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숙인에게 '따뜻한 겨울' 선물한 경찰관 | news | 2011-0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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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옷 300벌 전달…`노숙인의 형'으로 불려
올겨울에 '북극한파'로 불릴 정도로 매서운 추위가 몰아닥쳤지만, 영등포역 주변 노숙인의 겨울은 예년보다 오히려 따뜻했다.
영등포역전파출소 소속 김재환(47) 경위가 구해준 두꺼운 겨울옷 덕분이다.
김 경위가 노숙인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영등포역전파출소로 전입한 지난해 6월이다. 영등포역은 서울역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노숙인 밀집지역으로 약 400명이 거리생활을 하고 있다.
김 경위의 주요 임무는 노숙인의 사건·사고를 막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임 초기에는 '언제 소란을 피울지 모른다'는 편견 섞인 눈으로 노숙인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들과 자주 부대끼면서 노숙인의 처지와 고충을 이해했고, 급기야 뭔가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찬 바람이 분 지난해 11월 김 경위는 추위에 떠는 노숙인들을 보고 경찰 내부통신망에 '숙자씨를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여름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사람. 이불이 없어 이 추운 엄동설한에 대합실 맨바닥에 자는 사람. 인간인 제가 차마 눈을 뜨고 보기에 너무나 비참한 현실이기에 경찰가족 여러분에게 이렇게 호소의 글을 올립니다'
'여러분 혹시 집에 남는 겨울 점퍼나 내의, 이불, 운동화 등등 생필품이 있으시면 저에게 좀 보내주십시오. 보내주시면 제가 여러분을 대신해서 그들에게 나눠 주고 싶습니다.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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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경위의 글을 본 전국 각지의 경찰관은 택배비를 부담하면서까지 겨울옷을 보내왔다.
1일 찾아간 영등포역전파출소에는 '좋은 일에 써달라'며 보내온 옷가지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김 경위는 순찰 때마다 이 옷을 들고 나가 노숙인에게 나눠줬다.
지난해 10월부터 김 경위가 노숙인에게 전달한 겨울옷은 약 300벌. 이 때문에 노숙인들 사이에서 김 경위는 경찰관이 아니라 '형'으로 불린다.
그는 겨울 들어 변을 당한 노숙인이 없는지 확인하러 다른 동료보다 3시간 일찍 출근해 영등포역 주변을 살핀다. 비번인 날에도 대합실에 가 이들과 시간을 보낸 통에 연가보상비를 한 번도 빼지 않고 받았다.
김 경위의 노력에 노숙인도 정성으로 보답했다. 형처럼 따르는 노숙인이 음료수를 사 들고 파출소를 찾아오기도 했고, 정부지원금을 받았다며 김 경위를 슈퍼마켓으로 데리고 가 '한턱 쏘는' 사례도 있었다.
김 경위는 "질서유지는 물론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대민봉사도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같은 공간에 사는 사람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면 경찰관으로서 손을 내미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당당히 말했다.
특공대 출신으로 경찰 경력 23년인 김 경위는 지금까지 주로 강력범죄를 다루는 부서에 주로 근무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의 그는 올해 두 가지 소망이 있다고 했다.
"먼저 올겨울 이곳에서 한 사람도 얼어 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근무하는 곳이니까요. 그리고 약하고 불쌍한 노숙자를 지켜주고 싶습니다. 만약 이들을 괴롭히거나 돈을 뺏는 사람이 보이면 꼭 잡아다 벌할 겁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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