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시목마을 박재훈 이장

집 인근에서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박재훈 이장은 “이장으로서 마을의 정주 여건이 개선돼 아이들을 많이 낳고 키울 수 있는 마을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본인 제공
농촌엔 일손이 없지 일자리는 있어
넉넉하지 않지만 다자녀 키울 만해

산촌의 자연·관광 자원을 활용할
젊은층·문화예술인 귀촌했으면

“귀촌한 젊은층이나 문화예술인들과 어울리며 활기찬 마을을 만들었으면 해요.”

경남 하동군 청암면 시목마을에서 6남매를 키우고 있는 박재훈 이장(41)의 평범한 바람이다. 인구가 1400명 남짓한 청암면은 지리산 자락에 있다. 직업군인으로 전역한 후 2014년 귀향했다는 그는 6년째 이장을 맡고 있다. 그는 하동군이장협의회 총무도 맡아 협의회 살림도 같이하고 있다.

하동이 고향인 박 이장은 아내 김연림씨(41)와 초등학교 동창이다. 다자녀 가정에서 자란 두 사람은 2007년 결혼해 4남2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귀향 전 3명을 출산했고, 귀향 후 3명(1남2녀)을 더 낳았다. 막내는 2021년 11월에 태어났다. 6남매를 둔 가정은 하동에서 수십년 만의 일이다.

그는 “특별한 소신이 있거나 농촌이 육아 환경이 좋아서 다둥이를 둔 것은 아니지만 현재 큰아이들이 동생들을 챙기고 돌보며 지내는 모습을 보면 부모로서 잘한 것 같다”며 “특히 시골은 아이들이 적어 그런 마음이 더 든다”고 말했다.

아내 김씨는 2019년 하동군 다자녀 가족 행복수기 공모에서 ‘엄마는 신나는 육아전쟁 중’으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가장 큰 힘이자 삶의 원동력”이라며 “다둥이 이야기가 전국으로 알려져 저출생 극복을 위한 작은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이장은 농사만으로는 생활이 빠듯해 한옥 건축 등 여러 일을 하고 있다. 1년 전부터는 김씨가 초등학교 돌봄전담사로 일하고 있다. 박 이장은 마을 일을 보며 육아도 하고 있다.

‘다자녀 양육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부부는 “아이들끼리 잘 지내고 넉넉하지는 않지만 키울 만하다”며 “농촌에 일할 사람이 없어서 아쉽지, 찾아보면 일자리는 있다”고 말했다.

하동군은 인구 유입을 위해 출산장려금, 결혼장려금, 전입자 지원금, 전입학생 지원금, 기업체 노동자 전입지원금, 귀농 문화예술인 창작지원금, 영농정착 보조금 등 여러 정책을 펴고 있다.

이장으로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지역 문제로 그는 초고령화와 청년부족 문제를 언급했다. 노인 고독사와 인구 감소가 갈수록 심화하면서 지역 초·중학교의 전교생이 10~30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는 “이장 일을 하면서 10건의 장례를 치렀고 노인들이 요양원으로 입소하는 일도 흔하다”고 말했다. 특히 청암면은 산촌이라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이 대규모 농사를 지어서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한 지역이라고 했다. 박 이장은 대안으로 젊은층이나 문화예술인이 자연·관광 자원을 활용해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창업·문화활동, 농사를 겸업할 수 있도록 정주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동군은 현재 마을별 청년네트워크를 구성해 청년 지원과 귀촌·귀농인 유치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농촌 특유의 정주여건을 만들도록 정부와 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하동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활기 넘치는 지방자치단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