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홍 의사 후손 장예진

“내년 3·1절까지 31만원을 모아 어려운 독립유공자 후손을 돕고 싶어요.”

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함께 입장해 만세 삼창을 했던 한 초등학생이 독립유공자 후손을 돕겠다며 용돈을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일제강점기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의거를 주도한 장진홍 의사의 현손녀(손자의 손녀)인 장예진양(11·대구 장동초 4학년·사진)이다.

장양은 지난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 참석했다. 장양은 이날 독립유공자 김상옥 열사의 외손(딸이 낳은 자식) 김세원씨와 독립운동가 권준 선생의 외손 최재황 경감과 함께 만세를 삼창했다.

김상옥 열사는 1922년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졌다. 권준 선생은 1919년 만주에서 약산 김원봉, 석정 윤세주 등과 함께 의열단을 결성하는 등 항일독립운동을 펼쳤다. 장양은 만세삼창에 앞서 “우리 대한민국이 앞으로 더 자유로운 나라 더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념식을 마치고 대구로 내려오는 길에 장양은 문구점에서 토끼 저금통을 구입했다. 고조부처럼 뜻깊은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다. 매일 1000원씩 모아 형편이 어려운 독립유공자 후손을 돕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저금통에는 ‘애국 토끼’라는 이름도 붙였다.

장양은 “3·1절 기념식에 참석할 수 있어 매우 기뻤고 독립유공자 후손이라는 것이 너무 자랑스러웠다”며 “내년에는 3·1절과 같은 숫자인 31만원을 모아 의미 있는 일에 쓰고 싶다”고 말했다.

장양의 아버지 장준희씨(54)는 “(딸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옆에서 항상 격려하고 도울 예정”이라고 전했다.

경북 칠곡군 출신인 장진홍 의사는 1927년 10월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탄 의거 사건의 주인공이다. 이 사건으로 은행원과 경찰관 등 5명이 중상을 입었다.

장 의사는 일제에 의해 체포돼 1930년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대구형무소에서 일본인 손에 죽는 것을 거부하고 만세를 삼창하며 자결했다. 그는 1962년 건국 공로 훈장에 추서됐다. 칠곡군 왜관읍 애국동산에는 ‘순국의사 장진홍 선생’이라는 명문이 새겨진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