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 ‘희망남포 작은도서관’
시각장애인 오윤택 관장

시각장애인인 오윤택 희망남포 작은도서관장이 도서관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984년 헌책 450여권 모아 시작
마을 역사를 담은 배움터로 주목
‘고향올래 농촌 생활인프라’ 당선
도농 교류 대표 프로그램 성장

농촌 작은 마을 전북 김제 성덕면 남포리에는 장서 1만2000여권을 자랑하는 마을문고가 있다. 시각장애인 오윤택 관장(63)이 운영하는 ‘희망남포 작은도서관’이다.

17일 전북 김제시청에서 자동차로 15분 달려간 김제시 성덕면 남포리 ‘희망남포 작은도서관’. 나무 벽화가 그려진 건물 옆에 기와지붕 붉은색 벽돌 건물이 보였다. 이곳은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 늘 아쉬웠던 시각장애인인 오 관장이 아이들과 후배들을 위해 1984년 헌책 450여권으로 시작한 도서관이다.

오 관장은 선천적으로 시신경에 문제를 가지고 태어난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자신의 치료비 때문에 집안 형편이 기울면서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다고 한다. 열네 살 때부터 노동판에 뛰어들어 쌀 배달과 미역 공장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쳐 고향으로 돌아왔다.

오 관장은 “가난 때문에 배움을 끝까지 이어가진 못한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면서 “아이들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동네 주민들에게 책을 기증받고, 책꽂이는 학교에서 버리는 책상들을 고쳐 사용하면서 남포문고를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거리가 없다 보니 마을문고 운영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낸 아이디어가 마을 축제와 농작물 공동재배였다. 그는 “명절을 이용해 불우 이웃 돕기와 문고 기금 조성을 위한 노래자랑 대회를 열었다”면서 “들녘을 돌아다니며 폐비닐·농약병을 주워 팔거나 논을 임차해 보리농사를 지어 얻은 이익금 등을 기금으로 보태기도 했다”고 말했다.

햇수로 41년간 이어온 도서관은 마을의 역사를 담은 배움터로 주목받고 있다.

문화적 혜택이 적은 농촌 마을에 사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미래를 밝히는 역할을 하며, 배움의 기회를 잃은 성인들에게는 평생교육을 실천할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 관장이 최근 가장 몰두하는 일은 도시와 농촌의 교류다. 그의 기획으로 2003년부터 추진 중인 농촌문화교육체험 행사는 전북도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에는 행정안전부의 생활인구 늘리기 시책사업인 ‘고향올래(GO鄕ALL來) 농촌유학 생활인프라 조성’ 공모에 선정됐다. 남포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농촌유학사업단 제안으로 이뤄졌다. 올해 행정안전부와 김제시로부터 예산 10억원을 받아 마을 입구에 있는 정보센터 건물을 가족 체류형 숙소로 고쳤다. 이곳에 네 가구가 지낼 예정이다.

남포마을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와 희망남포 작은도서관 등 교육 기반시설이 구축돼 있다. 인근에는 대안 교육 특성화 학교로 전국 단위에서 학생들이 모이는 김제 지평선 중고등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성덕초로 유학 오는 학생은 전북도교육청(30만원), 전북도(10만원), 김제시(10만원) 등으로부터 매달 총 50만원의 지원도 받는다. 이 때문인지 유학생 모집(12월23∼27일)을 앞두고 경기 성남과 전남 광양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시설을 둘러보고 갔다고 오 관장은 전했다.

오 관장은 “몇몇 사람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운동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가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평생의 꿈”이라며 “농촌유학을 통해 학교와 지자체, 마을 주민, 학부모가 합심한다면 아이들이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정서적인 여유를 느끼며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