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발사도 존경받을 수 있는 직업… 단골손님 전국에 600명이 넘어요” | news | 2012-06-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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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구자원씨가 12일 아들 본영씨 이발소를 찾아와 이발 방법을 알려주며 격려하고 있다. |
ㆍ아버지 이어 아들도 ‘가위손’… 전주 ‘효자동 이발사’ 구자원씨 부자의 꿈
미용실은 지천에 널려 있어도 요즘 이발소 찾기는 쉽지 않다. 간신히 골목을 지키고 있는 동네 이발소들도 그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미용사들은 넘쳐나는 반면 이발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젊은이가 없는 탓이다.
전북 전주에는 ‘효자동 이발사’가 있다. 혼자가 아닌 부자(父子) 이발사다. 아들은 아버지에 이어 가위를 들었다. 그들은 1㎞를 사이에 두고 각각 남성 전문 이발소를 운영 중이다.
전북도청 구내이발관 대표인 구자원씨(59)는 주말에 가장 바쁘다. 서울과 울산, 광주, 부산 등에서 단골손님들이 머리를 깎기 위해 전주로 달려온다. 머리 손질을 하기 위해 그 먼 곳에서 온다는 게 이해가 되나.
“머리를 신경 써야 하는 분들은 납득이 될 겁니다. 자기 머리를 맘에 딱 들게 맞추는 이발사가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니까요. 이런 단골분들이 도내외를 합쳐 600여명은 될 거예요.”
▲ 이용 강사 아버지 따라다니며 돈 잘 벌고 멋져 대 이을 결심
고3 때 처음으로 가위 잡아
이용실 고사상태 안타까워… 후배들 키워 체인점 도전할 것
구씨는 이용사중앙회 기술강사를 역임했다. 그의 이발소에는 각종 경연대회에서 거머쥔 트로피 사진들이 즐비하다. 머리 다듬는 기술이 그만큼 탁월하다. “구씨에게 머리를 한번 깎으면 마약을 먹은 것 같다”는 일화가 단골들 사이에 전해지고 있다.
구씨의 아들은 어떤 연유로 모두들 손사래를 치는 이발사의 길로 들어섰을까.
아들 본영씨(34)는 고교 3학년 현장실습장에서 처음으로 가위를 잡았다. 당초 일반 공장에 실습을 나갔지만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결국 그는 자신의 길이 이발 가위를 잡는 것이라는 생각을 굳혔고, 이발실습장으로 향했다.
“어려서부터 이용 세미나 강사를 하셨던 아버지를 따라다녔지요. 이발사라는 직업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어요. 돈도 잘 벌고 멋있었어요. 대를 이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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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졸업 후 군에 입대한 그는 병영생활 중에도 상관들의 머리를 도맡아 손질하는 등 이발기술을 연마했다. 제대 후 그는 김제시에서 영업하던 아버지 가게에서 일을 하며 이용사면허증을 취득했다. 부전자전이라 했던가. 그는 이 와중에도 수원뷰티전문학교에서 남성 커트와 파마 강사로 명성을 얻었다. 전국의 여성 미용사들은 아들뻘 되는 본영씨의 강의를 듣고 이용사 면허증을 땄다.
아버지가 2006년 전주에 입성하자 김제 가게를 본영씨가 맡았다. 이곳에서 6년여 이발소를 운영하던 그도 아버지를 따라 지난해 전주에 ‘미스터 컷트’를 개업했다. 지척에 이발소를 갖고 있는 부자는 틈만 나면 머리를 맞댄다. 김제 가게는 자원씨 아내 성환재씨(54)가 명맥을 이었다. 성씨는 이·미용 면허까지 따 남성과 여성 고객을 모두 맞고 있다.
본영씨는 “이용원이 고사상태여서 남성들이 미용실을 찾아가는 세태가 안타깝다. 나만의 기술로 남성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면서 “이용원을 살려내고 후배들을 키워 체인점 사업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자원씨는 “내 몸이 허락하는 한 가위를 놓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견스러운 아들이 대를 이어 이용업의 자존을 지켜야 한다는 내 소망을 실현시킬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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