도르 아이들에게 백신 같은 존재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