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을 빗질하는 ‘작은 거인’ | news | 2012-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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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청계천3가 서울센추럴관광호텔의 청소 담당 이태동씨가 19일 호텔 앞 거리를 청소하고 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
ㆍ1m도 안되는 작은 키로 10년째 청계천 쓸고 닦아
ㆍ호텔 청소 담당 이태동씨… 상인들 “이 부장” 유명인사
서울 종로구 청계천3가 서울센추럴관광호텔 앞 거리는 매일 깨끗하게 단장된다. 오후 5시30분이면 어김없이 자신의 키보다 큰 빗자루와 자루걸레를 들고 나와 호텔 앞 거리를 100여m 정도 쓸고 닦는 ‘이 부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아무도 시키지 않은 거리 청소를 하고 있는 것도 10년째다. 2002년 센추럴호텔 비즈니스클럽 청소 담당으로 취직한 후 단 하루도 이 일을 쉬지 않았다.
그의 이름은 이태동(50). 키는 성인 남성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그를 ‘난쟁이’라고 부른다. 오십 평생 키를 재본 적은 없지만 사람들이 ‘1m도 안되겠다’고 해서 그런 줄로만 알고 살아왔다.
“제 일도 아닌데 왜 거리를 청소하냐고요? 큰 이유는 없어요. 제가 조금만 움직이면 우리 호텔을 찾는 손님들도 깨끗한 거리를 보며 기분이 좋을 것이고, 이웃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행복해할 거잖아요.”
호텔 인근에서 17년째 공구상을 하고 있는 안승태씨(54)는 “청계상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부장’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인사”라며 “작은 키로 힘들 텐데도 매일 저렇게 깨끗하게 거리청소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작은 키를 항상 의식하고 산다. 남들보다 작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은 그가 살아오며 익힌 삶의 태도다.
“제 고향은 경북 안동이에요. 8남매 중에 넷째로 태어났죠. 형제 중엔 저만 키가 이렇게 작아요. 그래서 저는 초등학교도 못 나왔어요. 남들 다 아는 글을 저는 몰라요. 아버지가 ‘쟤는 학교 보내기 창피하니 보내지 말자’고 하셨다더라고요.”
고향 마을에 들르는 곡예단을 보면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늘 있었다. ‘언젠가는 저런 곳에 팔려갈 수 있겠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다. 결국 1978년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에서 얻은 첫 직장은 명동의 유흥업소 청소 담당이었다. 처음에는 청소도 쉽지 않았다. 남들은 쉽게 드는 자루걸레가 무거워 끙끙대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그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몸이 멀쩡한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하면서 드는 ‘자괴감’이었다.
“명동에서 사지 멀쩡한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데 제가 자꾸 초라하게 느껴졌죠. 그러다 문득 ‘이러면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마음을 고쳐먹었죠. 남들 대할 때도 당당하게 대하고 강하게 나가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일했다. 1994년에는 결혼도 했다. 부인 역시 키가 작다. 자녀는 없지만 18년을 한결같이 살고 있다.
“저는 비록 작은 키로 태어났지만 행복한 사람이지요. 남들은 취업난이다 뭐다 하지만 저는 번듯한 직장도 있고, 제 몸을 써서 일할 수도 있잖아요.”
환한 미소를 짓는 이 부장은 오늘도 변함없이 청계천3가를 청소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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