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지원 활동 [인천내일을여는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마지막 보루로 불리는 노숙인 쉼터가 치솟는 물가와 공공요금 인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19일 사단법인 '인천내일을여는집'에 따르면 산하 노숙인 자활시설의 지난달 가스비는 180만7천원으로 작년 같은 달 96만9천원보다 86% 증가했다.

공공요금과 함께 식료품 가격도 최근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인천시가 지원하는 노숙인 1인당 급식비는 올해도 작년과 같은 3천500원으로 동결됐다.

이곳 쉼터에서는 현재 노숙인 28명이 숙식을 지원받고 있는데 시설 측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서비스 질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 시설을 운영하는 이준모 전국노숙인시설협회(전노협) 회장은 "경기 불황으로 각종 후원금도 줄고 있어 시설 운영에 실질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노숙인 시설마다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쉼터 관계자 역시 "생활시설 내 가전제품이 고장나도 제일 싼 중고품을 찾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무실 필수 장비 교체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했다.

다른 지역의 소규모 노숙인 복지시설 중에는 운영난이 더욱 심각한 곳도 적지 않다.

전노협 집계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은 노숙인 1인당 급식비가 2천500원으로 가장 낮았고, 대전 2천700원, 강원도 원주·부산 3천원, 인천·광주 3천500원, 서울 4천원 순이었다.

노숙인 복지사업의 관리 주체가 지난해 중앙 정부에서 지방으로 이양되면서 지방자치단체 지원 기준에 따른 지역별 격차가 커지는 실정이다.

이 회장은 "서울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이 2천∼3천원대에 머물고 있다"며 "결식아동을 위한 급식 지원 단가가 8천원인 것과 비교해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자체별 재정 형편이나 관심도에 따라 편차가 심화하고 있다"며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정해 지자체가 최소 지원 액수를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노숙인 규모는 2021년 12월 기준 거리 노숙인 1천605명과 시설 노숙인 7천167명을 합쳐 8천772명으로 추산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숙인 쉼터는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는 약자를 위한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한다"며 "지자체가 노숙인 정책에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민간 후원에 의존해 식비나 난방비 등을 충당하는 현실은 후진적인 모습"이라며 "시설 지원 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