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에게 치아는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치과 진료에도 의료 보험 보장 범위가 확대되어야 하지만 제도가 바뀌길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죠.”

고급스러운 내부 장식에 최신식 장비를 두루 갖춘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치과는 매주 토요일이면 아주 특별한 공간이 된다. 바로 ‘명품 치과’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치과’로 탈바꿈 하는 것이다.

의대 재학시절부터 20년 넘게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묵묵히 무상으로 치과 진료를 해온 홍수연(43)원장은 마포구에 치과를 새로 개업하면서 '꿈'을 실현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가난해도 치료받을 수 있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꿈의 병원은 이곳에서 어느새 현실이 됐다.

특히 제대로 씹지 못하면 영양 공급을 제대로 할 수 없기에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치아는 곧 생존의 문제라는 것이 홍 원장의 신념이다.

올해 1월 달에 병원을 개원하자마자 마포구 시민 단체들과 연계해 시작한 토요 무료진료는 반년이 넘도록 꾸준히 이어졌다.

이곳 병원에서 행해지는 치료는 충치 같은 간단한 항목이 아니다. 대부분 최소 3백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틀니, 교정, 임플란트 같은 까다로운 치료들이다.

선천성 구순구개열(일명 언청이)로 얼마 전 치료를 시작한 초등학생의 경우 수년 동안 몇 차례의 대수술을 거쳐야 해 약 3천만원 상당이 들어간다.

“무료 진료라고 하도 보통 천막을 쳐 놓고 간단한 진료밖에 할 수 없는 것이 늘 안타까웠어요. 토요일 진료를 생각해 낸 것도 바로 무료 진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에요”

병원도 이웃들에게 활짝 개방해 회의실은 학생들 세미나실로, 대기실은 각종 책과 무료 인터넷이 구비된 사랑방으로 쓰이고 있다.

“무서운 곳, 돈 많이 드는 곳, 어려운 곳이 아니라 병원도 동네 사랑방처럼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홍 원장은 최근 사랑방 손님들을 위해 향긋한 공정무역 커피를 마련해 뒀다.

의술로서 사랑을 실천해온 홍 원장에게 가장 특별했던 환자는 바로 ‘깍두기 할아버지’.

“이가 다 빠진 상태로 20년을 살아왔던 할아버지가 무료 진료로 틀니를 얻게 되셨어요. 그런데 20년 만에 처음으로 깍두기를 베어 먹었다며 아이처럼 좋아하시는 거에요. 치료가 끝난 뒤에 몇 개월 만에 돌아가셨는데 유언으로 관 속에 틀니도 꼭 함께 넣어달라고 말씀하셨데요”

삶은 감자에 옥수수를 가져오시는 할머니부터, 응원 차 일부러 치과치료를 받으러 오는 친구들까지.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보람과 감동을 얻기에 병원 경영이 아직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지만 마음은 든든하다.

“나눔이란 꼭 거창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가진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 아닐까요”

그가 매주 토요일 행하는 작은 실천은 누군가의 고통을 보듬고, 생명까지 연장시키면서 큰 희망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