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 김준성(왼쪽 세 번째)의 결혼식 날 찍은 가족사진. 필자 제공■ 사랑합니다 - 새 출발하는 준성·정이에게

사랑하는 준성아, 31년 전 유난히 하늘이 높고 푸르던 날, 너는 이름처럼 높고 크게 이루리라는 뜻을 품고 엄마 아빠의 품으로 왔지. 첫아이인 너를 낳고 기뻤던 날이 엊그제같이 생생하구나. 그때는 정말 세상을 다 얻은 듯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그런 기분이었어. 그렇게 축복처럼 우리에게 찾아온 준성이가 벌써 어른이 되어 가정을 꾸리게 되니 감개가 무량하구나.

모든 것이 초보인 엄마 아빠에게 너는 언제나 위로와 기쁨을 안겨주었지. 아들 셋의 맏이로 자라면서 동생들보다 한발 앞서 걸으면서 그 외롭고 힘든 길에서도 너는 불평 한마디 없이 아들과 형의 몫을 든든히 해 주었어. 엄마 아빠는 그런 너에게 늘 고맙고, 미안하고, 감사했어. 사회에서도 책임감 있게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나라의 든든한 기둥으로 성장해주어 대견하고 고맙다. 이제는 따듯하고 다정한 신랑이 되어서 예쁜 가정을 꾸리려는 모습을 보니 너무너무 기쁘다.

사랑하는 우리 며느리, 아니 딸 정아. 네가 우리 가족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환영한다. 아들 셋만 키운 우리에게 신록 같은 딸을 맞이하게 되니 준성이가 태어날 때 세상을 다 가졌던 기분이 다시 드는구나. 사실 나는 지난 30여 년간 딸 가진 아빠가 제일 부러웠거든. 처음 정이를 만났을 때부터 볼수록 지혜롭고 배려심 많은 정이와 사려 깊은 준성이가 너무 잘 어울렸어. 우리 부부는 유정의 ‘정’과 준성의 ‘성’을 합쳐 ‘정성커플’로 이름 짓고 좋아했었지.

예기 중용 23장에 의하면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배어 나오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했어. 그동안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으니 가정을 꾸리고 함께 사는 일이 낯설기도 하고 때로는 힘들겠지만 ‘정성커플’ 이름처럼 둘의 결혼 생활에서도 작고 사소한 일에 ‘정성’을 다하면서 멋진 가정을 이루리라 믿는다.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생각해. 하나는 기적이 전혀 없는 듯이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듯이 사는 것이지. 엄마를 만나 결혼하고 30여 년을 살아보니 정말 하루하루가 기적 같았어. 아들 셋이 우리 곁에 찾아온 것도, 넉넉지 못한 상황에서 잘 자라 준 것도. 그리고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일상의 작은 기쁨을 느끼며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던 것도 정말 모든 것이 기적 같았고 감사한 일이야.

작년 여름 준성이가 진정한 대화 상대를 만났다고 했을 때 엄마 아빠는 삶의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정말 정이와 부부로서 함께 항해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니 이 또한 기적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했어. 사랑하는 준성아, 정아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정성 된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라. 날마다 기적인 것처럼 신나고 멋진 삶을 살아라. 늘 지지하고 응원할게.

‘정성커플’의 항해를 축하하며 아빠 김선규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