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의 나라 알려줄 책 만들고 나니 강한 엄마 된 듯 자신감" | news | 2013-03-28 |
ㆍ‘이중언어’ 교재 펴낸 이주여성 단체 ‘생각나무 BB센터’
“아이들에게 엄마 나라의 문화를 알려줄 마땅한 이중언어·이중문화 교재가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한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이주여성들이 자녀들을 위해 이중언어 교재 제작에 직접 나섰다. 1년간의 준비 끝에 제작된 교재의 제목은 ‘우리는 하나-이웃 언어, 문화 알기’. 베트남편과 러시아·카자흐스탄편 등 2종이다. 이주여성들의 모임인 ‘생각나무BB센터’ 회원들의 합작품으로 지난해 2월에 나온 중국편과 몽골편에 이어 두 번째다.
생각나무BB센터는 이주여성들이 당당한 삶을 살고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2010년 1월 출범했다. 중국, 몽골, 베트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일본, 볼리비아 등 약 20개국 여성이 참여하고 있으며 토요일마다 엄마 나라의 말과 문화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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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의 대표 안순화씨(48·사진)는 “마땅한 이중언어 교재도 없는 데다 어렵사리 준비한 교육내용이 일회성으로 끝나버리는 게 아까워 교재를 만들게 됐다”면서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다문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책의 원고는 엄마들이 직접 쓰고 모국의 초등학교 교사와 대학 교수들의 감수를 받았다. 외국어만 가르치는 단순한 어학 교재가 아니라 엄마들이 모국에서 어린 시절에 즐겼던 놀이 등 현지 문화도 함께 담았다.
안 대표는 “교과서 제목이 왜 ‘우리는 하나’인지 아느냐”고 물으며 “지구촌이 하나라는 의미다. 이 책을 통해 다른 나라 문화를 낯설지 않게 받아들이고 국적이 다른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재 제작에 참여한 회원들 모두 직장과 가정을 돌봐야 하는 상황임에도 1년 동안 토요일을 자진 반납하고 며칠씩 밤을 새운 적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교재를 만든다고 하자 처음엔 가족들도 이해를 못하고 갸웃거렸다고 한다. 하지만 교재가 나오자 남편과 아이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이내 엄마들을 자랑스럽게 여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주여성들은 자신들을 소외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런데 교재를 만들면서 ‘훌륭한 아내, 강한 엄마’로 거듭나는 용기를 얻게 됐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주여성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안 대표는 이주여성들이 스스로 다문화교육에 나서는 것은 대견하고 격려할 만한 일이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다문화 정책으로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지원과 발전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문화교육 분야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이번 교재 출간을 계기로 당국에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재는 무료로 배포하며 신청 방법 등 자세한 문의는 생각나무BB센터(02-2208-0130)로 하면 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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