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순 넘어 시작한 일, 천직 같아요 | news | 2011-02-24 |
복지관에 들어서자마자 달콤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복지관 안에 있는 와플하우스에서 나는 냄새다. 어르신들이 와플을 만들어 파는 이곳에는 와플과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부드러운 와플을 앞에 둔 어린이들도, 향긋한 커피를 홀짝이는 여대생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는 할아버지도 모두 웃고 있었다. 바로 광진노인종합복지관에 있는 ‘사랑의 와플 하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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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으로 가득 한 와플하우스 안. |
광진고령자취업알선센터에서는 2008년 노인일자리를 만들고 수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복지관에 와플가게의 문을 열었다. 이후 이곳은 2010년 2월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이 됐고, 지난해 12월에는 노동부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이곳에선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와플과 커피의 매력에 빠진 지역주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아침 9시에 문을 열던 것을 앞당겼다고 한다.
총 12명인데, 4명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고, 나머지 8명은 2명씩 네 팀을 짜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격일제로 일한다. 그래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6명이 매장을 지키고, 나머지 시간에는 2명이 있는 식이다. 어르신들이 일하고 받는 돈은 한 시간당 4320원이라고 한다.
고소하면서도 바삭한 와플, 속이 꽉 찬 샌드위치는 복지관의 어르신들 뿐 아니라 인근 지역주민들의 입맛마저 사로잡았다.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까지 복지관의 문을 두드릴 정도다.
광진고령자취업알선센터의 김재성 과장은 “기존의 어르신 일자리는 청소, 경비, 아기 돌보기 등 단순 노무직이 많았다”면서 “취업을 원하시는 어르신들에게 전문적이면서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와플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기호 간식일 뿐 아니라 만들기도 쉽고, 커피를 만드는 기술은 전문 기술이지만 다른 기술에 비해 배우는 기간이 짧다”며 와플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복지관에 매장을 마련한 것은 어르신이 자주 올 뿐 아니라 주변에 아파트, 주택가, 대학교가 있어 손님이 많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과장은 “어르신들이 열심히 일해주신 덕분에, 지난 한 해 8000만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여기에서 얻은 수익금은 2호점에 재투자할 뿐 아니라 지역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면서 “이 수익으로, 어르신들이 독거노인이나 노인보호센터에 와플과 샌드위치 같은 간식을 드리는 자원봉사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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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플하우스에서 일하시는 김분녀, 채호병, 이항구 어르신. |
와플하우스에서 일하시는 어르신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와플하우스가 문을 연 2008년부터 꾸준히 바리스타로 일해온 정명자 어르신(70·여)은 “다시 일하는 즐거움에 힘든 것도 모르겠다”면서 “일하는 것이 재미있고 신난다”고 말했다.
정 어르신은 “원래 화장품 회사에서 일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글씨가 보이지 않는 등 일하기가 힘들어 그만뒀다”며 “언제나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복지관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던 것이 인연이 돼 와플하우스에 취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정 어르신은 “처음에는 커피 이름도 생소하고 낯설었지만, 배우면서 커피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다”면서 “나이가 들어도 새롭게 배우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고 말했다.
김분녀 어르신(65·여)은 “일하는 것에 보람을 느낄 뿐 아니라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면서 웃었다.
김 어르신은 “인터넷의 공고를 보고 지원한 뒤, 교육을 이수하고 일하고 있다”면서 “와플, 샌드위치 뿐 아니라 전통 차 등의 음료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루 8시간 근무하고 있어요. 일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어 힘든 것도 모른답니다. 나이가 들어도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고 있어요. 이 일이 천직 같아요. 일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을 뿐 아니라 삶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김 어르신은 “직접 만든 와플과 샌드위치는 밖에서 사먹는 것보다 월등히 맛이 좋다”면서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친환경 재료를 이용해서 만드는 와플과 속이 꽉 찬 샌드위치의 레시피는 비밀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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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진노인종합복지관에 있는 ‘사랑의 와플하우스’. |
현재 광진고령자취업알선센터에선 지역 주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지난 1월에 2호점을 개장했고, 복지관 옆에 100m² 가량의 매장을 새로 지을 계획이다. 새 매장에선 쿠키 등 간단한 제과류를 팔고 배달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진정 일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일이 힘들지 않은 법, 와플과 커피로 제2의 인생을 찾으신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이런 일자리가 늘었으면 한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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