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음회관 관계자로부터 수화를 배우고 있는 역삼지구대 소속 경찰관의 모습(역삼지구대 제공). 2015.11.3/뉴스1 © News1

역삼지구대, 청각장애인들 위해 '수화' 배워…"장애인 범죄 예방에 최선"

"경찰관이 이렇게 친절한 줄 알았으면 빨리 신고할 걸 그랬어요"

듣는 것이 불편한 김모(65)씨는 환하게 웃으며 수화로 이렇게 말했다.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가 있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고 다급한 마음에 묻지도 않고 송금했다 수백만원을 잃었던 그였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에 취약한 청각장애인을 위해 경찰이 발 벗고 나섰다.

서울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는 지난달 5일부터 이번달 26일까지 역삼동에 있는 '청음회관'을 찾아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범죄예방교실을 매주 2회씩 열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청음회관은 1985년 운보 김기창 화백이 국내 최초로 설립한 청각장애인 복지시설이지만, 복합 장애를 가진 이들이 더 많이 생활하는 곳이기도 하다.

역삼지구대는 범죄 노출에 취약한, 특히 문자피싱에 노출될 우려가 높다는 첩보를 수집하고 청음회관과 함께 상호교육을 실시하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회관 관계자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저녁 6시30분 근무교대 시간에 지구대로 직접 와서 약 15분 동안 경찰관들을 상대로 수화교육을 하면 경찰관은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 회관에서 범죄예방교실을 연다.

경찰관들은 처음 접하는 수화가 낯설었지만, 지금은 간단한 인사와 의사 표현은 수화로 할 수 있게 됐다.

역삼지구대 소속 노경환 경장은 "수화 교육을 받고 바로 청각장애인들과 대화를 할 순 없다"면서도 "간단한 수화로 청각장애인들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점이 교육을 통해 얻은 점"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범죄예방교실의 목표를 장애인들이 경찰관을 친숙히 느껴 범죄를 당했을 때 신속히 신고하는 데 뒀다.

노 경장은 "장애인들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믿고, 또 한 번 믿으면 잘 바꾸지 않는다"며 "피싱문자를 받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 '돈을 입금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그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을 진행할수록 장애인들이 경찰관을 친숙히 여겨 마음을 조금씩 열고 있는 걸 느낀다"며 "앞으로 장애인들이 범죄를 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심계원 청음회관장도 "이번 기회로 회관에 거주하는 많은 장애인들이 경찰관을 친숙히 여기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열심히 교육에 임해준 경찰관들에게 감사하며, 지속해서 교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남경찰서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업무 효과가 큰 것으로 보고, 지역 장애인 거주시설을 찾아 범죄예방교실을 확대할 방침이다.

뉴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