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개국어로 각종 불편 해소해드려요” | news | 2011-06-03 |
- ‘안산 이주민통역지원센터’ 외국인 안식처 노릇 톡톡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에 위치한 이주민통역지원센터. 이곳에서는 현재 10여개국 원어민 상담사가 상주해 통역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어민 상담사의 대부분은 결혼이민자이다.
2008년 3월 문을 연 이곳은 안산과 시흥 지역에 거주하는 7만 명 정도 외국인들이 언어 문제로 겪는 각종 어려움을 돕기 위해 설립됐다.
이곳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200명. 특히, 주말이면 각종 상담을 하기 위해 몰려드는 외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용자들은 한국어에 익숙지 않은 새내기 결혼이민자들부터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 외국인 근로자까지 다양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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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에 위치한 이주민통역지원센터. 외국인들의 언어 지원을 위해 지난 2008년 3월 문을 열었다. |
외국인으로서 타국에서 겪을수밖에 없는 언어상의 불편은 이곳 직원들도 한번쯤 피부로 겪었을 법한 일일 터. 센터에서 통역과 상담 업무를 맡고 있는 결혼이민자 3명을 만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도네시아 출신 결혼이민자 에코 씨는 2010년 2월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 그 역시 결혼을 해 한국에 온 뒤 언어가 통하지 않아 여러 가지 불편을 겪었다.
그녀가 한국 생활을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엄마 품을 떠날 나이가 되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일을 찾게 됐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외국인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외국인들은 몸이 아파도 한국어를 못해 약도 사 먹을 수 없는 처지예요. 병원에 가야 하는데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혼자 가기도 힘들구요. 이런 경우 같이 가서 통역을 해주면 그들은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느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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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민통역지원센터에서 인도네시아 담당 통역을 맡고 있는 에코 씨. |
그녀는 이런 통역 업무 외에도 임금체불과 퇴직금, 재고용, 연금, 보험, 산업재해 등 각종 생활 관련 상담 및 민·형사 업무에 대한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어는 할 줄 알지만, 한국의 정책과 법률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아 조금 힘들었어요. 이 일을 해나가면서 법률 지식도 많이 늘었지요. 제 지식과 경험을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해요.”
에코 씨는 그동안 상담을 하면서 겼었던 감동적인 일화 한 토막을 들려줬다.
“인도네시아 근로자 한 분이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검사 결과 결핵이라는 진단이 나온 거에요. 급히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지요. 그런데 이분에게는 한국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거에요. 할 수 없이 친구분의 동의를 받아서 제가 수술 동의서에 대신 서명을 했지요.”
결핵으로 오래 못 살 것이란 진단까지 받았던 이 근로자는 수술을 마친 후 다행히 6개월 만에 기적처럼 건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 근로자가 입원해있는 동안 에코 씨는 공공기관을 찾아 그의 퇴직금과 국민연금을 받아주고, 후원금을 모집해 그의 병원비를 충당했다.
“저의 작은 힘으로 사람의 생명을 구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정말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는 앞으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정부의 의료비 지원이 좀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언제, 어떻게 아플 지 모르는 일인데 언제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졌으면 한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한편, 이 날 에코 씨에게 상담을 받은 AAN AR YAN TO(인도네시아) 씨는 “이주민통역지원센터에 오면 어떤 문제든 척척 해결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며 “에코 씨를 만나면 마치 모국에서 가족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정말 편하다.”고 상담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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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담당 엘레나 씨는 국내 거주 외국인 관련 업무에 공공기관이 좀더 협조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러시아 담당 엘레나 씨는 “고향에 온 친구들에게 도와 주실 수 있어서 언제나 행복하다. 일이 많고 조금 바쁘지만, 마음 속에 언제나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안산에 살고 있는 러시아 근로자들을 돕기 위해서 우리는 열정을 다해 뛰는 데 반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공공의 관심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우리가 공공기관에 무언가를 부탁하면 좀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도와주셨으면 좋겠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필리핀에서 온 마리페 씨는 2008년 9월 이 일을 시작한 뒤로 현재 매달 200건~300건에 달하는 상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저도 한국에 와서 가장 어려웠던 게 바로 언어 문제였거든요. 지금은 고향에서 온 친구들을 도와줄 정도가 됐으니 일 하는 것 자체가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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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통역 담당 마리페 씨는 매달 200건~300건에 달하는 상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
물론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다. 특히, 임금체불 상담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와 업체 대표자 사이에서 의견 조율을 해야 하는 부분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고.
상담을 받은 필리핀 근로자 PALERMO A. MARANAN씨는 “월급을 받아야 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곳에서 상담을 받은 뒤 월급을 모두 받을 수 있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이곳을 찾게 된다.”며 뿌듯해했다.
이주민통역지원센터에서는 중국, 베트남, 몽골, 인도네시아, 미양마, 파키스탄, 태국, 스리랑카, 필리핀(따갈록어), 영어, 러시아(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10개국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다만, 센터를 이용하는 외국인들의 숫자는 부쩍 늘고 있는 반면, 각 언어별로 통역상담사가 단 한 명밖에 없다는 점은 아쉽다.
이주민통역지원센터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언어 불편을 해소하는 동시에 결혼이민자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바람직한 사회회서비스로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 정부가 좀더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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