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기로 안부 묻고 음악 들려주는 서울 양천 홀몸노인·생활관리사들

서울 양천의 생활관리사 박종진씨가 무전기로 안부를 묻자(사진 위),

홀몸 어르신이 응답하고 있다(아래). /KT파워텔 제공

지난 15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사는 홀몸 노인 10명의 무전기에서 일제히 '띠리릭' 신호음이 울렸다. 곧이어 '요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크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손을 자주 씻고, 나가실 때는 마스크를 써주세요'라는 말이 나왔다. 목소리 주인공은 양천어르신종합복지관 소속 생활관리사 박종진(53)씨다. 무전을 들은 노인들은 송신 버튼을 누르고 "알았습니다"라고 응답했다.

이들이 '무전(無電) 소통'을 시작한 건 작년 7월이다. 양천구는 무전통신업체인 KT파워텔로부터 무선전화 겸용 무전기 13대를 지원받았다. 일반 무전기와 달리, LTE 통신망을 사용해 거리 제한이 없다. 수시로 어르신의 안부와 건강을 확인하는 데 쓴다. 노인들의 평균 나이는 70대 중반. 가족이 없거나, 왕래가 적어 혼자나 다름없다. 이들의 외로움을 달래고 이른바 '고독사'도 줄이자는 취지다.

생활관리사 박종진·정혜영(50)씨가 어르신에게 보내는 무전 내용은 다양하다. 박씨는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전달되는 게 장점"이라며 "답이 없는 어르신에게는 개별적으로 전화해서 확인한다"고 했다. 정혜영씨는 "그래도 전화기만 썼던 분들이 무전기 사용법을 익히면서 재미를 붙이신 것 같다"며 "지금은 어르신끼리 무전으로 소통하곤 한다"고 했다.

노인들은 오후 2시 '음악 무전' 시간을 기다린다. 이틀에 한 번 신청곡을 받아 음악을 틀어주는 코너다. 가수 이미자와 패티김 노래가 단골이다. 무전기는 음량이 스피커 못잖아 귀가 어두워도 즐길 수 있다. 양모(69)씨는 "무전기 덕에 혼자 있는 오후도 외롭지 않다"고 했다.

무전 통신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노인들의 생활도 변했다. 무엇보다 마음이 열렸다고 입을 모았다.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