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한 권 선정해 도시 전체가 함께 읽는다 | news | 2012-09-18 |
청주시 ‘원 시티 원 북’ 호평…저자 강연·독서 토론 등 독서 붐 일조
‘2012년 독서의 해’를 맞아 전국 각 지역에서는 책 읽기 붐 조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기자가 거주하는 청주시에서는 2006년부터 ‘한 도시 한 책읽기’ 사업인 ‘책읽는 청주-시민독서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책을 매개로 지역주민의 공감을 이끌어가는 독서프로그램으로 매년 모든 시민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대표도서를 선정해 다채로운 활동을 펼친다.
사실 ‘책 읽는 청주’의 시초는 ‘원 시티 원 북(One city one book)’ 프로그램이다. 1998년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에서 ’만약 온 시애틀 시민들이 같은 책을 읽는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시애틀 공공도서관 사서였던 낸시 펄에 의해 제안된 이 운동은 2001년 들어 시카고를 비롯한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특히, 2001년 미국 시카고 시민들이 ‘앵무새 죽이기(하퍼 리 작)’를 함께 읽고 토론함으로써 독서 분위기를 진작하고 문화적 체험을 공유하는 독서운동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그 뒤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영어권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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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에서 시작된 ‘원 시티 원 북’ 행사의 로고. |
시카고의 독서운동은 도서관뿐만 아니라 커피숍 등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활발히 진행됐고, 지금까지 한 번도 도서관을 방문한 적이 없거나 독서토론에 참여해보지 않은 시민들을 자연스럽게 독서 공간으로 이끌어내는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이 같은 독서운동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지난 2003년으로, 한국도서관협회와 충남 서산시가 이 운동을 시범사업으로 추진했고, 이후 순천, 부산, 서울, 원주, 익산 등으로 점차 확산돼 청주시에서도 2006년부터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청주시의 ‘원 북 원 시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책 읽는 청주’는 11번째 도서(2012년 도서)를 선정하기 위해 지난 2월 중순부터 각 분야 전문가로부터 후보도서로 적합한 책들을 추천받았다. 도서선정위원, 교사, 사서, 문화부언론인, 독서관련 강사, 책읽는청주 자원활동가들로부터 추천이 들어왔고, 20여권의 후보대상 도서군이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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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는 청주’에서 선정된 도서는 청주 시내 도서관 곳곳에서 배부받을 수 있다. |
여기에는 지난해 타계한 작가 박완서의 작품을 비롯해 환경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도서, 깊이있는 고전강독, 인문학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작품, 인권 문제를 다룬 작품 등 다양한 도서들이 포진됐다. 이 가운데 후보도서 5권을 결정하기 위해 책읽는청주 도서선정위원회가 지난 3월 15일 회의를 진행됐다.
도서선정위원회는 도서선정 원칙에 따라 독서운동 취지에 맞지 않는 책을 거르고, 1년동안 시민들이 읽고, 토론하며 시민독자의 내면을 확장하고, 지역사회의 공감과 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에 대해 심층 토론을 벌였다.
그 중 외국작가인 노마히데키의 작품 ‘한글의 탄생’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한글에 대한 깊은 조예를 가진 도서로 ‘책 읽는 청주’의 범주를 넓힐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논의가 뒤따랐다. 이에 대해 운영진들은 ‘외국인 작가의 경우라도 우리나라 주제에 대해 심도있게 다룬 경우 후보도서로 추천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넣어 그 범위를 넓히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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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의 투표를 통해 제11회 선정도서로 소설 ‘두근두근 내인생(김애란 작)’이 채택됐다. |
지난번 선정도서가 ‘인문교양서’였기에 올해는 ‘소설’ 부분으로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서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논의도 있었다. 이 같은 장시간의 논의 끝에 도서선정위원회는 제11회 책읽는청주 후보도서로 이문열의 ‘리투아니아 여인’, 박완서의 ‘기나긴 하루’, 구효서의 ‘동주’,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인생’, 노마히데키의 ‘한글의탄생’을 선정했다.
청주시립도서관은 도서선정위원회에서 결정된 이 다섯 권의 후보도서를 대상으로 한 달여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의 의견을 묻는 작업을 벌였으며, 도서 선정과정에서부터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후보도서에 대한 홍보에 주력했다.
시민투표 방법으로는 북클럽 대표 15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조사, 각 권역별 도서관 이용자 1,36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홈페이지 및 페이스북 온라인 투표, 그리고 전문가 배특과 시민배틀로 나눠 4월 2일 4시간에 걸쳐 진행됐던 CJB라디오 특집방송 ‘배틀북스’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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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읽는 청주의 선정도서는 매년 시민들의 의견을 토대로 선정된다. 책과 함께 워크북도 배부받을 수 있다. |
이렇게 다양한 채널로 조사된 시민여론 조사 결과. 총 유표득표수 1,865표 중에서 533표를 얻은 ‘두근두근내인생’이 1위를 차지했고, 이어 ‘기나긴 하루’가 2위, ‘동주’가 3위를 차지했다. 도서선정위원회는 지난 4월 12일, 제2차 회의를 소집해 이 3권의 시민결정도서 중에서 최종 대표도서 1권을 정하기 위한 강도 높은 심의를 진행했고, 시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두근두근 내인생’을 대표도서로 최종 선정했다.
이처럼 대표도서가 선정되는 과정 자체는 청주 시민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번 도서 선정 투표에 참여했다는 김진희 씨는 “제가 투표한 도서가 선정돼 매우 기쁘다.”며 “평소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혼자 읽는 게 아니라 함께 읽는다는 생각에 더 흥분된다.”며 즐거워했다.
‘책 읽는 청주’ 행사를 3년째 이용하고 있다는 김현진 씨는 “항상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 유익해서 챙겨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1년에 2권씩 선정되었는데 예산 문제로 1년에 한 권으로 변경된 것이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김 씨는 “책을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선정해주신 책이니 믿고 읽을 수 있어 좋다.”며 “조금이나마 독서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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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는 청주’는 단순히 책만 함께 읽는 것은 아니다. 독서토론, 강연회 외에도 이처럼 시화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
청주시립도서관의 김연화 사서는 “사업 초반부에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잘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참여 문의 전화가 많이 늘었다.”며 책 읽는 청주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도서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되다보니 운영에 어려움도 많다고 했다. 김연화 사서는 “관심이 커져 책을 받고싶어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책 회수가 잘 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발적으로 릴레이 운동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도서관에 반납해주시면 다시 필요한 분들에게 빌려드리고 있다.”며 적극적인 회수를 부탁했다. 책읽는 청주의 선정도서는 연말에 회수받아 다시 필요한 작은 도서관이나 기관에 기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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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책 읽는’ 청주 선정도서인 ‘두근두근 내인생’의 김애란 작가가 강연회를 마치고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책 읽는 청주’는 가까운 도서관(시립도서관, 중앙도서관)에서 교부받을 수 있다. 책과 함께 작은 워크북도 함께 배부받을 수 있다. 워크북은 책을 읽으며 생각해볼 문제도 담고 있어 토론에도 유익한 자료로 사용된다.
한편, 청주시는 이제까지 총10권의 대표도서를 선정해 청주시민 모두가 함께 읽었으며, 다양한 형태의 시민참여 행사를 진행해왔다. ‘책 읽는 청주’ 시민독서운동의 핵심인 다양한 형태의 토론회를 비롯해 대표도서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돕는 작가초청 강연회, 관련주제전시회 및 영화상영, 백일장, 편지쓰기 등 시민이 직접 주도하는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청주 시민들의 인식 깊숙이 파고들었으며 대외적으로도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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