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갯벌복원 위해 ‘제방’ 쌓는 고창군만의 특별한 계획 | news | 2012-03-23 |
석축 쌓고 수문 설치해 조류 휴식처 조성·자연재해도 막아
올해는 ‘람사르 협약’을 맺은 지 41주년이 되는 해이고, 지난 2월 2일은 ‘세계 습지의 날’이었다. 갯벌은 생물서식처, 수산물생산, 오염방지 등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 논리에 밀려 점점 그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그 결과, 지난 80년대 3,200㎢ 이었던 면적이 2005년도 들어 2,550㎢(약 20% 감소)로 줄었다.
국토해양부는 이에 따라 지난 2009년 갯벌복원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우선 복원대상으로 17곳을 선정했다. 그 가운데 갯벌 생태계 복원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고창군 심원면 일대와 고창 군청을 찾아 현장의 분위기와 진행상황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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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창군의 갯벌복원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상봉 주임 |
“기후변화 조절, 생태관광지 활용 등을 위해 선진국(바덴해, 미국, 일본 등)에서는 약 50~100년 전부터 국가 주도로 갯벌복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간척사업을 통해 국토를 넓히는 방향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갯벌의 경제성을 확인하고 이를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고창군청 해양수산과 김상봉 주임의 갯벌 예찬론으로 말문을 열엇다. 고창군 심원면 일대는 1980년대 갯벌지역에 축조된 축제식 양식장을 이용한 새우양식이 활발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인근 지역인 영광에 건립된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온수의 영향으로 수온이 상승, 해양생태계가 급변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폐업보상을 받은 뒤 정든 고향을 떠났고, 그대로 방치된 축제식 양식장은 파도에너지에 의해 유실되며 흉물스럽게 변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해예방 기능을 상실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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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봉 주임은 갯벌 복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경제논리에만 치우쳐 개발만을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
“고창갯벌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2008년부터 갯벌복원 계획을 수립하던 중 절묘하게 2009년에 국토해양부로부터 복원 대상 중 하나로 선정돼 복원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다만, 국토해양부의 갯벌복원 지침과 현재 고창군에서 진행되는 갯벌복원 사이에는 다소 차이점이 있다. 국토해양부 지침에 따르면, 인위적으로 쌓은 제방은 제거해야 하지만 고창군에서는 자연재해를 예방하고, 해수 유통을 위해 석축을 쌓는 방법으로 염습지를 만드는 방법을 채택했다.
이와 함께 수문을 설치해 천연기념물인 검은물때새를 비롯한 철새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했다. 또 간조 시 얕은 바닷물이 차 있는 형태와 해수·담수가 공존하는 형태를 만들어 조류의 휴식처를 제공하고, 만조 시 바닷물이 유입되는 양을 조절해 바닷물에 모두 잠길 경우 폐사하는 특정 염생식물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고창군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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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창군은 국토해양부의 지침과 달리 자연재해를 예방하고, 해수유통을 위해 석축을 쌓는 방법으로 염습지를 만드는 방법을 채택했다. (사진=고창군청) |
김 주임은 “처음에는 인위적으로 만든 석축 제방을 쌓는다는 것 때문에 논란이 많았지만 제방은 방파제의 기능도 한다.”며 “파도에너지, 태풍 등으로부터 견뎌낼 수 있는 생태제방을 보강하고, 신설해 자연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고, 여기에 해수유통인 수문 시설을 이용, 갯벌생물들의 생육 환경을 조성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갯벌복원 사업을 시작하기 전, 심원면 일대는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데다, 유실된 제방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자아냈다고 한다. 현재는 공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온 마을이 시끄럽지만 갯벌 복원 이후를 기대하는 주민들의 바람은 누구보다 간절하다.
옆 마을의 한 주민은 “어업이나 농업으로는 생계를 유지하는 데 한계가 많아 마을 단위의 수익 사업으로 어촌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다.”며 “운곡습지와 갯벌복원으로 인해 더 많은 관광객이 고창을 찾고, 그로 인해 소득이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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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벌복원 사업을 시작하기 전 유실된 축제로 인해 심원면 일대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고 한다 |
15여억 원의 예산을 투입, 부지 매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약 1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고창 갯벌복원사업. 지속적인 추가 예산 투입이 필요하지만 예산 운용이 쉽지 않다는 점은 또 하나의 난관이다.
김상봉 주임은 “국비로 50억원을 지원 받고 있는데 예산이 부족해 다른 예산을 끌어다 쓰고 있는 실정”이라며 “예산 문제가 해결된다면 갯벌 복원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주임은 또 운곡습지와 기존의 관광지를 결합하여 관광산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 외에는 가시적인 수치로 그 효과를 증명할 수 없다는 점, 국토부 지침과는 다른 복원 방법으로 인해 한 동안 난항을 겪었던 점도 사업진행 상의 어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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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심원면 일대 |
김 주임은 “고창갯벌은 그대로 두어도 복원이 될 상황이었지만 자연적인 복원이 진행됐다면 생태계 복원은 적게 이루어졌을 확률이 높다.”며 갯벌 복원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사업인 만큼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심원면 일대를 돌아보며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데에는 수십 배, 수백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따뜻한 봄이 찾아오면 자녀와 함께 근처 습지, 갯벌을 찾아 그 소중함을 알려주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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