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 주고 머리도 깎아주고 … 빈곤층 돕는 풀뿌리 공동체 | news | 2008-1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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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월계로변의 '추풍령감자탕'. 근처 주택공사의 12평형(약 39㎡) 임대아파트에 사는 최우순(71)·김학순(84)·김일례(84)·박오임(84)·김옥순(72)씨 등 할머니 다섯 명이 이 식당을 찾았다. 한국성서대 부설 월계종합사회복지관이 주선해 무료로 제공하는 감자탕 점심을 먹기 위해서다.
할머니들은 모두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다. 대부분 혼자 산다. 한 달에 생계비 40여만원이 지급된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비와 공과금, 약값 등을 빼고 나면 10여만원만 남는다. 월계복지관 김선화(25) 지역복지팀장은 “할머니들이 끼니를 거르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그런 할머니들에게 5000원짜리 감자탕 한 그릇은 따뜻한 식사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탕이 나오자 할머니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김일례 할머니는 “이 집 감자탕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감자탕집 주인 이응서(38)씨는 2003년부터 임대아파트 노인들에게 매주 다섯 그릇씩 무료 감자탕을 대접해 왔다.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도울 방법을 찾다가 월계복지관 오동준(41) 사무국장의 제의를 받게 됐다.
무료 식사나 이·미용 등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주는 월계동 지역에서 이씨 혼자가 아니다. 한의원·약국·안경점·빵집·학원·수퍼마켓·중국집 등 다양한 업종의 34개 업소가 정기적으로 작은 도움의 손길을 보태고 있다. 임대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성공슈퍼'는 3년 전부터 매달 30개들이 라면 한 박스씩을 내놓고 있다. 주인 김명환(41)씨는 “세 박스씩 지원하려 했는데 복지관에서 부담된다며 말렸다”고 말했다. 미용실 '헤어궁전'의 윤경화(43)씨는 “할아버지·할머니 머리를 깎아 줄 때마다 부자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식의 이웃 돕기는 2003년 7월 시작됐다. 오동준 국장은 기존 복지관 사업에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처한 형편과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인 빈곤층의 요구를 제한된 예산과 인력으로는 충족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이웃을 도울 마음이 있는 업소들을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직접 연결시켜 주는 '아름다운 이웃' 사업을 착안했다. 복지관은 업소들과 정한 한도 내에서 업소명, 서비스 종류, 날짜가 적힌 쿠폰을 발행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지급한다. 일종의 '풀뿌리 복지 공동체'다.
월계복지관을 통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500여 명이 한 차례 이상 혜택을 받았다. 연인원 2만2000여 명에게 금액으로 환산하면 1억1200만원어치의 음식·서비스가 무료 제공됐다. 노원구 전체에서 11개 복지관, 120개 업소가 참여 중이다. 아름다운 이웃 사업은 8월 서울 전역으로 확대돼 500여 개로 늘어난 상태다.
오 국장은 “우리 사회에는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는 온기가 남아 있다”며 “중국집에서 1년에 10만원을 후원하기는 힘들어도 자장면 스무 그릇 내놓기는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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