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미야, 천국가면 가족과 꼭 행복해야 돼 | news | 2011-1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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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미씨의 영결식에 참석한 트위터 친구들은 “이렇게 빨리 갈 줄 몰랐다”며 “가족 대신 마지막 길을 함께하고 싶었다.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
고아·혈관희귀병 20살 짧은 생 마감… 그 마지막 길엔 트위터 친구들이 함께했다
장애로 아기때 버려진 유미, 재작년 난치병에 전신마비… 의사가 트위터에 사정 올리자 트친 10여명 달려와 말벗 "이렇게 빨리 갈줄, 편히 자렴"
"하늘나라에선 망아지처럼 맘껏 뛰어다녀야 해. 가족도, 친구도 많이 만들고."
지난 9일 서울 강동구 천호1동 명진들꽃사랑마을 강당.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전신마비로 투병하다 지난 2일 숨진 이유미(여·20)씨의 영결식이 열렸다. 유미를 치료하던 의료진, 보육원 친구들이 모였다. 그리고 한구석에 유미의 '트친(트위터로 맺어진 친구)'들이 있었다.
유미는 고아였다. 다리가 불편한 장애를 안고 태어난 갓난아기는 부모가 떠나면서 병원에 맡겨졌다. 유미는 아동병원을 거쳐 고아원 등의 복지 시설을 전전하면서 컸다. 고생스러웠지만 밝은 아이였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직업학교를 다니며 미용사와 의상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다.
유미는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불행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지난 2009년 유미는 갑작스러운 심장발작으로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로이-디에츠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전 세계에 환자가 500여명에 불과한 희귀병이었다. 혈관이 차츰 탄력을 잃어 대동맥 등이 찢어져 목숨을 잃게 된다고 했다.
다행히 한동안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지만, 지난 6월 다시 병마가 덮쳤다. 자전거를 타다 쓰러진 유미는 다시 서지 못했다.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병세가 악화돼 전신마비가 됐다. 눈만 뜨고 감을 수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전문의 유재석(34) 박사는 하루종일 누워있는 유미에게 "외롭지"라며 말을 건넸다. 유미는 눈을 깜빡였다. 유 박사는 유미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이런 사연을 트위터에 올렸다. "온종일 말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가 있는데 고아여서 보호자도 없습니다. 말벗을 해주실 친구를 찾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올린 글인데 10여명의 트위터 이용자들이 유미의 말동무로 나섰다.
트친들은 매주 당번을 정해 꽃바구니와 인형 등의 선물을 들고 유미를 찾았다. 유미의 병실은 따뜻해졌고, 병세도 약간 좋아졌다. "트친들 덕분에 유미 상태가 좋아지는 것 같아서 곧 재활치료에 들어가려고 했는데…"라고 말하는 유 박사의 눈가가 흐려졌다.
지난달 말 유미는 급격한 호흡 곤란에 빠졌고 트친들의 면회도 불가능해졌다. 트친들이 유미의 쾌유를 비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고 기도했지만 끝내 지난 2일 새벽 유미는 모두가 잠든 새 하늘로 떠났다.
트친들은 트위터에 유미에게 보내는 글을 남겼다. 안민희(여·21)씨는 "예쁘게 웃으며 코미디 영화 얘기를 해달라던 모습이 생각난다. 안타깝고, 미안하다…."라고 했다. 영결식장을 찾았던 오윤희(여·22)씨는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새벽에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까. 이젠 편히 자렴.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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