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표 아침밥 먹고 마음의 벽 허물었죠” | news | 2013-0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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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서울 노원구 녹천초교 돌봄교실에서 박미희(왼쪽) 3학년 3반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아침식사를 나눠주고 있다. 임정현 기자 theos@munhwa.com |
서울 노원구 녹천초교 2학년 김모(9) 양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벌써 2년째 학교 선생님이 지어주는 아침밥을 먹으며 학교에 다니고 있다. 바로 결손가정이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3년째 매일 아침 손수 밥을 지어 먹이는 이 학교 3학년 3반 담임 박미희(여·53) 교사 덕택이다. 김 양과 함께 이 학교에서 아침밥을 먹는 학생들은 모두 20여 명. 이들은 매일 오전 8시면 어김없이 학교 돌봄교실에서 박 교사의 정성이 가득 담긴 밥과 국, 그리고 3가지 반찬으로 마련된 ‘선생님표 아침 식사’를 마주한다.
박 교사가 처음 녹천초교에 왔을 때는 학교 복도가 욕설 낙서로 도배돼 있고, 아이들 간의 싸움에 경찰이 출동하는 등 학교폭력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가해 아이들 중 겨울에도 여름 옷을 입고 점심 급식 외에는 하루 종일 굶을 정도로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박 교사는 “아이들은 상처받은 마음을 폭력으로 풀었다”면서 “이들을 혼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보듬기 위해 일단 배고픔부터 해소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 교사는 매일 오전 7시 조리시설이 마련된 학교 내 돌봄교실로 나와 요리를 해서, 8시부터 8시 40분까지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눈다. 방과 후에는 직접 인근 재래시장 등에서 다음 날 아침 식재료를 준비한다. 식재료는 학교 예산으로 준비하지만 사비를 털어 더 좋은 재료를 구하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선행을 제보받고 전화를 하자 박 교사는 “세상에 알려질 만큼의 특별한 일이 아니다”면서 극구 사양해 이 학교 교감선생님 등을 통해 설득하고서야 겨우 취재가 이뤄졌다. 지난 16일 오전 학교에서 만난 박 교사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아침밥 준비를 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야 하고 할 일도 늘어났지만,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선생님표 아침식단을 마주하는 아이들은 2011년 37명, 2012년에는 50여 명에 달했으나 올해는 맞벌이 가정을 제외하고 저소득·한부모·조손 가정의 아이들로 한정하면서 그나마 20여 명으로 줄었다. 박 교사는 아이들에게 아침밥만 먹이는 게 아니라 함께 식사를 하는 동안 대화를 나누고,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준다. 사랑이 담긴 아침밥을 먹은 아이들의 변화는 놀라웠다. 가난 때문에 의기소침했던 아이는 아침밥을 먹는 시간 동안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활발한 아이가 됐고, 소위 ‘일진’으로 불리던 아이는 폭력을 휘두르는 대신 친구들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박 교사와 아이들은 학교 텃밭에서 직접 채소를 가꿔 아침밥 재료로 쓰고, 가을에는 배추와 무를 수확해 김장 김치를 담가 불우이웃을 도우면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점심 급식 한끼로 하루를 버티면서 세상과 담을 쌓았던 아이들이 선생님이 직접 차려주는 아침밥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박 교사는 “지난해 어려운 가정형편에 심한 피부질환 치료를 못해 왕따를 당한 6학년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아침밥을 먹으면서 활달해지고 학교의 지원으로 치료도 받으면서 원만한 생활을 하다 졸업했다”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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