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서전문학교의 요리 高手들, 탈북 어린이 찾아가 재능기부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사회복지관 단체 급식실. 지난 4일 오후 초등학생 30명이 배식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곳엔 하얀 조리모에 조리복을 갖춰 입은 젊은이 5명이 프라이팬을 위아래로 흔들고 있었다. 스파게티 면과 붉은 토마토소스, 녹색 브로콜리가 팬 위에서 춤추며 고소한 냄새를 풍겼다. 이런 '요리 쇼'에 아이들은 "우와" 하며 손뼉을 쳤다.

조리를 끝내고 토마토 스파게티에 가루 치즈를 솔솔 뿌려 식판에 올려주자 아이들은 게눈 감추듯 한 그릇씩 뚝딱 비웠다. 한 소녀가 잠깐 망설이더니 "한 그릇만 더 주세요"라고 했다. 복지관 관계자는 "아이들이 면 요리를 참 좋아해서 한 달에 한 번 자장면을 주는데 스파게티는 오랜만"이라며 웃었다.

사회복지관을 찾아가 탈북 출신 어린이들에게 요리를 만들어준 호서전문학교 학생들. /장련성 객원기자

이날의 요리사들은 서울 호서전문학교 호텔관광조리학부 학생들이다. 아직 정식 요리사는 아니지만 모두 지난달 말 태국 국제조리대회에서 메달을 딴 '실력자'다. 매년 2000명 넘게 참가하는 대회다. 이번 대회 수상 학생들이 "탈북 어린이들에게 호텔 요리를 맛보여주고 싶다"고 복지관을 찾기로 했고, 제과제빵과 학생들이 "그럼 우리는 디저트를 만들어 주겠다"며 동참했다. 이날 스파게티를 맛본 탈북 출신 정모(7)양은 "태어나서 먹은 음식 가운데 최고"라고 했다. 태국 대회 동메달리스트 하주연(20)씨는 "아이들이 음식 만드는 과정을 하도 빤히 쳐다봐서 시합 때보다도 긴장했다"며 웃었다.

식사를 마친 어린이들과 미래의 셰프들은 요리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에 온 뒤로 부모에게 '공부하라'는 소리만 듣고 산다는 박모(11)양은 "무스 케이크 색깔이 정말 예쁘고 맛도 있는데 북한에선 보지도 못했던 음식"이라며 "언니·오빠들처럼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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